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래자장가 자미 잠이 - 보림어린이 음반
보림 편집부 엮음 / 보림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책의 구성은 시디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서평은 시디를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자장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라 할 수가 있습니다.
총각이 자장가에 관심을 갖게 되다니…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겠죠^^;
저는 라디오를 즐겨 듣습니다. 지금도 FM라디오를 많이 듣는데, 부산방송의 미시타임이나
대구방송의 가요네트웍, 그리고 마산MBC의 "저에요”라고 말하는 김혜란 아줌마, 대구방송의 정오의 희망곡.
ㅋㅋ 서울방송은 살짝 뺏습니다.
이렇게 라디오를 듣다 보니, 그 중에서도 부산방송의 미시타임도 듣습니다.
눈치 빠른분들은 눈치를 챗겠지만 아줌마들 혹은 아가씨를 위한 방송이라 하여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간혹 나그네 총각들이 듣는다고 광고를 하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저랍니다. 아줌마들의 위한 방송이다
보니, 아기 상당도 많이 나오고, 특히 몇 달 전에는 특집방송으로 자장가에 대한 방송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자장가란면 브람스나 모짜르트 등의 클래식이지 우리 할머니의 품에 안겨서 부르는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금을 준들 너를 사랴
은을 준들 너를 사랴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이 노래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서구에 대한 무게가,
클래식이 더 우월할 것이라는 선입관 등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장가가 좋다는 것을,
미씨타임의 특집방송에서, 아기를 통해 하나둘씩 밝혀 내는 것입니다.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때부터 우리
전래 자장가에 대한 좋은 인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다음에, 『자미잠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당연히 우리 자장가에 대한
우월감과 호감, 궁금증이 하나도 뭉쳐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지은이는 줄기차게 자장가가 대한 좋은 점을 이야기합니다. 잠시 나름대로 보아보면,
공감, 상상력, 자연의 소리, 소음으로부터 탈출, 티 없이 깔끔하며 정제된 가락(44쪽),
몸의 리듬을 증진시키는 효과, 음에 대한 변별력을 키움으로써 음악과 자신의 관계를 원활하게 일구는
효과도 예상, 전래자장가의 전통적 수사(修辭)들은 일상과 언어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 언어교육의
훌륭한 교재(68쪽), 생애 최초의 언어 교육(86쪽) 등,
휴~~ 숨차다.
이렇게 자장가는 좋은 점이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지은이의 사고는, “모든 사물은
그 안에 자신이 지니고 있는 특성이 담겨진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17쪽)” 그렇기에 자연의 소리에
기울이고(23쪽), 이야기를 나누는 것(18쪽)이야 말로 아기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전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듣고 보는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나는 동안
나무들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동트기 앞서 창문 너머로 들여오는 참새소리, 혹은 겨울밤에
울리는 고니의 울음소리…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 하나하나가 바람처럼 쉽게 다가오지만 가을의 단풍보다
더 아름다움을 가슴에 새깁니다.
지은이는 자장가에 대해 “예술로 승화” 되었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합니다. 라디오 광고 중에, 코를 풀 때에
흥”해, 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우리 조상들은 코를 풀 때 조차도
‘흥할 흥(興)’을
썼다며 지은이와 같은 말을 합니다. 국문학에서 말하는 구비문학의 일종이니 그 시간 속에 쌓인 지혜와 바람이 묻어나지 않을까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자장가에 대한 좋은 점을 나열하였다하더라도 깊이와 논증에 있어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우선 서론이 길다길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조금 과장을 하자면 앞의 깊이가 끝까지 이어지니 바닥이 보이는
글쓰기라 할 수가 있습니다. 자기의 일상에서 묻어나는 산경험은 좋은데, 연구나 세심한 관찰에 의한 지속적인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며, 그 깊이가 눈에 보인다는 점입니다.
"우리날 전래자장가는 철저히 반복적인 리듬의 주기(주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단순합니다.
가령아이를 재울 때 토닥토닥 하는 엄마의 손장단을 자연스러운 주기를 반영합니다.(75쪽)" 지은이는
"전래 자장가 = 반족적인 리듬의 주기"라는 등식으로 봅니다. 전래 자장가가 엄마의 손을 타 반복적인 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인지,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에 맞추어진 것인지는 더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장가는
예술적 승화를 이루어내면서 리듬에 대해서는 아주 단순함에 그친다는 것이 불협화음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오른쪽(아이의 귀가 엄마 심장 가까이에 안기는 자세)으로 앉아서 손을 토닥토닥거리며, ♪자장자장♩
우리아가♬ 하는 것은
아기는 엄마 품에 안겨, 온기와 엄마의 심장소리와 토닥거리는
손놀림 등을 하나로 인식하며, 그 속에서 포근함과 안정을 느낀다
『접촉』의 글쓴이 데스몬드 모리스는 말하고 있습니다. 아기가 울거나
보챌 때, 엄마가 아이를 가슴 품에 안고 흔들며 손을 토닥토닥거리는 것은 단순함에 그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하나에 대한 믿음이 열매를 맺지 못하니, 모든 문제는 잠시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지은이는 자기의 지식이 홀로
얻거나 만들지 않았을터인데, 어디하나 주석이 없으며 참고 문헌이 없습니다. 일상적인 것에서 소중함과 깊이를
이끌어 내는 점이나 우리 자자강에 대한 우수함을 논(論)하는 것은 좋지만, 글은 솔직히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전래 자장가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책을 읽어 보아야 할 듯합니다.
(앞서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시디와는 별개로 책에 대한 평가입니다. 그리고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가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지만 시디가 좋으니, 책을 놓기에는 시디가 아깝고 시디를
사기에는 책이 아까우면 어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