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티베트 여행 에세이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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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그러니깐 티벳... 


타의에서든, 자의에서든 티벳은 어쩜 우리에게 오리엔탈리즘의 프리즘에 갖혀있다. 그곳에 가면 지구 위에 존재하는 도시이며 누구의 말처럼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물이 부족하여 때때옷을 입고 있지만 선한 웃음 만은 잃지 않고 있으며, 신에 대한 귀의를 꿈꾸며 입 마디 마디에는 따시달레와 손에는 마니콜로(일본식 표현 마니차摩尼車)가 돌고 있으며, 두 발은 포탈라궁과 조캉 사원을 코라 도는 일로 일상이 영위되는 그런 곳으로...

티벳을 다녀온 지 3년이 지났고, 바코르에 서성이기를 일주일 간 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티벳을 가게 되면 무엇이 볼 것있냐고 물어온다면 포탈라궁, 노블랑카, 세라, 드레풍, 멀게는 남초호수, 암드록초, 융브랑카 등을 줄세우고는 [바코르-조캉]이라고 말한다. 하루 정도 조캉을 보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한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무엇을 보면 좋겠냐는 물음에 [바코르-조캉]이라고 들려준다. 그러면 그는 말한다. 볼 것을 또 보느냐고. 그러면 나는 묻게 된다. 한 번 본 것이 전부이냐, 한 번으로 본질을 볼 수 있느냐, 바코르가 오래된 건물 쯤은 유산인가 등...

[바코르-조캉]에는 티벳 사람이 산다. 그 사람들은 맞다.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물이 부족하여 때때옷을 입고 잇지만 선한 웃음 만은 잃지 않고 있으며, 해가 해실바실지고 나서 바코르 거리에 비싼 카메라를 들고 온 관광객들이 빠져 나가면, 그네들은 땅거미가 진 골목에 줄지어 앉으며, 또다른 티벳 사람이 한 손에 1마오를 들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누어준다. 낮에 간절히 기도하는 대상이 신(神)이라면,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오는 지금 이 순간은 사람이다.

티벳을 여행한다는 건 그런거다. 3,500m의 햇빛 도시에서 사진 한장 찍는 것, 4,000m의 호수를 다녀오는 것으로 전부가 되어서는 아니된다. 비싼 돈을 내고 찾아가 에메랄드빛 아름다운 풍경에 5분 간 마음 뺏겨 돌아오는 것이 아닌, 그네들 곁에서 같이 아파하며, 왜 오늘날의 티벳이, 세상 가장 숭고하고 순수한 이네들이 가난에 찌들어 관광객이 떠나버린 바코르의 허기진 골목에 주저 앉아야 하는지, 달라이 라마의 기다림과 그네들의 바람이 가슴에 매여, 회족 여인이 길거리 좌판에 파는 꼬치 하나와 라싸 맥주 하나로 도미토리에 돌아와 허기진 육체를 달래야 한다. 그리하지 아니하고, 티벳을 말한다는 건 한족(漢族)과 내(觀光族)가 무엇이 다른지 물어야 한다.

가끔, 낯선 거리를 걸을 때, 내 발걸음이 모래 머무르고 내 마음이 가슴 아픈 곳이 더 오래되고, 아련하게 다가온다.

지은이의 발걸음은 분명, 내 발걸음 보다 빠르다. 하지만 그곳을 동경하는 이에게는 그의 발걸음 조차 느림이니, 다시 그곳을 찾게 된다면, 나는 그에게 들려주고 시다. 부디 오래 오래 머무르다 오시라고.

사족을 달면
-내가 바코르를 걸을 때, 서너 째 날 네팔로 너머갔다 다시 바코르에 돌아와, 같은 자리에 한 달 째 앉아 계신 사십대 아저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에게 바코르는 네팔보다 풍성하고, 눈의 집 보다 사람의 발걸음에 더 매혹되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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