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3
구춘권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하여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빛의 속도 만큼 줄어든 느낌을 받곤합니다. 이렇게 안락한 여유를 누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T.V에서 세계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행위를 목격할 때면 감정적으로 수긍을 합니다. 세계화를 몸소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름아닌 저입니다.

세계화에 대한 막연한 반대나 감정적 비판을-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명확하게, 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가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지은이가 바라보는 세계화는 인류의 공동 행복에 대한 대안적 탐구가 아닌, 현실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자본가들의 투기에 대상일 뿐이라는 분석을 내어놓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그는 새로운 세계화를 구축하자고 제안합니다.

'자본주의 개념 자체에 이미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시장을 창출하는 경향', '자본의 논리라기보다는 전 지구적인 의사소통 수단 및 대중교통 수단의 신속한 확산을 통해 가능해진 '원거리 행위'의 심화 과정', '불평등의 생산(19쪽)', '더 많은 이윤 및 높은 시장 점유률로 표현되는 경제적 지배(28쪽)', '화페.금융자본의 국제화(24쪽)' 등, 이렇듯 국제화는 다양한 시야를 형성한다. 하지만 지은이의 시선은 금융자본의 국제화라는 초점에 맞추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가 보기에는 이러한 금융자본의 형성이 심각할 정도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백년이 채 되지 않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을 읽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포드주의가 등장한다. 하지만 공급만큼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서 공황이 발생하고, 공황은 다시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잉태한다. 그렇지만 너무나 아니러니컬하게도 '기술적 패러다임으로서의 포드주의는 세계경제 대공황의 한 원인이었으나, 축적체제로서의 포드주의는 대공황의 파국을 경험하고서야 정착(38쪽)'을 합니다. 이러한 전쟁을 피해를 입지 않은-경제 공황의 시발점이기도 한 미국은 전후 성장 과정이 포드주의의적 생산체제를 심화한다면, 전쟁의 참허 속에서 다시 부활하려는 유럽의 재건은 포드주의적 생산체계의 관철과 학산을 잉태한다(47쪽) '엄청난 공급의 확장과 이에 턱없이 뒤처지는 대중수요 간의 거대한 격차'를 인지한 세계는 대안으로서 '복지국가' 혹은 '사회국가'로 알려진 '경제에 대해 강력한 개입을 수행하는 케인즈주의적 국가(50쪽)'를 탄생시킵니다. 아울러 임노동관계에 대해 노사측이 함묵적 합의-'국민경제걱 차원에서 임금량과 임금수준의 항상적인 역동성을 보장(51쪽)'-를 이끌어 냅니다. 위와같은 제도는 한 시대를 풍미할 만큼 모두(선진자본주의)에게 인정을 받으며, 대량생산을 통한 대량소비를 구축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를 이루어낸 포드주의적 축적체제는 1960년대 후반에 들어 서서히 그 한계(57쪽)' 드러내기 시작하며, 신자유주의라는 '매우 잡다한 이데올로기의 혼합물'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공급측에 대한 지원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66쪽)'하겠다는 야심찬 장미빛 미래를, 노동계급을 포함한 일반시민에게 약속을 한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국가 개입의 억제, 그리고 탈규제를 통한 시장의 힘의 자유화(67쪽)'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포스트포드주의적 축적체제라 불려질 새로운 축적체제를 태동시킨다.(69쪽~75쪽) 더욱 놀라운 것은 '포스트포드주의적 축적체제는 포드주의적 축적체제에 비해 대단히 불안정(74쪽)하며, '금융지구화(79쪽)'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이다. 즉 제3세계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채무관계가 신자유주의와 상당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의 글은 지구화라는 추상체를 포드주의적 체제에 입각하여, 상당히 간결하지만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사회에 대한 대안적인 모색은 하나의 답이 존재하지 않으며, 스스로 끊임없이 해답을 찾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화에 대한 개념이 저처럼 부족하다면, 필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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