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 단편
히로아키 사무라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무한의 주인이라는 작가적 이미지가 많은 작용을 하였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 그의 그림체만 느껴질 뿐 무한의 주인에서 한 발 더 낳아간 삶에 대한 진지성을 쉽게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익히 무한의 주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나에게 그의 그림체는 각인되었다. 그리고 죽으려 하여도 죽을 수 없는 주인공 만지의 고통, 부모님의 복수를 향한 린의 처절함은 커다란 카리스마가 있지만, 항상 내가 궁금한 것은 주인공이 말하 듯이... 죽을래도 죽지 않을 때에 찾아오는 고통이 얼마나 처절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아직도 만화가 진행형이기에 쉬이 답을 주면 내용의 참신성이나 재미가 떨어질 수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 그의 성찰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어설픈 짐작을 하곤 했습니다. 만약에 이 어설픈 짐작이 정답이라면, 무한의 주인에서 이사로 이어지는 지은이의 작품은 하나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아직도 바다가에 발이 묶인 배에 불과합니다.

도노라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아카기 선배는, 그에게 마음이 없습니다. 아카기 선배는 단순히 학년 선배 이상인 듯, 삶의 행동이 도노의 순진성과는 차별을 이룹니다. 아키기는 청춘 해외 협역대로 잠비아에 간 다키라는 남자친구를 2년 동안 기다릴려고 합니다. 한편 도노와는 소꿉친구인 마유는 이런 도노를 보면서 힘들어하며, 도노의 친구이자 그룹 밴드인 소스케는 마유를 걱정합니다.

서로 엇갈린 듯 한 사람은...

커다란 비바람이나 폭풍은 없습니다. 도노는 하늘땅만큼 사랑을 하지만 표현을 할 줄 모릅니다. 아카기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알고 그가 믿는대로 행동을 하지만 진정 자기의 사랑을 알지 못하는 사랑치이며, 마유와 소스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갑니다.


 

 

 

 

 

 

 

 

 

사랑을 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사랑이 자기에게 왔지만 그것이 사랑인지 모르는 사람. 서로의 상처를 통해 사랑을 키워가는 사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봅니다. 큰 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차분히 읽어가기에는 부담이 없을 듯합니다.

하지마 조금 아쉬운 점은, 아카기의 사랑의 결론에서 보자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이사"일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 점은 책을 덮는 순간에 알았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이사를 위해서 아카기와 다키의 사랑은 파멸이였으며, 이 파멸은 도노와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계기가 되며, 마유와 소스께의 사랑을 키워가는 운명인 것입니다. 즉 아카기의 사랑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인 등장은 책을 덮고 나서도 "왜"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왜 그가 등장했을까요? 또한 이탈리인과 도노를 놓고 술 내기를 하는 장면도 의문입니다.

앞서서 삶에 대한 진지성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지은이가 그림 구석구석에 보일 듯 말 듯, 숨박꼭질을 하듯이 "話頭"를 던졌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하지 못하였다는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입니다. 책을 읽으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숨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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