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마을 이색기행 - 색다른 풍경과 풍물, 숨겨진 마을문화를 찾아서
이용한 글, 안홍범 사진 / 실천문학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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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동강과 서강이 있다. 서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혹은 물길이 세지 않아서 사람들이 찾지 않아 자연 그대로에 좀 더 친숙한 반면에, 동강은 많이 알려져 훼손이 적잖이 되어버렸다. 이런 동강에 대해 부러움을 갖고 있던 영월 군청에서 다리를 놓아 관광수익을 얻어 낸다는 계획이란다.(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것은 자연의 훼손되지만 이에 따른 수익도 무시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지방 경제 자립은 언감생시 꿈도 꾸지 못할 일이기 때문)

사람이 찾는다고 무조건 훼손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음 자세부터가 바르지 않다면, 불을 보 듯 뻔한 이치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찬바람을 쌩쌩 맞으며 1시간 이상이라도 기다릴 수가 있으며, 하루가 걸리는 먼 길이라도 발이 불어 터져도 걸어갈 수는 있지만 사람에서 그 대상이 자연으로 바뀌면 마음도 변한다. 그곳에 대한 동경이 가슴 가득 채워지면 자동차를 몰고서 휭~~하니 한 두 시간에 달려가서는 사진을 찍고 오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차근히 채운다. 정말 자연을 좋아한다면... 뫼를 좋아하는 사람이 주위에 한 분 계신다. 그 분은 뫼가 좋아서 주말 등등 시간을 내어서 종종 오르곤 하는데, 원칙 하나만은 가지고 계신다. 즉 절대 차로 뫼를 올라가는 것이 아닌, 두 발로 오르는 것이다. 뫼를 좋아하기에, 뫼와 같이 호흡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란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 한다. 이런 면에서 지은이의 성찰은 많이 부족하다.

지은이는 '오늘날 서강이 이만큼이나마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엄한 물굽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서강은 300~400미터 마다 여울목을 끼고 있어 자체 정화늘역이 뛰어난 편이다. 물론 동강에 비해 찾는 이가 드물었던 것도 서강을 온전한 모습으로 남게 한 커다란 요인(15쪽)'이라는 점을 안다. 그러면서도 여행수첩(22쪽)을 통해 승용차로 들러보러 오는 길을 자세히 알려준다. 사람과 차가 모이는 곳에 자연 그대로를 꿈 꿀 수가 있는가?

나는 커다란 어지저움증에 휩쌓인다. 지은이는 자연을 사랑하는 걸까? 내가 아는-뫼를 좋아하는 이는 두 발로 오르는데...자연을 아끼는 이가 왜 자동차로 움직일까? 혹시 그는 자연을 좋아는 것이 아니라 차로 여행을 하는 그 안락함과 쉽게 자연을 보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문명의 이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겨울이 계곡물 사이로 물러나고 그 빈자리에 개나리나 강아지풀이 피면 꽁고 얼어던 땅도 마음을 풀고 진흙을 잉태한다. 이런 들판을 한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신발보다 더 무거운 진흙을 한웅큼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다음도 신발에 붙은 흙은 해마다 반복될 것이며,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선물-봄이 다가오는 암시-이라는 것을 알게도 될 것이다. 진흙을 한번도 밟아보지 않고서 어떻게 자연을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즉 이 작품은 아쉬운 점을 몇 몇 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나누어 한 쪽을 동물원 구경가듯 한다는 점과 문명의 이기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점, 자연의 깊이에 대한 관찰력이 부족하고,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보다 운치에 대해 더 안타까워 하는 점(78쪽) 등은 아무래도, 인간적 성찰이 덜 이루어진 듯하다. 하지만 글과 어울리는 사진, 사람과의 친숙한 만남과 이야기, 다양한 시선을 통한 길라잡이 등으로 세계관을 넓히고, 아스팔트 위에서 여유를 선사하는 장점이 뭉친 책이다.

언젠가 떠날 날이 있다면 이 책을 들고서 떠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가 본 눈으로 누리를 담지만은 않을 것이다.

추신: 이 책에는 부안과 위도의 이야기도 나온다. 과연 물질적인 풍요앞에 정신적인 풍요를 저버려도 아무렇지도 않은가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외국에서는 동아시아 최고의 풍어제(114쪽)'라며 찾아오는 곳을 정부는 없애버릴려고 마음먹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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