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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사로잡은 VERMEER^^*]
진주 귀걸이 소녀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진주 귀걸이 소녀에 대한 환상을 쫓겨 되면서 난,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책을 보게 되고 『VERMEER』라는 책도 보게 되었다.
우선 『진주 귀고리 소녀』는 책을 읽는 내내 나와는 별 세계라는 느낌으로 진흙을 걷는 기분이였습니다. 하지만 마흔을 맞이한 우리 실장님(女)은 참 좋은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한때 문학 소녀였으며, 책을 좋아하는 실장님에게 한 권 권내준 책은 내가 읽은 것과 똑같은데... 그 느낌은 천지 차이랍니다. 실장님은 지은이가 들려주는 베르메르의 이야기와 하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림을 그리 듯, 생각을 품어갔다 합니다. 하지만 나는 자기 집과 주인 집을 오락가락 하면서, 가슴 한편으로 주인을 품고 있는 하녀의 모습이 전부라며, 이게 전부다라고 쉬이 단정을 내려버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난, 내 삶을 돌아보는 거울로 보고 싶거나 혹은 지식 나부랑이 하나를 더 건지려는 욕심에 지은이가 들려주는 애뜻한 감정에는 쉬이 동(動)하지가 않았습니다. 아침에 실장님이 건내는 이야기를 듣고는 난, 소설이라는 것은 이렇게도 다른거구나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소설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다시 내가 이 작품을 읽게 될 지는 의문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VERMEER』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에 대한 일생을 부활시켜냅니다. 지은이는 지난 역사적 자료를 통해 그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 묻힌 낱줄을 몇 개 꺼내어 줄을 새로이 붙였기에 입체적 조명이 아닌 단선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베르메르에 대한 인물을 여러가지에서 쫓고 있으면서, 또한 그의 작품에 나타난 특성을 살피고 있습니다. 서른 다섯편 정도의 작품 속에는 반복되는 유형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진주라는 보석이 던져주는 빛의 찬란함, 인물들의 정숙함과 사실을 사실대로 그리지 않았다는 등을 여러가지 살피고 있습니다. 이렇게 베르메르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한 다음에 출생을 시작으로 하여 그가 살았던 델프트의 지형을 보면서,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림 하나하나를 살펴가면서 보는 재미는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더구나 지은이는 동시대의 그림이나 같은 혹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베르메르의 그림이 지니는 의미를 말하고 있습니다. 책 어디를 펼치든 베르메르의 커다란 그림 하나가 오른쪽에 펼쳐져 있습니다. 내 삶이 피곤하거나 혹은 아름다운 이국 정취에 빠지고 싶을 때 책꽃이에 꽃여진 책을 꺼내어 한 묶음의 종이를 넘길 것입니다.
그림에 대한 만남은 정말 두고두고 볼 작품이지만, 이야기로서의 만남에서는 조금 망설여집니다. 지은이가 서른 다섯편의 작품을 일일이 분석한 다음에 찾아낸 그의 유형이 깊이 있는 분석이 된다할지라도, 그림을 이야기 하면서 입체가 아닌 단선적으로 머물러 있는 내용은 정말 아쉬움입니다. 물론 베르메르에 대한 비밀이 너무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여지를 지은이는 풀어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책을 덮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낸 것은, 지은이가 너무 베르메르에 심취하였기에, 그의 작품의 위대함만 풀어놓았지 그림 속의 이야기는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편지를 든 하녀와 함께 있는 젊은 여인"

"졸고 있는 처녀"
『진주 귀걸이 소녀』가 하인과 주인(화가)에 대한 애뜻한 시선이라면, 『VERMEER』는 베르메르에 대한 지은이의 예찬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덧붙임 :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D/B를 구성하니, 책을 펼치지 않아도 우린 그림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난 지친 몸으로 집에서 와서는 아무렇게나 앉아 책장에 꽃힌 베르메르를 불러낼 것이다. 위의 그림은 오넷아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책에 나온 그림과 사이트의 그림이 조금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졸고 있는 처녀"라는 작품에는 그가 술을 반 잔 정도 먹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하얀 잔이 술이 반 정도가 남아있기 때문이죠. 보이시나요? 그리고 이렇게 사실에 의거하여 분석하는 지은이는, 보는 것만 보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진주 귀걸이 소녀"에 대한 환상은 이 책에서는 찾기가 힘든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값이 조금 부담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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