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알프레드 랜싱 지음, 유혜경 옮김 / 뜨인돌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실수이다. 언론에 비친 새클턴의 모습으로 쫓으려는 나의 환상이 책을 거짓으로 보게 만들었다. 나는 중반을 읽고 나서야 기대감을 접었다. 더이상 새클턴의 고뇌나 판단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책은 앞서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기 이우러질 것이라는 나의 짐작은 틀리지가 않았다.

남극을 가기 위해서 한 배에 탔지만 뜻하지 않은 돌출사고 인해 그들은 배에 갇히게 되며, 급기야 '497일만에 처음으로(202쪽)' 육지에 발을 디딛는다. 하지만 육지는 단시 '30M 폭에 15M 길이의 좁은 땅에 불과'하다. 다시 작은 섬으로 옮기지만 '140M에 폭이 30M쯤(209쪽)'되는 작은 엘리펀트라는 무인 섬일 뿐이다. 이곳에 새클턴은 22명의 대원을 남기고 배를 불러 오기 위해 긴 향해를 나서고, 처음으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 생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배를 타고 나서의 행동이 쭉~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간혹 날마다 일기를 적은 대원들의 일기가 살짝 공개되기도 하지만 큰 흐름은 사건의 서술에 머물렀다.

즉 남극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직업정신으로 한 배에 탔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배를 침몰당한다. 이들은 결국 남극대륙은 밟지 못했지만 누리에서 가장 큰 대륙, 희망이라는 대륙을 횡단한다. 매서운 바람과 죽음에 대한 공포, 먹을 것에 대한 걱정과 처자식에 대한 향수 등을 통해 서로간의 의지를 더욱 돈독히 하여 힘을 모우는 것이다. 새클턴에 대한 맹목적(?) 추종은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시키며 큰 혼란을 가중시키지는 않는다. 그들이 그들은 살아서 돌아간다는 절대적인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앞서서 나타나 있지만 아쉬운 점은 사건의 서술에 불과하기에 그들의 고통이나 새클턴의 선장으로서의 판단이 많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얼마나 사람이 힘겨운 곳에서 지냈는가라는 역사적 사실의 기술에 불과한 점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한 배를 탄 대원들의 고뇌가 조금 더 깊이, 풍부하게 담아냈다면 하는 기대감은 책을 덮는 순간 까지 내 머리를 아프게만 한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기대와 희망이 어우러진 말인가!! 살아있다는 숭고함과 누군가가 한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어간 친구에게는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었다'라는 문구를 자연스레 떠올리는... 살에 대해 조금더 충실해야겠다.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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