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왜 하지? - 꼼꼼하게 들여다본 아홉 개의 수업 장면
서근원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여서, 손을 들고서는 '선생님 왜 공부를 해야하지요'라고 묻지는 못한체... 계속 가슴에 품어온체 살아왔습니다. 나름대로 몇 권의 책을 읽어오면서 정리된 내용이 아무래도-미셀 푸코의 추론-남의 이론을 무작정 수용한 것이기에, 우리나라 사람이 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 읽어나갔습니다.

지은이는 여덟개의 수업 장면을 통해서,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선 여덟개의 수업 장면을 통해 교사가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고뇌를 담담히 담아내며,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산골의 분교에서 수업의 이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24쪽)' 기대는 낭만적 환상이며, 교사가 교과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최소화하며(50쪽), 몸이 아파도 수업은 계속 진행되어여 합니다(112쪽). 아울러 '교사들이 [새교실]이나 [교육자료]를 베끼듯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저가를 베겨 오다시피(146쪽)'하면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교사들은 사전지식(85쪽)을 동원하여, 좀 더 다양한 접근을 할려고 합니다. 상급기관이 통제와 관리라는 관점에서 교사와 아이들을 본다면 교사들은 그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려고 합니다. 이런 여러 모습을 훓어 본 다음에 마지막장,

9장. 지은이는 자기의 글쓰기를 통해 근본적인 물음을 내놓습니다. 즉 지금까지 교사들이 다양한 시도는 자기에게 맞추어져 있지 학생의 눈높이에 가 있지가 않다, '나는 왜 아이들이 그처럼 사고하게 만들려고 애를 쓴 것일까? 언어로 표현된 타인의 사고를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를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223쪽)'에 대해 스스로 묻고 있습니다. 한 때 현직 교사였던 이가 이상을 위해 몸부림 친 고뇌가 나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하지만 몇 몇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지은이의 시선은 상급기관이 내어준 숙제를 좀 더 다양하게 푸는 문제이지, 왜 숙제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없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이 다양하고 자기가 꿈꾸는 이상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은 업무량 때문이라는 외부적인 변수로서만 한정합니다. 즉 지은이는 '교사와 학생들이 현재의 삶 또는 둘 사이의 관계는 무시되거나, 교과를 잘 가르치기 위해서 부차적으로 고려되(208쪽)'는 수업을 계속 관찰하고 있습니다. 사회학적인 관점에 대한 제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며, 그가 들여다 본 교사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공기중에 28%는 산소이며 나머지는 무엇인가에 대해 한 아이가 물과 이산화탄소라고 대답을 하자, '이 교사가 어이없다는 듯이 되묻는(92쪽)'은 조금은 권위적인 모습이 풍깁니다. 이런 장면은 실험 도중 풍선이 터지자, 놀라지 않았니 하는 걱정스러운 물음보다 실험을 촉구하는 대답(96쪽), 길건너 교회에서 노래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이 듣는 가운데 '또 방해공작이 시작되었군(99쪽)'이라고 말하는 장면, '과거에는 교사가 학생을 체벌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136쪽)'지만 지금은 체벌함으로써 자기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에서는 말문이 막힙니다. 체벌에 대한 반성이 없으며, 학생들을 다스리기 위한 수단으로 체벌밖에 없다고 한정하는 지은이의 모습은 보기에 안타깝습니다. 꼼꼼히 들여다 본 모습은 조금 현실적이였을는지는 몰라도, 학생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없기에 방관자적 입장 밖에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대안은 지은이의 사고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조금의 아쉬운 장면이 여럿 보이지만은 지은이의 진지한 고뇌(마지막 장면)가 새삼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더욱이 지은이의 의지대로 가르치다가 학부모와의 마찰. 하지만 학기말에는 거꾸로 그를 붙잡는 모습에 참 잘 가르친다는 착각으로 마무리 지었어도 되는데, 한 학생의 입을 통해, 선생과 학생간의 믿음에 대한 고뇌는 무엇보다 값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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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별 2004-12-0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사회의적님에 리뷰는 언제나 장점과 단점 모든 면을 비추기 때문에, 책 선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네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열린사회의적 2004-12-0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아침에 들어와서..^^ 정말 설렁한 서재인데, 많은 리뷰를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하하~~ 한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교육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답니다.

그리고 님께서도 얼릉 책을 읽고서 글을 올리시면 제가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의 아쉬움이라도 있다면 훌훌털고 가시길 바랍니다.

님께서도 날씨가 추워지는데.. 항상 몸 건강하십시오. 진심으로 비손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