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과 금 11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극한 상황속에서 자아는 무엇을 찾을 것인가?

“마음이라는 것은 항상 무엇인가가 차 있다. 그것이 신념이든 분노이든 상관은 없다. 마음을 가득 메운 것으로 인해 사람은 집중할 수가 있으며 공포를 이겨낼 수가 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 공포는 물 밀릴 듯이 밀려오고 급기야는 상황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스스로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보통 사람이 빠지는 일반적인 경우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공포가 엄습해와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며, 평상심을 유지할려고 한다. 어쩌면 지은이가 보여줄려는 것인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일런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진리는 상당히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파랑새 처럼 가까이에 있다. “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以後求戰), 패병선전이후구승(敗兵先戰以後求勝)

주인공은 몇 번의 극한 상황을 넘기게 됩니다. 그 첫번째가 첫권에 나오는 판단이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지 모르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댓가는 어마어마한 금액. 하지만 조건이 있다. 판단을 최대한 빨리 해야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절대숙명은, 시간은 금!! 시간을 늦출수록 돈은 줄어들고 급기야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은 사라지고 맙니다.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라고, 다시한번 시간과 금전 사이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합니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사람들은 냉정하게 판단할 수가 있을까? 두번째는 희대의 살인마를 지키는 임무입니다. 물론 혼자가 아닌 몇 명이 하지만 교대로 돌아가며 그를 감시합니다. 하지만 살인자는 무차별적이며 동정심은 눈꼽 만큼도 없는 사람.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냉정해질 수가 있을까요?

지은이는 지피지기 백전불패라는 의미를 곳곳에 드러냅니다. 살인자와의 치열한 심리 게임이 벌어지는데, 이는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중간쯤에서 도박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치열한 심리와 머리싸움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만남이 동등한 게임이 아니라는 변수가 놓여져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의 주인공은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러한 진부한 상황의 전개는 내용을 자칫 지루하게 할 수가 있으며, 과연 "운"이라는 하나만으로 극을 풀어간다는 비판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은이는 “히라이 킨지” 통해 우리(주인공)에게 죽음을 강요합니다. 죽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6권) 이 죽음의 의미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가 무기를 든 자와 싸우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가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은연중에 일본의 현실을 비판합니다. 일본에서 부자가 되는 원칙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 1, 현금을 지니지 말 것. 2, 빚을 질 것. 3,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사둘 것(5권) 항상 부동산을 사지만 현금이 없이 빚만 있습니다. 부채가 재산이라는 것은 경영학에서는 상식입니다. 부채가 재산으로 포함되니,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자산의 가치는 그만큼 높게 책정이 됩니다. 현금이 없으니, 세금 걱정도 없습니다.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부동산. 100원 짜리 과자 한봉지 팔아 30원 남기는 것이 아니라, 10억 짜리 아파트 사서 배로 등쳐 먹는 장사!(--이는 [한국의 부자들(위즈덤 하우스)]에서 부자들의 돈 버는 방법과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그들은 돈을 빌려서 부동산을 산 다음에, 다시 팔아서 빚을 갚고 다음에는 재산을 늘린다. 여유자금이 있으면 주식에 투자한다. 열심히 땅 파서 혹은 믿음 하나라는 상도(商道)는 최씨의 소설에만 존재하는 듯… 즉 상도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은 십년에 한 면 나올까말까하는 신문기사에 불과하다)

긴지씨의 꿈은 재벌 위에 쓰는 것! 재벌 위에 군림합니다. 가능한 일인가라고 국회의원이 물어보자 그는 “대장성이 은행의 융자를 법적으로 제한을 한다”라는 법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은행이 스스로 돈 빌려준 것이 일본 거품 경제를 일으킨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대장성)은 돈을 빌려 주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검토 작업을 민간 용역을 맡기게 되고, 이를 무는 것은 긴지씨입니다. 과연 독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가와 어떻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의 가치과 내지 철학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그가 아무런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점이 생기게 됩니다. 긴지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은행은 불량 채권을 무진장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거대 자본의 투입을 요합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커다란 금융대란이 온다. 어디서 많이 듣을 내용이 아닌가요? 난 몇 년 전에 우리 언론에서 본 듯합니다. 어머어마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는데… 그 뒤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옛말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경우는 경우가 아니라고 하는데… 정부에서는 내 세금을 어떻게 썼는가에 대한 회계감사라고 벌러야 하지 않는가요? 혹시 벌써 감사가 끝났나요? 아무튼 위와 같은 일이 일본에서 먼저 일어난 듯 합니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킨지는 공적 자금의 투입을 예단하고…


지은이는 심리학을 전공하였다고 합니다.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든 하였든, 그의 작품에는 심리적인 흐름이 많이 풍깁니다. 이러한 연출이 실력이 아닌, 심리적 우위에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심리 만능을 연상시킵니다. 아울러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을 가장 극한 상황까지 몰고가는 그의 심리 묘사는 어쩌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연관성이 많이 희석되었다고 밖에는 보여지지가 않습니다.

아울러 작품이 가다 만 것을 11권을 읽고 나면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긴지씨가 꿈꾸는 세상이 과연 어떤 모습인가는 아직 꾸어야 할 머나먼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루 빨리 지은이가 방황에서 돌아와, 깊은 고뇌를 이야기를 풀어가길 기다립니다.

덧붙임: 도박에 "도"짜도 모르는 내게 도박은 넘지 못하는 뫼이다. 온라인 게임의 맞고도 치지 못하는 내게, 지은이가 들려주는 도박은 많은 부담이 되며 그냥 따라 흘러갑니다. 치열한 심리묘사를 통해 이야기의 전개는 놓치지 않는다 하여도 극적인 재미는 반감되니 어쩔 수 없는 아쉬움입니다.

지은이는 일본 현실과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할 말이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경마라는 거물 내기에서 경마를 통한 심리적인 묘사와 그의 꿈에 한발 다가가는 히라이 긴지에만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경마꾼을 사로잡는가에 대한 심리적인 묘사는 미미합니다. 그 긴 말을 다시 듣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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