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 히스토리아 001
곽차섭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역사적 상상
역사적 상상은 가끔, 우리가 건너와 버린 저 너머의 언덕이나 강에 대한 동경을 불러 일으켜..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끔 합니다. 비인간 별유천지인 듯한 무릉도원을 그림은 끊어져 버린 연결고리로 인하여 더 자유롭고 풍족한 사고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생각은 나를 포함한 우리들에게 감정을 풍요롭게 하며, 이상향에 대한 동경 내지 현실에서의 적극적인 삶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성적이거나 과거지향적인 경우라면 현실에서 적응하지 못한 소도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역사적 상상이 자유로운 상상이 아닌, 학문적 접근을 한다면, "상상"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기 보다는 역사적 고증을 통한 이음새를 잇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역사적 상상이 상상에 집착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허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품새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치열한 눈으로 역사에 숨어버린 유물을 하나씩 꺼내어 징검다리를 놓은 다음, 그 사이사이에 상상을 메꾸어 넣는다면 역사적 사실 위에 지은이의 상상력이 더 해져, 사실 하나의 기록인 아닌 살아 숨쉬는 옛이야기로 다듬어 질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역사적 상상"을 상상력을 통한 역사의 복원으로 될 경우에 그것은 허구가 되어버리지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다면 역사 기록을 더 풍요롭게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를 만나다
"최대한의 실증을 바탕으로 한 추론은 그에 반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가능성이 있는 추론이며, 허황된 공상이 아니라 증거와 증거를 잇는 역사적 상상력의 결과가 아니겠는가(114쪽)"

지은이는 조선 청년 즉 안토니오 코레아-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 입은 남자' 루벤스作-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을 풀어갑니다.

서구와 동양-한국-은 지리 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서로에 대한 접근이 많이 어려운 듯 합니다. "조선 남자Korean Man(13쪽)"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1장과 2장에 걸쳐서 서로 다른 입지에서 받아들여지는 "조선 남자"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2. 첫번째 이야기: 서양 미술사에서 본 「조선 남자」'에서는 서구의 학설을 풀어놓으면서 심한 의구심을 드러냅니다. 어느것 하나 지은이에게 "놀랍다!"라는 감탄사를 내놓지 못합니다.
'3. 두번째 이야기: 한국사 속의 안토니오'에서는 "16세기 말 일본에 왔던 이탈리아 상인 프란 체스코 카를레티아와 그의 저작 『나의 세계일주기』(54쪽)"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피렌체의 유서 깊은 상인 집안의 아들이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무역을 하며 은괴와 노예를 판다. 이들 부자는 무역을 하면서 어떻게 일본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조선인 노예 5명을 산다. 이런 일련의 시실은 그의 저작과 일본의 역사학자 야마구치(山口正之)-야마구치는 그의 논문을 통해 조선에 많이 알려지게 된다-를 통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더 오세영(『베니스의 개성상인』), 김성우의 기사(안토니오 코레아 1979년 기사) 등등의 이야기가 거론되지만 심한 오류를 안고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틀리다 나는 옳다
지은이는 서구와 한국에서 나타난 「조선 남자」를 비판하고, 자기 나름의 주장을 풀어나갑니다. 우선 서구와 한국에서, 왜 다른 시야가 생기는가 하는 점과 「조선 남자」는 누구인가라는 점입니다.

"그림 속의 이 인물은 정말 조선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지은이는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다(88쪽)"고 말합니다. 하지만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추정은 가능하지 않을까는 일만의 가능성과 역사학자로서의 호기심, 서로 나뉜 두 문명을 잇는 교류자로서 지은이가 나섭니다.

①관모 : 언뜻 보기에는 드로인 속의 '방건'은 사각형이 아니라 둥근 모양인 듯도 하지만, 이는 여러해에 걸쳐 사용함으로써 각진 부분이 완화된 결과로 볼 수 있을 듯하다.(89쪽)
②철릭(天翼) : 드로잉 속의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은 무엇일까? 한국의 복식사학자들은 대체로 이를 철릭(天翼)이라 보는 데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91쪽)
③얼굴 : 코도 남방계처럼 낮지 않고 광대뼈도 약간 튀어나왔다. 다만 눈은 쌍꺼풀이 있고 둥그란 느낌이며, 분명하지 않으나 수염이 없다기보다는 짧게 깍은 것처럼 보인다. 얼굴 인상만을 보고 이 인물이 조선 사람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98쪽)
④범선 : 희미하게 그려져 있어 그 모습이 분명하지 않으나, 여러 폭의 돛을 단 대양 항해용 범선같이 보인다. 이는 그림의 주인공이 멀리서 배를 타고 온 내도인(來到人)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장치라 생각된다.(98쪽)   (강조 : 열린사회의적)

4가지로 통해, 어떠한 추론을 내세우지만 명확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있을 듯 하다"라는 가정치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더욱이  얼굴에서는 '조선 사람이라고는 단정짓기 힘들다'고 직접 적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한 장 넘기면, 또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종합해 볼 때, 드로잉 속의 남자는 조선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가 조선 사람이 아니라면, 말총으로 만든 방건을 쓰고 철릭을 입은 그는 어디서 왔다는 말인가? 적어도 이 그림의 인상이나 복식에서 그가 조선 사람임을 부정하는 결정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반대로 임시방편식으로 상투를 틀고 사방관을 쓴 인물, 북방계 아시아 인의 인상에다 철릭을 입고 있는 이 인물을 조선 사람이라 생각할 만한 요소는 많다.(100쪽)"

무슨 도깨비 방망이 같은 소리인지...  지은이는 제목에서 보여주 듯이, 금(線)을 그어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경우가 조합되어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방건(조선 사람만 방건을 쓴다) -> 철릭(결정적인 증거) ->얼굴(남방계가 아니기에 북방계)


이렇게 추론을 해 나가는 가정이 너무나 어슬프 보입니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증거가 결정적이지 않는데, "「조선 남자」모델이 조선 청년 안토니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116쪽)"는 자아도취적 결론을 내립니다. 제가 보기에는 어느것 하나 지은이의 말대로 "가능성", '~~듯'처럼 보이는 것들의 모음이지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명확한 증거 위에 역사적 상상력을 풀어놓았다면 흥미로울 수가 있을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