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존 라이언 지음, 이상훈 옮김 / 그물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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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 시절은 항상 춥고 배고팠지만 웃음이 곁들여 있었다. 그것은 슬픔 속에 눈물이 묻어나 듯, 둘은 붙어 다녔다. 특히 추운 겨울이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은 뫼아래 자리잡은 궁핍한 시골 마을들은 하나같이 잘나고 못난 사람이 없이 낮게 드리운 지붕마냥 그렇게 살아가곤 했다. 먹을 것이 없기에, 밭에 심어 둔 홍당무를 뽑아 먹거나 가을날 캐낸 고구마를 꺼내 부뚜막에 앉아 구워먹곤 했다. 조금 배가 채워지면 썰매를 들고 마을 앞에 펼쳐진 저수지로 향한다. 계속되는 추위에 저수지는 얼어 붙어 있었으며, 하루 종일 썰매를 타도 깨어지지 않을 만큼 두껍게 얼어 있었다. 어른들은 누구네 아들딸 할 것 없이 하나같이 걱정이 되어, 그곳에서 썰매를 타지 말라고 호통을 치신다. 이런 일은 내 유년시절의 일상사였다. 고구마 하나로 배를 채우고도 부족함을 몰랐으며 난방이 되는 어떠한 시설이 없더라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한데에서 놀다가 덜 얼은 얼음에 빠져서 집에라도 들어오면 부모님은 군불을 떼어 방을 뜨겁게(?) 데워 놓으셨다.

한해를 보내고 나면 서른을 바라보는 나는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핑계로 친구집에 있다가 주말이면 시골집으로 올라간다. 어린 시절, 30여분을 걸어가야 하는 시골집까지는 매서운 바람은 얼음나라에서 나를 잡으로 온 무엇인 냥 매섭기만 했다. 손이 트서 등에서는 피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에 의지하여 5분이면 집에 까지 닿는다. 아울러 저수지는 더 이상 얼지도 않을 뿐더러, 갈수록 찾아드는 고니나 청둥오리의 무리는 줄어들기만 한다.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뛰어놀던 내 유년시절의 모습을 어린아이에서 다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망상이다. 그들은 뛰어 놀면서 추위를 이기는 것이 아닌 문명의 기계로 추위를 이기는 편리함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시골 마다, 군불을 놓던 자리에는 보일러가 들어가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간 상태이다. 어쩌면 내가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갈 때 부터 이런 일이 예견 되었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문명의 이기를 무서워하는 것은 꿀바른 사탕 같아서, 나름나름 먹는 사이에 이가 섞듯 우리의 환경도 오염되어 간다는 기우 때문이다. 더구나 자연에 대한 공존이 아닌 '정복'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은 현재에, 더불어 살기를 바라는 것은 소수자의 목소리다. 지은이는 자전거, 콘돔, 선풍기 등등으로 지구를 지키자 한다. 하지만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조차 너무나 낯설게 다가오기만 한다.

책을 읽으가면서 이런 물건들로 지구를 지킴에 동참하자는 호소는 100% 공감을 하지만 시선이 조금 엇나가 많은 아쉬움을 가진다. 책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지은이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즉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국민들이 조금 덜 누린다면 지구의 환경을 엄청나게 개선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를, 대책없는 성관계 대신에 콘돔을, 에어컨 대신에 선풍기를, 빨래 건조기 대신에 빨랫줄 등등을 표현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것은 친환경적인 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한 진지한 사색이 아닌,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에서 차선의 무엇을 찾고자 하는 실험이라는 점이다. 물론 지금 당장 누리는 것을 180도로 바꾼다는 것은 억측이 있을 수가 있겠지만, 이러한 사고는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내 이견이 자칫 망상이거나 실현 불가능한 이상을 내세우면서 현실에 만족하는 자기합리화일지라도 지은이의 사색은 조금 엉성하다. 다만 그가 내세우는 실천적인 운동은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공기가 항상 우리 곁에 있기에 우리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른다. 무작정 지구를 지키자고 말하지 말고, 자연체험을 통해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공기가 없는 곳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백배 낳다고 생각한다. 내가 환경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내 유년시절의 추억에 의한 회귀본능과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어우러진 것이라…

아울러 지은이의 표현대로 '공공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보고, 환경 지킴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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