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천사라면 고운 백인 아기들을 연상하게 되는데, 에티오피아의 '까망 천사'들은 마음 쓰라리게 측은하고 예뻤다.(19쪽)"]
전원일기에서 이미 친숙해진, 어쩌면 우리내의 어머니인 듯한, 고향의 맛을 전해주는 그는 내게 언제나 어머니처럼 넉넉함과 편안함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무슨 말을 하게 되면, 하나의 거짓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어설프게 그를 손가락질 하고 있었습니다.
유명인, 유명인이라는 허울 좋은 이미지를 통해 특권의식에 젖어 세계 곳곳을 다니며, 더 많은 견문을 넓히면서 천사표 연예인으로 비추어진다고... 즉 착한 일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는 조그마한 착한 일을 잠시 하면서, 티비로 자기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세계를 여행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렇게 비뚤어진 내 마음 마저 그는 웃으면서 받아 주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순간, 이게 혹시 드라마는 아닌가 싶었다. 아니, 드라마였으면 하고 바랐다. 아주 극한 상황에 닥치면, 이게 드라마겠거니 하고 회피해 버리는 오래된 버릇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 사내아인 엄마 품에 안겨 있었는데, 기력이 전혀없어 축 처진 상태였다. 비쩍 마른 얼굴과 갈비뼈가 앙상한 몸 때문에 겨우 생후 7~8개월 밖에 안 돼 보였는데, 실제 나이는 세 살이라 했다. 극심한 영양실조로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엿다. 그 아이가 품에 안겨 뭔가 입을 오물거리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았더니 조막만한 손 안에 아주 작은 감자 같은 게 한 알 쥐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아인 먹을 힘이 없어 신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아, 이 어린 것도 살기 위해 이렇게 몸부림 치는구나! 온몸이 벌벌 떨여왔다. 주루룩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아이 엄마 역시 소리없이 같이 울었다. 까만 얼굴 위로 투명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아이가 아파도 약은 커녕, 밥도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엄마. 난 그곳 여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25쪽)"
"난 혼자 중얼거릴 때가 많다. 밤에 누워서도, 차 속에서도, 생각을 말로 지어내 입 밖으로 내는 것이 귀찮고 힘든 난, 그 저 마음 속으로 기도하거나 혼자 중얼거리듯 기도한다. 남들은 겸손하게 끓어앉아 기도한다는데, 여태껏 내가 그렇게 끓어앉아 주님께 부르짖으며 기도한 건 몇 번 안 된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디오피아나 소말리아 같은 극지로 보내셨을 때, 비로소 난 나에 대한 그분의 준비하심이 무엇인지 대해서 생각했다. 아프리카... 그곳은 "매일 죽음으로부터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아이들"투성이였다. 한 발짝을 뗄 때마다 난 너무 기가 막혀 울음을 터뜨렸다. 선한 일을 할 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데(선명회에서 내게 바라는 것은 그 비참한 상황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많은 성금이 모아져 그들을 동루 수 있으니까), 난 자꾸 앞으로 나서게 된다. 난 실제로 내가 한 일보다 너무 많은 칭찬을 받는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난 지옥의 존재를 믿지 않는 불량 신도다. 사랑의 하나님께선 인간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유황불 속에 넣지는 않으실 것 같아서이다. 죄많은 인간은 아마 흙으로 돌려보내시겟지. 흔적도 없이...), 하나님께서 "넌 세상에서 너무 많은 칭찬을 받아 더 이상 받을 게 없다. 오히려 갚아라"하실 것만 같다.(145쪽)"
 위의 사진은 책의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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