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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어낸 환상의 섬 제주 -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
양영훈 지음 / 넥서스BOOKS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10년이 지난 뒤, 다시 제주를 찾아가려하니 나를 가장 먼저 막아서는게...
'돈!!'
제주는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선뜻 다가갈 수 없는 이어도였다. 그런데 지난 가을 여행-10월에 주왕산에서 제주에 계시는 분을 만나 초대를 강요받다싶이했다. 즉 꼭 제주에 놀러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신 것이다. 제주에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심리적 위안이 되는지...
혼자 동경해온 제주, 아주머니로부터 초대받은 강요, 11월 중순부터는 추워서 한라산에 오르기 힘들다는 우려, 마음 먹은 것을 해치워야지 하루 이틀 끌고 간다면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차츰 눈두덩이로 불어나 나를 제주로 이끌고 갔다.
제주, 단돈 5만원으로 부산여객선 터미널에 올라 10월 마지막 밤에 배를 탔다.
11월 아침에 나를 반긴 건, 어설프게 남아 있는 어둠과 낯선 바다, 낯선 공기, 두려움과 설레임... 제주에 오고 싶다는 생각에 진작에, 제주에 관한 책을 샀지만 막상 차례도 펼치지 못했다. 내가 아는 제주라고는 10년 전 졸업여행 왔을 때의 이미지와 제주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영주12경이 전부이다. 나는 우선 지도를 한장 얻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 거린다.
여객선터미널에는 '시'에서 내어놓은 알림 지도보다 관광지에서 자기집 찾아오라고 홍보하는 지도가 더 많이 널려있다. 더구나 이른 아침, 5시 30분에는 공무원도 집에서 잠자고 있지 않은가? 나는 관광지에서 펴 낸 지도 한 장을 들고 서회선일주도로(12번 국도)를 따라 걷는다.
집에 와서, 책을 펼친다. 그러니깐 여행을 갔다와서 제주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관광지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얼마쯤의 입장료가 아깝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곳들 가운데에는 인위적으로 조성됐거나 인공적인 구조물과 편의시설이 많아서 제주도 특유의 자연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는 데가 적지 않은 탓이다. 더군다나 계절에 따른 변화가 별로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런 곳은 사시사철 어느 때 찾아가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풍경을 보요준다.(5쪽)"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을 무엇이 달라도 다르구나 하며, 나는 은근슬쩍 기대를 했다. 내가 보지 못한 곳을 지은이가 들려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하지만 책을 넘길수록 이건 아닌데, 혹은 너무나 익숙한 곳인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즉 제주도에서 펴낸 '제주(The jeju lsland with theme of 365 days)'와 너무나 닮았다.
제주도에서 펴낸 홍보책은 주제별로 분류하여 제주를 소개하는 반면에, 지은이의 책은 해안도로-동회선, 서회선 그리고 서귀포시 관광지를 차례로 지나가고 있다. 앞서 말한 "사시사철 어느 때 찾아가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풍경"을 친절한 도우미가 되어 알려준다. 제주도 전도를 하나 펼쳐놓고, 관광지와 비교하면 너무나 닮은 꼴에 놀라고 말 것이다. 더구나 지은이는 제주라는 이국적인 섬에 가서도 신발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차에서 내리지 못한다. 그가 여행하는 곳은 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성산 일출봉을 보고 섭지코지를 볼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있는 해안(해수욕장)은 못 보고 지나간다.(섭지코지 오른쪽에 붙은 알려진 신양해수욕장을 알려준다)
지도 한 장에 다 담을 수 없는 관광정보를 하나의 책으로 펴 내어놓은 것이다. 또 아쉬운 점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서, '아 나도 그 곳에 가고싶다'라는 동경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그냥 사진으로 머무르고 있다. 추천여행코스는 철저하게 '자동차' 위주이며, 새로운 것이 없고 관광지처럼 있는것 없는것 다 불러 모운 느낌이다. 또한 여객선 운항 시간표는 차라리 없는 것이 좋겠다.(너무나 상이함, 지은이 말대로 사전 문의가 필수!!)
너무나 잘 차려진 제주 관광정보, 처음 나들이를 하는 이에게 더 없이 좋은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전부이다. 객관적인 관찰자에 머무르는 발빼기 때문에 주관적인 감상은 어디에도 없고, 발품발아 찍은 비경은 숨겨져 있고, 한라산 그 지루한 4시간 이상으로 오르면서 마주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부록으로 제주시에 무료료 나누어 주는 제주지도를 한 장 주어도 될터인데...(지은이의 지도는 반, 반으로 짤라 놓아 펼쳐놓고 보기에는 불편하다)
제주 여행을 가고 싶다면, 그냥 떠나세요. 책이 다 말해주지는 않아요!!
2% 부족한 여행 지식
< 제주도에 가장 싸게 가는 방법? > ......당연히 '배'를 탄다.(ARS 1544-1114)
- 부산 <--169 마일(11시간) --> 제주. 최저가격 29,000원/ 36,000원 인천 <--266 마일(13시간) --> 제주, 최저가격 48,500원(주3회) 목포 <--96마일 (4시간 30분)--> 제주, 가격 19,950원 * 부산, 인천 출발은 저녁이며 도착시간은 아침이다. (제주출발도 동일)
< 여행 지식 얻는 방법 >
커뮤티니를 이용한다. 책을 이용한다. 무작정 찾아간다.(제주는 국제 관광도시이기에 지도가 많이 준비되어있음)
* 소풍가기 전날의 설레임처럼, 제주를 가기 앞서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도 중요, 하지만 정보에 묻혀 내가 볼 것을 읽어버리는 어리석음은 버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