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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사기꾼들 - 노벨상 수상자의 눈으로 본 사이비 과학
조르주 샤르파크 외 지음, 임호경 옮김 / 궁리 / 2002년 11월
평점 :
이미지에 사로잡힌 영혼을 위하여…
한약을 짓는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가 예전에 공부를 할 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습니
다. 그 중에 한 토막,
“너 한약을 지으려고 하면, 관상도 볼 줄 알아야겠다. 혹은 심리 공부를 하든가?”
“왜?”
“누군가 손님이 찾아온다. 필시 그는 몸이 좋지가 않을 테니, 네게 의지를 하고픈 사람이겠지. 이 부
분에서 너는 반 묵고 가는거야. 그리고 그의 얼굴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의 병(病)을 읽어
낼 것이고, 손으로 물을 잡듯이 둥글게 둥글게, 크게 휘저으면 무엇인가 하나를 건지겠지. 걸리지 않
아도 돼. 그 부분은 얼렁뚱당 넘기는 눈치도 몇 번 하면 자연스레 몸에 베일 테니…”
“ㅋㅋ”
“그런 면에서 한약을 짓는 사람이나 점쟁이나 별반 다름이 없지. 한약은 몸을 치료하고, 점쟁이는 마
음을 치료하니 같은 업종에 일을 하네…”
삐딱하게 말하는 이가 저랍니다. 친구도 세상을 어느 정도 겪을 만큼 겪었다며 웃어 넘깁니다. 이렇
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된 계기가 하나의 단어 때문입니다.
“우물효과”
도서관에서 우연찮게 접한 단어, 가끔씩 언어라는 것이 사람의 사고를 변화시키거나 확장시킨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쿤의 패러다임이나 티핑 포인트(책 제목이기도 하죠), 그람시의 헤게모니, 혹
은 제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컨텐츠가 생명이다’에서 컨텐츠 등은 분명 제 사고에 한 획을 긋는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우물효과’
“‘우물효과’란, 어떤 말이 애매하면 애매할수록 – 즉 우물의 깊이가 깊을수록 – 그것을 듣는 사람은
이 말 가운데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29쪽)” 한동안 우물효
과는 어린아이가 단어를 처음 배워서 입에 옹얼옹얼 거리듯 제 입에서 맴돌았습니다. 책을 읽지 못
하고 우물우물하다, 끝내는 책을 다 읽고 말았습니다. 『신비의 사기꾼』 책은 명확한 주제를 던져
줍니다.
“한밤중, 광대하고도 어두운 숲 가운데 홀로 서 있는 내 수중에 어둠을 밝힐 것이라곤 조그마한 촛불
하나뿐이었다. 그때 어떤 낯선 이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너의 촛불을 꺼버려라. 그러면 더 잘 보게
될 테니….’ 이 조그마한 촛불, 이것이 바로 이성이다. 이것은 어쩌면 보잘것없는 도구일지 모르며,
그것 하나만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촛불은 우리가 가진 것 중 가
장 귀한 것이다.(246쪽)”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광대하고도 어두운 숲 길이며,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촛불 하
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다가와 속삭입니다. 촛불을 꺼버려라고, 난 그렇게 할 수가 없습
니다. 촛불이 내가 가고픈 곳으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가 가고픈 곳으로, 그러나 촛
불은 내가 보려고 하는 것 만 보여줍니다. 어두움은 너무 광대합니다. 나는 갈 곳 몰라라 합니다. 주
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도 간혹 있습니다. 촛불 하나에 의지하기에는 내 시선이 좁아질 듯하고, 버리
기에는 나를 지탱하는 힘을 잃어버리는 듯하고…
지은이는 말합니다. 미디어에 현혹되지 말고, 파블로프의 개가 되지 말라고!! 자기 자신을 믿으라
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성찰과 세상을 여유롭게 보는 눈, 자기에의 믿음 등이 시나브로
몸 속에 녹아 있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임 : 앞서서 “스스로 덫에 걸린 두 과학자”라는 리뷰가 있는데,
“이것은 이 책의 특징을 극명히 드러내는 하나의 예이다. 저러한 접근 방식은 확실히 사람들을 신비주의와
몽매주의에서 일깨워 주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든 것을 도식화하고 확률화 함으로써 결국 그들이 가진
'기계적 이성'의 한계만 보여주고 만다. /그들은, 사람들은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기 때문에 이러한 신비주
의와 몽매주의를 이용한 사기꾼들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하지만, 정작 그들 스스로도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으려 하는' 오류를 결정적으로 범하고 있다.”는 문장은 이 책의 전부를 말한다고 생각됩니다. 냉철한 시선
을 지니셨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고를 때도 이 리뷰를 보고 갈등을 많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