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숲 -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시리즈 1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이 며 칠인가? 설마 보름달이 뜨는 달은 아니겠지...


 


그네들은 보름달이 뜨면 울부짖는다. 불로장생을 얻지 못해서, 삶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서, 물길이 차서 자기네 집을 뺏겨서, 신과 사람의 경계에서 지내야 하는...


 


영원을 얻는다는 어떤 것일까? 영원히 죽지 않고 살게 되는 거... 전생을 믿거나 후생을 믿는 사람, 혹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전생을 믿는 사람들은 오늘의 자기 모습을 전생에 의한 인과(因果)로 보고, 내세를 위해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도(道)를 닦기만 합니다. 후생을 믿는 사람 역시 내세를 위해 정진하지만 오늘의 모습이 어제의 모습으로 인한 모습이라는 전(全)인과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크게 다름이 하나 존재합니다. 전생을 믿는 사람들은 다시 윤회(輪廻)라는 것을 믿습니다. 영원히 멈추지 않지만 영원한 끊임이 없이 돌고 도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 순간에 자기가 죄를 짓거나 남(自然)을 헤하게 되면 다시 후세에서 오늘의 모습보다는 나쁨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후생을 믿는 사람들은 오늘에만 정진하면 됩니다. 즉 오늘과 내일 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잠시 뿐이 오늘이 스쳐 지나가면 우리는 영원한 내일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찾는 영원불사가 후생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분명(必)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후생의 일을 현생에 끌어내린 이야기. 즉 현생에서 도를 닦고 후생에서 오늘 보다 낳은 내일을 사는 것이 아닌, 맹목적으로 현생에서 불로자생을 원하는 것입니다. 왜 불로장생을 원하는가?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의 숲』이나 『인어의 상처』는 둘 다 불로장생을 꿈꾸는 사람들과 인어고기를 먹고 오백년을 넘게 살아온 주인공과의 이야기가 큰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어고기를 얻은 처녀를 키워 인어들이 사람고기를 먹어서 젊어지려는 이야기, 힘으로 인어고기를 구하고자 하는 해적, 쌍둥이 동생의 야욕, 어릴 때에 인어고기를 먹고서는 영원히 어린이가 되어버려 외로움을 안고 사는 아이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이 인어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不老長生


(현재 나이에서 멈추어버림. 하지만 독성이 강하기에 부작용도 심각함)


인어가 인간고기를 먹으면, 다시 젊어짐回春


(늙은 외모를 한 인어들이 처녀를 키워서 잡아 먹을려고 함)


 


인어를 찾기 위해 인어의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할머니들을 맞닥드립니다. 할머니는 그에게 묻는다, 같이 온 사람이 있냐고? 주인공이 없다고 하자, 신속하게 벌어지는 할머니들의 행동은 섬뜩한 연출로 표현됩니다. 이런 긴박감은 책을 읽는 내내 내 곁에서 누군가가


'넌 숨을 쉬지는 마, 소리내면 우리도 들킬지 몰라'라고 속삭입니다.


 


책은 읽는 내내 긴박감과 반전, 섬뜩함을 그려내면서 재미나게 읽혀져 갑니다. 우리는 우리가 품고 있던 동화같은 환상의 인어를 찾으면 큰 불협화음만 얻게 될 것입니다. 지은이가 그리는 인어는 사람처럼 늙어가며, 젊음을 찾기 위해 살인도 멈추지 않습니다. 또한 이야기가 끝날 때에 벌어지는 반전은 허를 찌르는 듯 한, 재미!!!


 


하지만 기교나 연출 등은 분명 훌륭하지만 삶에 대한 성찰은 조금 못합니다. 뭐 만화책이 재미 있으면 그만이지라면... 하지만 나는 만화책도 하나의 책이기에 삶의 풍경을 담을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러한 체취를 많이 느끼거나 느끼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조금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주인공이나 사람들이 불로장생을 원하는데, 불로장생에 대한 고뇌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오백 여 년을 넘게 살아오고, 인어를 찾아 무슨 해답을 얻으려고 합니다. 해답이란... 죽음입니다. 즉 언어의 독으로 죽을 수가 있는데, 누군가가 그를 죽이려고 한다면 순순히 목을 내어 주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살려고 합니다. 오백 년을 넘게 살아왔으면서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그리고 자기가 찾는 답이 죽음-여기서 꼭 죽음으로 한정 짓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은 평사람들처럼 늙고 병들고 죽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이라면 순순히 걷는 것도 옳을 터인데... 그리고 필사적으로 살아났다면 왜 사는가에 대한 회의는...


 


어쩌면 지은이는 영원을 살면서 인어고기에 얽힌 사람들의 기이한 사연을 들려주려나 봅니다. 그리고 영원불면은 무해하거나 일반 너희들이 먹으면 죽거나 야수가 될 수 있으니 먹지마라고 반복적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단편이라는 태생과 이야기의 단락이 끝어지는 일회성 이야기, 앞 내용과는 단절되는 이야기 등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불로장생에 대한 이야기를 얽힌 실타래처럼 풀어 갈 수가 있지만 지은이가 어떻게 마무리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시리즈가 3권으로 나왔으니, 2권을 읽는 난, 마지막 권에 무슨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영원히 살아서 남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방황해야 하는 고통에 비하면


               지금 여기서 죽는게 편안하다"


라는 지은이의 말은, 영원불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한낮 마이동풍(馬耳東)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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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별 2004-12-0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만화책으로 나왔군요^^;;

전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했는데.. 소재가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만화책도 보아야겠네요^^

열린사회의적 2004-12-0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가 있는 줄은 몰랏는데...^^; 예전에 해적판으로 나온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은 정식판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