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내면의 모습이다^^*]
지상에서 아름다운 책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지상에서 아름다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를 다를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보는 아름다움을 잠시 책 뒷편에 꽂아 두고 지은이가 말하는 아름다움에 귀를 기우려 봅니다.
49쪽에 나타난 "독일의 라이헤나우 섬이 있는 한 수도원에서 만든 오토 3세의 복음서"를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말합니다. 또한 지은이에게 '환상의 서'라고 불리는 베리 공의 시도서(59쪽)는 아름다움에 찬가를 합니다.
무엇이 이토록 지은이를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마리는 창가에서 시도서를 읽고 있다. 그것은 아마 부공이 생전에 딸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리라. 그 호화본은 금실을 입힌 초록빛 벨벳으로 장식되고 그 고귀한 책을 감싸고 있는 천의 색깔도 영혼의 청결과 불구의 향기를, 그리고 영원한 안식을 상징하는 같은 녹색이다. 그녀가 손짓하고 있는 희미한 장식 머리문자도 녹색이다. 마리와 더불어 모두가 영원한 안식을 기념(祈念)하며 시도서를 밤낮으로 읊었으리라.(59쪽)"
부공이 생전에 딸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시도서를 읽는 마리의 모습, 거기에는 고귀한 책을 감싸는 천의 색깔도 영혼의 청결과 불구의 향기를 나타나내는 "녹색"이다. 녹색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지만 녹색은 녹색이라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호화본"으로 장식한 "고귀한 책"을 감싸는 색이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즉 머리로 만들어 낸 색채는 공허하기에-아름다움을 보는 눈- 같은 녹색으로 보여진다 하여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다가갈 수 없는 내(江)가 있습니다. 이는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은이와 나와의 바라봄이 다르지 않아서일까 생각을 합니다.
지은이는 보이는 부분만 본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시도서에 대한 예찬은 표제 그림에 대한 예찬이며, 그에 들어나지 않는 당대의 삶을 통찰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책에 대한 열장이기에, 당대의 삶 까지 끌고 올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지은이의 환경이 그들과 지극히 같은 금(線)에 놓여져 있기에 당대 혹은 현실의 삶과 무관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책에 대한 아름다움을 예찬할 경우 이는 다름아닌 예술지상주의를 추구할 뿐입니다. 예술에 대한 예술을 위한, 예술이 될 경우-예술은 가진 자의 놀이로 전락될 것이고, 당대의 삶을 투영하여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거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주지 못할 것입니다.
지은이는 우리 것에 대한 탐구가 아닌, 유독 유럽, 아프리카나 아시아, 아메리카가 아닌 유럽에 대한 동경도 이와같은 금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들은 어쩌다 말과 문자가 미치지 못하는 순간을 체험한다. 경주 석굴암의 큰 부처 앞에 다다랐을 때, 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마주하였을 때 나는 언제나 말을 잊는다. (71쪽)"
왜? 왜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에 대한 아름다움은 눈감짝새에 지나가고 [수태고지]에 대한 예찬은 줄줄히... 이러한 왜곡은,
"영국의 역사가 기번은 "책에 대한 즐거움을 인도의 부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인도를 내놓더라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꿀 수 없다는, 어릴때 부터 들어온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생각난다(124쪽)"
이는 책에 대한 경탄할 만한 가치를 나타내는 의미겠지만, 그의 세계관을 잠시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릴 때의 생각을 불러 일으켜-한 나라를 책 읽기와 바꿀 수 없다는 말을 고이 듣는 지은이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를 지배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아름다움에 취한 지은이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유럽과 책 표지에 대한 찬가는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나와 지은이에게 다시 묻습니다. '지상에서 아름다운 책'이란 어떤 것일까? 책 표지에 호화로움을 드러난 아름다움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일까?
표지에 대한 찬가만큼이나 깔끔하게 정리된 책은, 책의 깊이와는 별반 다르게 호화롭게 장정이 되어 물질적인 가격을 높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아쉬움이 한 번 더 듭니다.
누군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스스로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나서 이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