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은 알지요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시골길을 걷다보면, 항상 머리위에 달이 떠있습니다. 간혹 혼자걷기가 심심하면 달을 보며 달리기 내기를 하자는 둥 하며 이야기를 걸곤했습니다. 그러면 달은 수 많은 별들 중에 하나가 아니라 나와 어떠한 깊이와 인연으로 엮인 관계가 되며, 난 그를 하나의 생물체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곤 달리기를 합니다. 늘 반복되는 밤길이 지겨워질 때면 난 이렇게 하곤 했습니다. 아마도 그 때 까지는 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은 물론 이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지만, 달에 토끼가 살고 있지 않는 것을 안 이상, 제게는 그저 평범한 별들 중에 하나에 불과합니다. 또한 반 시간을 혼자 걷든 밤길을 이제는 자동차로 5분이면 다가가니, 그저 옛추억일 뿐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옛추억일지 모르지만 다른 이에게는 살아가는 이야기, 내 10여년 전의 이야기가 현실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와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나에게는 추억이고, 그에게는 현실.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아마도 내 나이가 이 아이 또래때 이런 추억을 가꾸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지금에서야 알았습니다. 현실은 변함이 없고 나만 변화는데... 나는 세상이 변한다고 합니다. 하하~~

이야기는---송화가 검둥이와 친구가 된 날, 할머니는 불길하다고 쫓아 보내 버립니다. 할머니는 송화의 외로운 마음도 모르고... 송화는 검둥이가 걱정이 되어 달님에게 묻습니다. 검둥이가 어딘에 있는지 달님은 알지요? 송화에게 아마도 달님은 신(神)적인 존재입니다. 여기서 신이라는 의미는 위에 있기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단순성, 달과 내가 동일 선상에 서 있다는 생각에 달리기를 하자며 뛰어가는 내 어린시절과 똑같습니다. 송화는 달님에게 검둥이가 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손합니다. 그것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자 친구에 대한 외로움의 표현입니다.

검둥이로 인하여 송화는 조금 밝은 성격을 지니고, 영분이와 속내를 털어 놓는 친구가 됩니다. 차츰 영길이와도 친구가 되며, 검둥이와 추억도 쌓아갑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하는 무당은 싫어합니다. 또한 집 나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짙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지은이의 역량은 조금 어설프 보입니다. 이야기의 구성이 매끄럽지 못하며, 끝장면에서 할머니에게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합니다. 또한 아버지가 성공하여 돌아오는 장면 역시, 억측스럽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다 보니... 물이 그릇에 담기지 못하고 넘친 형상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지은이가 하는 말이 제게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어린 송화가 되어 고향의 들녘에서 뛰어놀았습니다. 마음속에 고향을 지니게 된 것을 또한 고마워 할 줄 알게 되었고요" 아스팔트로 인하여 점점 삭막해져 가는 우리의 일상에 조그마한 추억과 신선한 향내를 선사해 줌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자연에서 뛰어놀게하였으면 합니다.

이 책을 읽으므로 해서,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사는 동안 잊어버린, 지난 날 내 어린시절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