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대담 시리즈 2
김용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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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라는 호기심이 책을 들게 했다. 아울러 e-mail이라는 영어는 다른 두 곳에 사는 사람이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 가면서 하나 둘 씩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배움을 얻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의 어설픈 착각이라는 것을!! 이 책은 세계관을 넓혀 준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기획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았다.

김용석 교수는 서양의 다양한 세계관을 들려 주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무엇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계속 이어갈려고 하는데 이승환 교수는 김교수의 말꼬리를 잡으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런 구조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감이 없고, 127일 동안 무엇을 주고 받았는지, 사회현상에 대해 하나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책을 덮고도 풀리지가 않았다. 기획 의도 자체가 명확한 논거를 던지지 않은 점도 있지만(-이는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가 있다. 즉 책 제목이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두리뭉실하게 풀어 쓴 것이리라.)

이 책은 김교수와 이교수가 어떻게 철학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열어간다. 김교수는 아픔에 대해서 고민(26쪽)을 가졌고, 이교수는 존재론적 탐구(20쪽)에서 시작되었다. 한 사람이 미시적이라면 다른 한 사람은 거시적으로 보는데, 이는 책을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김교수가 사회에 대한 본질론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를 파헤치고 대안을 찾는 반면에 이교수는 공자曰, 맹자曰 하면서, 인용구를 늘어 놓는다. 그리고 수 천 년 전의 이론이 절대 진리인냥 내놓지만 좀더 세부적인 대안으로서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는 내재화된 오리엔탈리즘으로 인해 자학 내지 피해의식에 빠진 즉,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동양의 우수성에 대한 논의를 쭉 늘어놓지만 그의 사상을 뒷받침하는 것은 서구의 이론가와 중국의 몇 몇 사상가이다. 과연 우리에게는 우리의 사상이 없는가?(또한 이교수의 대담이 논점을 비켜나거나 핵심을 잘 알지 못하는 듯한(159쪽) 부분 등이 자주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과의 대화이다 보니, 나와의 눈높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보기로 이교수가 '프랑스의 철학담론은 문화 산업 담당자들에 의해 수입되기 시작(72쪽)'했다고 하는데, 문화산업 담당자의 존재여부와 실체에 드는 의구심은 다른 책을 통해 증명을 해야 할 뿐이다. 즉 두 교수 사이에서 묵시적 동의가 이루어지면 읽는 나와는 상관없이 책장이 넘어간다. 나는 이야기의 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읽어가는 길을 택하고... 이런 순환구조를 띄고 있다. 아울러 책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느껴지는 사진발이 너무 많다. 두 교수의 얼굴 사진이 무슨 이미지와 함축, 혹은 암시성이 있는지... 조금 다양한 시선으로 다양한 모습을 담았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김교수는 대담중의 '오늘날 추구해야 하는 것은 총체성 없는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유로운 만남의 시대, 즉 '엶'의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열겠다는 것이지요. 열림과 담힘의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처음에는 닫힘이었고, 두 번째는 확장으로서의 열림이었고, 세번째는 주체적인 엶이라는 것입니다.(181쪽)를 가슴에 새기며...

김교수와 나와의 눈높이는 일치하는데, 김교수와 이교수, 나와 이교수와는 상당한 차이를 느낀다. 이교수가 조금더 열린 생각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대담을 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상당히 남는다.

추신; 이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있다면 두 사람의 세계관을 하나씩 메모하며, 어떤 이야기가 이루어지는지 정리하며 읽는 것이 좀 더 유익할 것이다. 눈높이가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색했지만 김교수의 대담은 가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감히, 학생이 교수한테 점수를 매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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