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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14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라나와 사오키의 작품(20세기 소년)을 읽으면 그의 세계관에 동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우리에게 여유를 가지고 미(美)를 관찰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내 말을 들으라 하는 투이다. 이는 그의 그림에서 보이는 사람과 공간의 묘사,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듯이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한치의 숨을 돌리려면 이야기를 저 멀리 가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잠시 엉뚱한 생각이라도 하고 다시 읽으려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한 권 씩, 한 권 씩 책이 나오는 시점을 기다려서 읽는다면 그 동안 마음은 숯처럼 새까맣게 탈 것이며, 한 몫에 몰아서 읽는다면 숨이 멎을 정도로 벅찰 것이다. 그와 나의 줄다리기는 복잡한 미로 속으로 걷는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2000년 피의 대그믐. 놀이로서의 상상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현실이 되고, 현실은 주체할 수 없는 대재앙을 인류에게 역습한다. 유년시절의 놀이를 즐기는 이들은 자기들이 꾸민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나타남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지만, 그들이 적어 놓은 이야기대로라면 지구를 구할 인물도 그들 중에 누군가다.
2014년, 인류는 테러리스트 켄지라고 불리는 그의 일당들에 의해 파멸의 위기를 맞았지만 지구를 끔찍히도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피의 대그믐은 종말을 고하지 않고 새로운 도래를 맞이한다. 하지만 켄지를 쭉 지켜보고 같이 커온 사람들은 알고 있다. 켄지와 그의 친구들은 절대 테러리스트가 아니며, 인류를 구워하기 위해 싸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정부에 의해 피의 대그믐이 끝났다는 말은 거짓말이란 말인가…?
켄지를 둘러싼 주변 인물에 의한 관계. 왕따를 당한 이가 인류에 벌이는 광란적 행위,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누나와 누나의 아이 칸나, 켄지와 둘도 없는 친구 오쵸(쇼군) 그리고 켄지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지키는 신령님, 뒤로 갈수록 의미를 더하는 동키…
유년시절의 이야기가 큰 폭풍처럼 번져지고, 칸나나 쿄코의 일, 그리고 2014년 어느 감옥,쇼쿤과 함께 탈출한 만화가 등에서 보여는 등의 내용은 적막한 호수가에 돌맹이가 던져지자 큰 파문이는 이는 것 처럼 이야기는 엄청나게 번져가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계속적인 호기심의 자극(몬스터에서 등에서 보여지는 그의 연출력)을 통하여 긴장감 속에 재미를 추구할 수가 있지만 자칫 고무줄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가 있다. 드라마가 조금 재미가 있으니, 재편성을 하여 방영을 조정하 듯, 이야기가 재미 있으니 줄줄 늘이는 것이 된다면 처음에 가졌던 긴장감은 산산히 물거품이 될 것이다. 더하고 덜함의 미학을 아는 작가라면 명작(名作)을 내어 놓을 것이다.
동키가 달에 대한 미련(14권)은 문명의 이기에 대한 지은이의 걱정이 아닐까? 과학은 속임수로 사람들은 자연에서 몰아내고, 그곳에 황페한 시멘트로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사람과 자연을 위함이 되어야고 한다. 동키의 마음이 칸나에게 전해지는 것은 켄지의 가치관이 지구를 구하는 것이 아님을 나타낸다. 즉 켄지는 악의 제왕과 싸울 용사이며, 동키는 칸나에게 미래에 대한 예지를 전해주는 초월적인 존재이다.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렀는가? 그렇지 않고 계속되어지는가…
여담; 버추얼 게임은 예전에 마이클 클라이턴의 [폭로]라는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새삼스럽게 친근함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