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은 더 이상 울음없는 외침을 하지 않는다."]

...이제 그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서준식의 편지를 읽어가면서 하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그것은 형기를 7년 받은 이가 만기 출소를 하지 않고 계속 형을 더 살고 있는 것이다. 형기를 마쳤으면 감옥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편지를 읽어가면서 나는 이 의문을 풀지 못했다.

1970년대 집중적으로 미전향수 수용 교도서에서 집중적 혹은 파괴적 인권 탄압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구속된 이들이 만기 출소를 하게 되자, 정부에서는 두려움을 안고 사회안전법이라는 악법을 만들어, "미전향 공안사범은 전향서를 쓰지 않는 이상 절대로 살아서 감옥 바깥으로 나가도록 하지 않겠다"는 인권 테러를 저지른다.

사회안전법은 소위 반국가사법으로서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일이 있는 자에 대하여 그 개개의 대상자의 미래의 재범 위험성의 현저도에 따라서 세 가지의 보안처분을(즉 보호관찰처분, 주거제한처분, 보안감호처분) 과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재범 위험성은 현저도를 과학적으로 예측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정권자는 불가피적으로 사상범의 내심을 탐색함으로써 '위험성'의 정도를 억측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런 내심 탐색이란 재범 위험성 판단기준으로는 참으로 애매하고 불안정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이리하여 결정권자는 필연적으로 사상전향 여부로 사상범을 분류하는 저 일본제국주의의 발명품이요 잔재물인 사상전향제도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전향거부' ->'현저한 위험'. 이것은 확실히 결정권자에게는 '손쉬운' 판단 기준이다. 사상전향제도 없이는 재범의 위험도 판단은 완전히 자의의 혼돈에 빠져 버리는 것이며 사회안전법은 존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5 ~6쪽)

정부에서는 공정성과 형평성은 뒷전으로 하고, 사상적 근본 틀이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스러움에, 자유를 억압한다. 그들은 그들의 입맛에 맛게 자유를 주었다 죄였다 하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에서 사회안전법이라는 것이,

일제 통치하의 '사상전향제도'(1930년대 전반에 성립)->'사상범예방구금령'(1941년)이라는 순서를 대한민국은 '사상전향제도'(해방 후 청산되었다가 1956년경에 부활) ->'사회안전법'(1975년, 전쟁시 장기형을 받은 소위 좌익수들은 1970년대 초반부터 만기출소하기 시작함)이라는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6쪽)

즉, 정부 권력자들의 집단 무의식에는 '영구불변의 집권'이라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일제시대 때 독립군을 잡던 법을 고쳐,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서준식은 이러한 정부의 끈질긴 회유에 굴복하지 않고 '자유'를 얻기 위해 10여년을 넘게 싸움을 하여 마침내 얻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준식의 사회안전법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국회의원과의 면회를 통해 그의 처우 등에 대한 문제도 엿볼 수가 있다. 서준식의 『옥중서간집』이 개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 등의 감정이라면 『나의 주장』은 권력에 맞서 싸운 개인의 기록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내심은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나의 주장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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