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31살에 낀 아홉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평소의 나의 지론이지만 간혹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때가 


21살의 경리 아가씨는 나에게 마음이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평소의 나의 지론이지만 간혹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공장에 이쁜, 그리고 순하게 생긴 경리 아가씨가 있습니다. 이 경리 아가씨는 상고를 졸업하고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실장님이 경리아가씨한테 늘(?) 머리가 나쁘다고 하니, 자기도 모르게 
머리가 나쁘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100일을 넘게 지켜본 결과 머리가 상당히 비상한데, 스스로 
인지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얼굴이 이쁜 사람보다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좋습니다. 머리가 
좋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을 듯하지만, 저는 사고를 한다는 점에 한정합니다. 타고난
지능지수가 높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를 하는 점에 저는 머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리 아가씨는 일을 시키면 항상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더 낳은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책 읽기에 대한 습관이 길들여지지 않아서, 글이 긴 것은 읽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자기를 알아 주는 사람은 만나면 크게 될 것이지만 그러하지 못하면… 경리일 뿐이겠죠. 

솔직히 무뚝뚝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지 않으니 저를 재미없게 봅니다. 몇 달 째 데이트를 해 달라고 졸라도,
퇴짜를 맞습니다. 어쩌면 제가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음을 느꼈을 수도 있겠죠. 암튼 저는 21살이라는 너무 어린
나이에 크게 마음이 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한번 데이트를 해 주지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31살의 아줌마는 내가 궁금하다한다.
우리 공장에 31살 먹은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뭐가 그리 좋았는지 23살에 결혼을 하여,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이라 하네요^^ 부럽다 부러워~~ 아주머니들이랑 격이 없이 지냅니다. 사장님이 외가 친척인데도, 없는 
자리에서는 사장님을 품평회합니다. 아주머니는 항상 말합니다. "내 여동생이 있으면 니 한테 소개시켜 줄 텐데.."
라고, 하지만 꼭 자기 동생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던데… 아주머니는 저를 좋게 보았나 봅니다. 사무실에서는
일을 못한다고 혼도 나고, 실장님 눈치를 보곤 하는데, 공장 아주머니들은 일을 조금 못해도 잘 해주십니다. 어제는
잠시 목포에 갔다 왔습니다. 오후 3시 쯤에 들어오니 아주머니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를 건냅니다. "오늘 니가
안~비 한참 찾았다아이가. 늘 공장을 돌아다니는 아~가 안비니 걱정이 되가주고, 차는 있는데 아~는 없는기라. 하마
오겠지 하마 오겠지 했는데 안오고, 김나(공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외국인 아줌마입니다. 동생이죠^^)한테 물어바도
모른다카고~~ 아~가, 점심 때도 안비고… 오늘 니 얼마나 찾은 줄 모른데이, 어디갔다 왔노?" 숨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아줌마가 총각이 보고 싶었나?  "제가 뭐 잘났다고 보고 싶습미꺼예" 하니, "늘 보이던 아가 안보이니
궁금타 아이가? 공장을 천 번을 돌아도 돌았을 아~가 오늘은 안비니.." 사무실에 있는 것이 눈치가 보여서 작은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바쁜 일손을 돕기도 하고, 힘든 일에 팔을 걷어 붙이기도 합니다.*^^*  천 번은 너무 많은 횟수이고,
하루에 예닐곱은 돌아다닌답니다. 오후 작업시간도 한 시간 정도 남아서,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아주머니 일을 도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평소에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아주머니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얇은 선입관이 시간이 지나면서 굳은 진 것인지, 혹은 나를 너무 좋게 봐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머니는 사람을 딱 
첨보고 우예 암미꺼? 그거 나이 때문임미꺼 아니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겪어서 그런검미꺼"라고 물으니, 안해 본 
일이 없이 많은 사람을 겪었기 때문이라 합니다. 31살에 얼마만큼의 많은 일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눈이 예사
롭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제가 사업을 해도 성공할까예", "니는 사람이 순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고
"나중에 사업을 하면 인사담당자로 아웃소싱하겠심더, 면접 볼 때에 출장한번 와 주실 수 있지예" 

나이라는 것이 과연 숫자에 불과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무살을 갓 넘긴 아가씨는 분명 
어려보이며, 서른을 넘긴 아주머니는 연륜이 몸에 묻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연륜이 묻어난 걸까요? 
아주머니 말처럼 많은 사람을 겪어 보고 나서 얻은 혜안이 아닐까 합니다. 

21살과 31살에 낀 아홉.
21살의 아가씨를 더 이상 꼬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의 눈에는 21살의 눈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겠죠. 어쩌면 나는
31살의 눈을 가진 아가씨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니깐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겪는가에 따라서 그 깊이가 
달라지는 듯합니다. 나는 얼마만큼의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는가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아, 중요한 것은 여자친구를 빨리 꼬셔야 하는데, 21살 아가씨는 마음이 없다. 31살의 아주머니는 나를 아~ 취급한다. 
결혼하지 않으면 아~라 한다. 누가 나 쫌 꼬셔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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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8-2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카테고리 이름을 처음 봤는데.... 님의 절절한 욕구!!가 느껴집니다..-_-;;
저도 연예 꽝이라 별 도움이 되지 못하겠네요.

열린사회의적 2004-08-2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절한 욕구, 헉~~ 너무 강하게 압박을 하나^^; 님의 서재에 자주는 가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네요. 그리고 금방 님이 "무조건 읽어라"라는 책을 수박겉핧기로 읽었는데.. 월급을 쪼개어야 될 듯합니다. 항상 찾아 주셔셔 고마울 뿐입니다. 그 사랑을 되돌려 주지 못함은 죄송할 뿐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항상 별들이 당신의 머리맡에서,님을 위해 비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