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의 사상흐름 : 지식인과 그 사상 1980 - 90년대 당대총서 13
윤건차 지음, 장화경 옮김 / 당대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아주 어릴 적 부터 하나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른들이 항상 누구를 존경하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나는 쉽게 대답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내 오만함이나 자신감이 넘쳐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무지에서...ㅜ.ㅜ 조금은 여유롭게 혹은 부모님들의 열성적인 교육적 환경에 자란 아이라면 집에는 위인전기가 장식장처럼 좋은 자리에 모셔져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먹고 살기가 바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내게, 어머니 아버지가 세상의 기준이자 전부였습니다. 그분들의 부지런함과 사람을 대함은 진실로 본받을 만 하지만 세상을 좀 더 알고 싶은 내 욕심은 채우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옛 위인의 이름이 친구들의 입에서 줄줄, 장마비처럼 쏟아질 때면, 난 부끄럽지 않다라고 자위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먼산을 보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굵어지면서 하나둘 만나는 위인의 글, 한 줄 정도를 읽고는 전부 읽은냥 자랑스러워하며 떠들곤 했습니다. 학교 공부에 몰두하지 못하고 책을 쪼끔씩 읽은 동안 말재주는 늘어 났으며, 이제 역전환이 되어 아이들은 나를 다른 눈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 이런 착각도 스스로의 짐을 벗겨내지는 못합니다. 즉 난 말을 타고 산천을 주유한 것이지, 걸어다니면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와 풍경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하기에 간혹 친구들에게 비판을 받는 것이, "너는 너의 생각이 없으며, 온세상의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져온다, 니 생각을 말하라."라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아직 체계화 되지 못하고 한두개의 언어를 외워서 이야기 하고, 내가 말을 옮기는 사상가들의 가치관을 깊이 있게 거슬러 내지 못해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간혹 머리에 스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난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을 보고 싶은 욕심에 빠졌고, 찾는 책 중에 하나가,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입니다. 4여년 전에 신문을 통해 잠시 보았지만, 지금에서 내 곁에 온 책. 난 지은이의 눈으로 본 한국의 사상을 읽으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좀 더 체계적으로, 내 생각을 말해야지요.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읽기를 하여야겠지요. 그럼 내가 비판적으로 읽은 지은이의 세계관을 따라가 보실레요?

3일이 지난 다음,
책은 3일 동안 계속 읽었습니다. 공장에는 출석수업이라는 좋은 핑계를 되고서, 방통대학교 출석수업에 참석하여 책만 읽었습니다. 시험기간이 다 되어, 지금 마무리를 짖지 않는다면 언제 될지 몰라서, 교수님의 열성적인 강의를 배반하고 고등학교 때 처럼 덩치 큰 사람의 뒤에 앉아서 계속 읽어나가섰습니다. 3일 동안 열심히 읽은 책을 조금 풀어 낼려고 하니... 몇 번이고 망설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책에 대한 글쓰기를 하여야 할까? 몇 번을, 몇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 보았지만 답은 하나입니다.

나를 위한 글쓰기이지 남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이상, 나 자신에게 솔직하자!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지식인과 내가 친구들에게 듣는 말 중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슬프게도,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이 과연 누구를 본보기로 삼았냐 하는 점입니다. 선진지식을 받아 들임에 나라의 관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사회적 현실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통해 사상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선보이는 혹은 낯설어 보이는 몇 몇 외국 이론을 최신이론인냥 토해내는 듯한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유럽의 몇 몇 나라와 아메리카의 나라, 우리는 제3세계에 살고 있으면서 제국주의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하는 환상을 읽는 듯해 많이 씁쓸해졌습니다. 스스로의 고뇌에 찬 비판이 아니기에, 개구리밥처럼 그들의 이론들도 강물에 이리저리 뜨 다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즉 그들과 난, 사회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할지라도(?) 내 안에서 해답을 찾을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여쭙쟎은 지식 하나로 무장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은이의 노고에 의함이겠지만 나름대로 치열하게 자기의 주장을 펼치고, 민중(시민)에 대한 따스한 배려와 그들의 사상 설전을 많은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자기 배가 부른데, 굳이 남을 챙기는 모습에서 과연 지식인이란 저런 모습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에 말하겠지만 지은이는 지식인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불안해 보이지만, 계속적인 탐구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오늘날의 지식인이 있다는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고 진보적인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위의 말은 관념론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다시 생각을 되내여보지만, 과연 내 머리에 얼마 만큼의 지식이 쌓였는지는 의문입니다. 지은의 탐구에 대한 저의 개인적 시간차가 심했습니다. 서기 1970년대 생(生)인 제가 80~ 90년대의 사상을 읽어내고 비판한다는 것 자체는 아직 무리였습니다. 몇몇 낯익은 이름이 나와 기분이 좋았지만 많은 사상가들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아울러 작은 책에 많은 이름들이 거론되다 보니, 그들의 사상을 지은이의 핵심적인 몇 몇 단어로 요약을 하였습니다. 과연 한 사람의 잣대를 단 몇 줄로서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점은 저에게 의문점이며, 내가 처음 만난 사람을 이런 금(線)을 긋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라는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몇 몇 아쉬운 점은 지은이는 과연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그리고 앞서서 말한 지은이의 개념 설정을 하였는가라는 점입니다. 제가 잘못 읽지 않은 이상, 그는 이 책에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평소에 마음으로 잣대를 긋어 놓은 금이 일방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나는 지은이가 말하는 진보의 몇 몇 지식인을 무작정 수용하여야 하며, 보수를 인정해야 합니다. 언어의 정의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점이 책을 덮고 나서 들었습니다.

지은이의 치열한 노고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하지만 1980 ~90년대의 지식인에 대한 개념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지은이가 거론하는 인물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공부가 결여되어서, 수박겉핧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너무 성급하게 책을 접하지 않았나 생각을 가져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그로 인해 좀 더 성숙한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다음에 다시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한동안 친구들에게, 니는 남의 이론을 빌려와서 그럴 듯하게 이야기한다는 말을 더 듣을 듯 합니다.

추신: 1980년 ~90년대의 한국 지식인의 사상을 개괄적으로 서술했다고 말하면, 너무 단순화시켰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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