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A.유잉 지음, 오성환 옮김 / 까치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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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자연스러울 수가 있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 수가 있으며,
          모든 것은 자연스러울 수가 있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는 1928년에, "사진의 역할은 세계를 단편적으로 분할하여 형식화된 네모진 틀 안에 가둠으로써 사실과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며 진실을 허구의 이미지로 변화시킨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레마르크의 말에 충분히 동의를 하면서도 난 그가 한 면만 이야기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이라는 것은 내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보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것을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이는 세계를 단편적으로 분할하기도 하지만 부분을 전체화하기도 하고, 내가 알지 못한 세계나 애써 외면한 세계를 대면케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똑바로 보도록 강권합니다. 그리고 지은이는 사진의 양면성을 이야기 합니다.

"사진은 1세기 이상 몸에 깊은 영향을 미쳐왔다. 사진이 인류에게 유용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를 초래해온 것 역시 사실이다. 예컨대 포르노 사진에 이용된 이미지가 남녀의 몸의 타락을 조장했으며, 이상화된 청춘을 광고에서 극단단적으로 미화한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심어주어 일반 남녀들이 자신의 몸으로부터 소외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의학사진이 몸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촉진함으로써 수명을 연장시키고 건강을 향상시킨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결국 '수치화된 사체'는 실제 인간의 몸을 찍은 수천 장의 사진으로 합성된 것이다.(10쪽)"

지은이는 사진으로 12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①단편성②인물상③탐색④육체성⑤강건미⑥에로스⑦소외⑧우상⑨거울⑩정치성⑪변신⑫마음이라는 12개의 장을 나누었습니다. 단편성은 부분을 통한 낯설기입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우리 몸의 일부를 찍습니다. 지은이는 단편성을 3개의 범주로 나뉘는데, 리얼리즘.형식주의 단편성, 다의성입니다. 하지만 언어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기에 혹은 국문학을 통해 형성된 언어 정의와 지은이가 내리는 정의가 조금의 마찰을 읽으켜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모더니즘의 시선으로 읽어내는 지은이의 시선과 내가 보는 시선의 차이는 큰 강을 만들어 냅니다. 솔직히 이런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는 강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작품이 앞에 탁 버티고 서 있으니 책을 넘기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지만 인물상에 펼쳐진 여자의 누드는...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느낌을 전해 줍니다. 인물상을 표현주의라고 한다면, 육체성은 리얼리즘을 지향합니다. 단순히 육체적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육체를 통해 숨겨진 사실을 드러냅니다. 이는 에로스나 소외 우상의 표현 방식과는 동일하지만 그 의미는 차이가 있습니다. 에로스는 인물상에서 한발 더 나아간 에로티시즘이나 포로노 그라피를 창조하고, 우상은 기계화되거나 이상화된 몸을 드러냅니다. 이는 자본주의의 속물과 결합되어 상업성을 창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외는 철저하게도 현실 고발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금(線) 밖으로 내쫓아 버린 사람들이 그곳에서 우리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지은이는 사진이라는 것이 에로티시즘적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도 지닌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단편성' 부분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이 글을 적었습니다.
내가 본 순간, 내 시선을 3초 이상 잡아두는 무엇. 내 시선은 나의 세계관에서 출발하기에 예술가와 치열한 투쟁을 무의식에서 벌이고 있다. 예술가는 나의 세게관이 좁다 말할 것이며, 난 그의 세계관이 정의되지 않거나 광의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괴리. 하지만 나와 작품의 치열함(?) 투쟁에서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말은 무의미하다고 단정짓기에는 그들의 세계관과 지금까지의 이어온 토대의 구축에 대한 평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팽게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난 잠재적 보류라는 간판을 내 머리에 달아 두어야겠다.

"젖꼭지는 마치 눈과 같고 배꼽은 심술궂은 입처럼 보이는 이 동체는 스스로 웃을 수 있다. 몸의 실상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이 사진은, 수 많은 광고판과 잡지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경쟁하는 몸의 이상화된 변형들과는 다르다. 뒤엉킨 체모가 뒤덮고 있는 코플란의 상반신상은 사람들이 자신의 유일무이한 몸의 특성을 두려워하고 과소평가하도록 만드는, 몸을 부인하는 관습을 비판하고 있다.(142쪽)"

"비정상적인 사람이나 불구자의 몸을 이용하는 사태를 우려하는 마음에서의 침묵은 인간적이다. 그러나 그런 인간의 상태를 직시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병적이다. 다수의 현대 사진가들은 그와 같은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 질병을 주제로 삼아왔다.(239쪽)"

난 책을 읽으내려가면서 간판을 거두며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가 펼친 사진을 하나씩 차근히 봅니다. 누드 사진에 눈이 더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신체의 부위를 찍은 사진이나 소외에 나타난 모습. 다양한 사진을 차근히 살펴봅니다. 처음에 느껴지는 언어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은 희석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수긍을 하게되었습니다.

사진을 통해 보여질 수 있는 것이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 사회의 흐름도 어느 정도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진을 통해 다양한 모습, 사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추상스런 비평이 아주 살짝 엿보여 내 머리를 어지럽게 했지만 지은이의 시선은 사진과 현실을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임 : 임산부나 마음이 약한 사람이 보기에는 조금 부담이 될 듯 합니다.
            사진과 글, 행복한 읽기였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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