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0
김미경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안을 생각한다. 대안이라는 말만 붙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動)하고, 머리는 벌써부터 반긴다. 아마도 현사회에 대한 희망을 다름아닌 대안에서 찾으려는, 어쩌면 무인도라는 환상의 섬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의 세기가 어떻게 벌어질지에 대한 많은 논의(論議)들을 논외(論外)로 한다. 왜냐하면 미래이든 대안이든, 다가올 현실의 우리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기에...

지은이가 보기에 현사회는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의지에서 발명된 생산품들이 다시 산업쓰레기가 되어 우리 일상을 뒤덮고', 참을성이 없으며, 돈에만 너무 마음이 가 있다. 아울러 '인간들의 편리함과 이기주의를 충족시키기기 위해 생태계를 변형시기키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인간만저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변종(11쪽)'시키다. 하지만 이러한 놀이에는 미래에 대한 대안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소비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만 한다. 지은이는 한 치 앞을 모르는 미래에 대한 걱정 혹은 왜곡의 악순환을 차단시키기 위해, '성 위계적 분업구조'를 분석하고 여성주의적 대안으로 내어 놓을려고 한다.

하지만 의욕적인 글쓰기는 지은의 푸념이나 일상적인 경험에 의한 일반화를 한다. 혹은 검증되지 않은 결과물로써 자기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묘사하며, 대안적 미래에 대한 깊이가 상당히 원론적이다. 간혹 보이는 독일 사회에 대한 편파적인 시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첫째, 글쓰기가 너무나 엉성하다. 논리적인 깊이가 없다. 그의 글쓰기는 오락가락하는 경향도 몇 몇 보이는 불안한 글쓰기다. '가부장적 사회의 청소년 문제(68쪽)'에서 가부장적 사회가 청소년의 성의식이나 관계에 미치는 경향은 고찰하지 않은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리고 청소년의 성의식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원론적인 글로써 마무리를 짓는다. 아울러 유연한 노동 시장에서, 가장 먼저 퇴출되는 성(成)이, 부양해줄 '가장'이 있는 여성이라는 점에는 이분법의 시야이며, 논증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여성학적 시각으로 봤을 때 이 80%의 인구에는 노인과 청소년을 비롯해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함(73쪽)'이라 하면서 뒤에서는 '빈곤의 여성화'가 더욱더 심화되어간다며 성을 다시 이분법으로 나눈다. 노동사회에는 남성과 여성만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여성에 대한 왜곡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둘째,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글쓰기를 통해 사회문제를 일반화 시키고 있다. 아울러 현사회의 문제를 독일과 비교하여, 마치 그곳이 이상적인 모델인 비유하는 경향이 짙다. 앞서서 말한 '가부장적 사회의 청소년 문제' 부분이라든가, '여성은 가부장제 유지에 어떻게 기여하나(42쪽)' 등은 개인적인 글쓰기이다. 또한 다른 여러나라들을 성찰하여, 독일이 이 부분에서 대안으로서 바로미터가 된다면 그의 글쓰기가 참신하지만 그곳에 산 경험으로 전부인냥 묘사하는 장면은 깊이가 없다.

세번째. 이 부분이 가장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고학력 여성들의 취업은 이제 더 이상 남편에 대한 보조적인 수입정도의 의미에 머문다고 할 수 없다(30쪽)' 지은이는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여성주의니, 가부장적 제도니 하는 논의를 가지고 왔습니다. 즉 산업사회나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에 가해지는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아닌, 고학력자들이 노동의 유연성으로 인해 너무 쉽게 짤리니, 이를 극복하자는 요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너무 뻔뻔한지, 때로는 여성을, 때로는 청소년을, 때로는 노인들을 데리고 와서 자기의 주장을 펼칩니다. 그렇기에 때문에 글에는 일관성이 없으며 더불어 대안으로서의 혜안(慧眼)을 엿볼 수가 없습니다.

지은이는 일반여성이 아닌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기대하는 가정(30쪽)'들에 대한 동류의식에 의한 글쓰기를 한다. 즉 가부장적 체제에 의한 총체적 혹은 우리나라의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돈을 더 벌어, 쓸려고 혹은 배운 것을 써 먹을려고 하는데, 사회가 받아주지 않는 화이트 칼라 여성에 대한 대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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