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박 라 연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
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가끔...전기가...나가도...좋았다...우리는...

새벽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 별 두서넛
이 다투어 빛나고 있었다 전등의 촉수를 더 낮추어도 좋았을 우리
의 사랑방에서 꽃씨 봉지랑 청색 도포랑 한 땀 한 땀 땀흘려 깁고
있지만 우리 사랑 살아서 앞마당 대추나무에 뜨겁게 열리지만
장안의 앉은뱅이 저울은 꿈쩍도 않는다 오직 혼수며 가문이며
비단 금침만 뒤우뚱거릴 뿐 공주의 애틋한 사랑은 서울의 산 일번
지에 떠도는 옛날 이야기 그대 사랑할 온달이 없으므로 더 더욱

위의 작품은 내가 군시절에 처음 접했습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군대 동기인, 
윤경호라는 이가 사 준 신춘문예 책에 씌여져 있었습니다.

항상 십이월이 다가오면 손이 떨리는 증상이 있는데... 아마 이 모습이 학구파로
비추어졋나 봅니다. 하지만 몇 년 째 잠시 손만 떨라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두번째 하지만, 위의 시는 내가 일상으로 
올때에 따라와서는 
내 그리움을 적시는 시입니다. 

나는 시가 좋아서인지 친구가 좋아서인지 모른체,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를 읽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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