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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과 리얼리즘 - 1950-60년대의 사진가들
김한용 외 지음 / 눈빛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책, 순간 쉽게 넘길 수가 있겠구나 생각을 했지만...
글자는 읽으면 된다. 그리고 머리속으로 이해를 하면 되지만 내 앞에 마주친 이 한장 한장의 사진은 멈춰서 있다. 아무말 없이. 그들은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는 것일까? 나는 곰곰히 살피다 책장을 쉬이 넘기지 못하고 덮어 버린다. 이러기를 몇 번하고 다시 그와 마주 서 있다.
『한국 사진과 리얼리즘』 사진 속에 리얼리즘이라. 사진과 리얼리즘이 융화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어떻게 담아야 사진 속에 리얼리즘을 분출할 수가 있을까? 리얼리즘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이 책 장을 넘기는 것은 분명 부담스럽다.
리얼리즘...
책을 넘기면서 몇 가지 의문이 머리속에 맴돈다. 무엇보다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단순히 사진이 사진이라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굳이 맑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벌의 건축미(美)보다 인간의 공예가 아름다운건 그 속에 본능이 아닌 생각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진작가들은 사회를 어떻게, 무엇을 담아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 것일까?
지난시절에 대한 회고, '그땐 그랬지'라는 자조적인 동감은 리얼리즘보다 사실주의, 표현주의에 더 가까울 것이다.
지난 시절에 대한 파편화된 순간 포착.
긴 아쉬움, 짧은 쓸쓸함, 그 너머에는 산이 있다. 기록으로서의 사진. 없는 자에 대한 희망으로서 사진이 아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내일에 대한 희망을 애기 하는 것이 아닌, 있는 것만 담은 이야기. 사진의 순간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극' 보다 더 극적이고 강렬하다. 내 몸에서 소름이 돋는 듯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허허 그땐 누구나 다 힘들었어'라며 막걸리를 기울이며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면 분명, 이는 리얼리즘이라 할 수가 없다. 이두호씨의 『덩더꿍』에서 보여진 마지막 장면이나 안회남의 『불』등을 굳이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오세영씨의 』부자의 그림일기』에 담긴 장면과 같은 삶에 대한 충실한 모습을 담아야 한다. 없어서 부족할 뿐이지 죄가 아니라는 것과 스스로에 대한 존엄성,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담지 못한다면 허울 좋은 리얼리즘일뿐이다. 나는 다시 지난 시절의 사진을 본다. 하지만 향수는 담고 있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을 찾기에는 쉽지가 않다.
책 제목에 너무 얽매이다 보니, 사진을 보는 눈이 시시비비를 가지는 것을 흘러, 과연 옳게 보았는지 의문이다. 사진은 그냥 사진이다. 차라리 리얼리즘이라는 거창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나는 좀 더 쉽게 사진을 접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 좁은 시선이 리얼리즘에 얽매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신: 궁핍한 모습을 담았다고 리얼리즘이라 말하지 말자. 리얼리즘은 현실과 싸워서 이기고, 오늘과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을 던져주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기록은 역사적 기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