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들려주기 살아있는 교육 10
서정오 지음 / 보리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는 강물이 되고 바다에 닿는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내 유년시절을 기억할 뿐이다. 어머니 아버지가 하루 먹고 살기 위해서 지친 몸을 해가 뜨기 전에 나가 해가 지면 집으로 들어오곤 하셨다. 나는 어디에도 갈 곳이 없이 과자한봉지에 의지한 체 논두렁에서 해와 풀벌레들과 친구가 되어 하루를 보내다, 지친면 잠이 들곤하였다.

티비나 영화에서 비춰지는 장면, 잠자기 전에 어머니가 들려주는 동화는 내겐 아직도 환상이며 꿈꿀 대상일 뿐이다. 동화 속에 잠드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막연한 상상을 한다. 내가 자란 다음에는, 내 부모님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 치셨듯, 나 또한 아기들에게 자연스런 꿈의 나라에 대한 여행을 시켜주라고 다짐을 하곤한다. 태교와 어린 아이가 어른의 옛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눈을 감는 장면은 진정 내가 꿈꾸는 이상향인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정말 소박하다. '이야기는 입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귀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글쓴이의 소박한 믿음이다. 이야기는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과 흥겨움으로 하는 것이며, 말재주 있는 몇 사람의 것이 아니라 땀 흘리며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것이라는 믿음 또한 흔들리지 않는다. 또한 잘난 아이건 못난 아이건, 공부 잘 하는 아이건 못하는 아이건,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을 키워 갈 권리는 누구든지 갖고 있다는 믿음도 바뀔 수 없다(5쪽)' 이러한 소박함에 대한 믿음는 확고한 주장을 내세우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옛이야기는 민중이 살아 숨쉬는 고동이라고 말한다(30쪽). 그는 이야기는 자연스러워야 되며,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한다(38쪽). 그리고 옛이야기의 성격을 흥미성, 민중성, 사상성, 측은지심(45쪽)으로 분류한 것과 좋은 이야기 고르기(62쪽), 살아있는 이야기말에 대한 통찰(83쪽)'은 그의 혜안(慧眼)이 담긴 글이라 할 수가 있다.

서정오님의 글, 참 읽을 맛이 나는 작품이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지루하거나 딱딱하다면 읽기에 거부감이 들테이지만 그의 글은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간간히 들어있는 옛이야기와 친구간의 우애(옛이야기)를 다루고 나눈 초등학교 학생들의 감상문(?)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한다.

옛이야기에 대해서 막연하게, 혹은 심정적으로 좇고 있었지만 그의 글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 할 수가 있어서 참 좋다. 또한 옛이야기와 초등학생들의 글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살아있는 이야기말'이다.

좀 더 이야기를 재미있게 혹은 옛이야기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을 집어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은이의 시선이 옛이야기에 한정한다는 점이다. 데스몬드 모리스는 [접촉]이라는 책에서 모유(母乳)를 먹이는 것이 단지 우유(牛乳)를 살 돈이 없어 먹이는 그 이상이라고 했다. 이런 정신적이거나 지식으로 표현이 안되는 살아오면서 쌓인 연륜에 이야기꾼의 논의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며 우리의 가슴속에 울렁임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역사와 함께 쌓여지는 이야기는 우리만의 문화를 가꾸어갈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야기는 발굴되고 새로 만들어지면서, 후손들에게 깊고 다양한 문화를 쌓아 갈 것이다. 이야기는 단절이 아닌 이어짐이다. 가뭄에도 매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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