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창비아동문고 166
이상권 지음, 정수영 그림 / 창비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시골에서 스무해를 넘게 자란 나이지만 이 책을 보면서 세상 풀꽃의 이름을 새긴다.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아이가 동네에서 뛰어놀다가 다쳤다고 몸에 알맞은 풀꽃을 찾아서 치료해줄 여력은 없었다. 손에 딱지가 안고나서 시간이 지나면 아물 듯이, 자연치유에 몸을 맞길 뿐 이였다. 이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생긴 만큼, 내 아이가 뛰어 놀다가 다치면 다시 책을 펼치고서는 지은이가 들려주는 대로 정성스레 약을 다리듯이 치료해 주리라고 속으로 다짐을 한다.

정말 고마운 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26여일 동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담겨져 있어 여유가 없어 보인다.(책은 1,2부를 통해 두 번의 여름방학이 끼여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하루에 하나씩 사고를 쳐야만 하고, 그때에는 할머니나 큰어머님 등이 나타나셔셔, 무엇이 문제인고 묻는 산신령처럼 좋은 해답을 던져준다. 즉 책을 읽다가 보면, 삶 속에 들풀들이 우리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이 아니라, 들풀의 효능을 알리기 위해 주인공의 삶을 억지로 집어 넣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곳곳에 들어있는 삽화는, 박재동씨가 오세영씨를 보고 소똥을 그릴 줄 아는 작가라고 칭찬한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면 그 말의 위대함을 실감할 것이다. 지은이는 책상에 앉아 그림책을 보고 머리로 그린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최소한 농촌에 가서 실물을 보고 그렸으면 하는… 이런 바람은 지은이의 글쓰기에도 나타난다. 엉성한 사투리는 드라마에 나오는 서울 사람들의 녹녹치 못한 사투리를 닮았다. 초등학생은 사투리를 쓰는데 반하여 할머니는 표준어나 “~해요”체를 쓴다는 것도 이상하다.

너무나 좋은 취지에 의해 글쓰기였지만 부분적으로 보이는 2%부족함이 읽기에 너무 힘들다. 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읽는다면 한쪽 눈을 감고 읽기를 바란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들풀에 대한 이야기에만…

아이들의 눈높이를 너무 낮게 잡거나, 아이들이 볼 책이기에라는 마음으로 혹시라도 글을 적는 사람들이 있다면… 잉크를 묻지 않길 바란다. 어른들은 최소한의 시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자연빛을 닮아 자연이 뿌려주는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자칫 엉성한 글쓰기가 어린아이들에게 한 세상 만 보게 할까 두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