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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생태여행
현진오 외 지음 / 따님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내 유년시절에 항상 곁에 있어준 것은 뒷뫼입니다. 그리고 앞뫼. 전형적인 시골농촌이다보니 교과서에 나오는 배산임수형의 지형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 뒤, 높은 뫼는 뒷뫼가 되고, 앞에 바라다 보이는 뫼는 앞뫼라 불려지는 것입니다. 겨울이면 깔비(갈비)라는 것을 하러 올라가고, 봄이 오면 참꽃(진달래, 아래 지방에서는 참꽃을 진달래라고도 부릅니다)을 꺽거나 따먹으로 올라갑니다. 뫼 중턱에 파란 솜 같은 것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면 봄이 와연하다는 것도 알게되죠. 어쩌면 특별한 놀이기구가 없기에 자연이 가장 편안한 기구이자 벗이 되어 준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얼마만큼 뫼를 사랑했는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누군가가 이름 없는 꽃은 없다고 해죠. 우리가 그 꽃의 이름을 지어주고도 모를 뿐이지. 올해도 어김없이 참꽃이 피겠죠. 하지만 뫼에는 참꽃만 피는 것이 아닌 수많은 식.동물들이 한울타리에서 지내는데... 전 참꽃의 이름만 기억하며, 나머지는 산에 그냥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설악산이라는, 내 고향과는 조금 멀리 떨어진 어느 뫼도 수많은 식.동물들이 살고 있었으며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이름이 불려지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정말 생소한 이름들의 꽃들이 나오며 많은 사진들이 알맞은 자리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설악산, 생태기행 . 단순히 정상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고함을 부르는 것이 아닌, 뫼 속에 사는 다른 이들을 만나보며 그들과 우리는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책. 물론 여기에는 식물에 관한 이야기-특히 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지은이는 '설악산 생물권보전지역을 찾아오는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탐방객들이 설악산 생태계의 아름다움과 뛰어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책을 펴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설악산을 찾는 학생, 가족, 일반 관광객들이 기존의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주변의 생태계에 대한 흥미롭고 유익한 관찰을 하는 것을 돕는 안내서'입니다. 지은이는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뫼가 몸살을 앓고 있기에,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할 것을 부탁하지만 그곳에서도 설악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이 책을 구성하였습니다. 아울러 많은 사진들은 어떠한 설명에 대해 쉽게 기억되도록 해 줍니다. 다양한 꽃과 설명 등은 이 작은 책을 이렇게 알차게 만들 수도 있구나라며 절로 감탄사를 나아내게 합니다. 또한 사진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그림으로 표현한 점(64쪽)이나 물벼룩 등이 움직이는 모양을 돋보기로 그린 점(53쪽)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새로운 장이 시작 될 때 마다 이렇게 해 보자라는 점과 설악산에서 관찰한 생물을 표시해 보세요라며 사계절별로 분류한 것(101~121쪽)은 지은이들의 수고를 엿볼 수가 있으며, 또한 책을 읽은 다음에 가방에 담아 직접 표시할 수 있도록 알맞게 제본이 된 상태입니다.
정말 내가 뫼를 좋아하고 사랑한다하면서 '무엇을 사랑했나'라고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또한 자연보호니 환경보호니 하면서 어떠한 실천적 행위를 강요는 덜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있는 그대로(自然) 곁에 두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아울러 이 책이 설악산에만 머무르지 말고 우리가 숨쉬는 혹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모든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비록 설악산에는 가보지 않(못)하더라도 우리집 뒷뫼에 대해 더 애정을 가질 것이며 나름대로 애쓸 것입니다.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고 플 정도로 아름다운 책입니다.
자연보호에 대해 거창한 구호 대신에 따스한 관찰을 통해 더 큰 것을 일깨우 주는 책이 아닐까합니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작은 책은 설악산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챙겨가야지 하는 욕심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