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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평점 :
괭이부리말의 아이들은 지은이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우선은 그가 그곳에 태어나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금 억측을 부린다면... 영호와 명희 선생님은 그의 친구들이 아닐까.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괭이부리말이라는 동네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가난히 옷에 까지 찌들어, 헌 옷을 대물림 하듯 가난을 대물림하는 곳. 가난을 벗어나려고 발부림 칠 수록 더 깊은 늪으로 빠지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내는... 공장에서 나오는 짖검은 연기만큼 삶의 무게도 무거운 동네. 하지만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라고 시를 지은 어느 싯구절처럼 그곳에서 사람이 살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곳이다.
이 책은 즐거움은 지은이가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관여를 하지 않으면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차근히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불행이 겹치는 장면이 나올 때 마다, 조금은 더 행복하게 글을 적지 왜 이렇게 적기만 할까라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숙자와 숙희의 쌍둥이 아버지가 착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려는 장면에서 그를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만들어내는 지은이가 밉기만 했다.
그러나 마음을 조급해 해서는 안된다. 차근히 읽어 가다보면 지은이의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의 '봄'은 이런 지은이의 바람과 현실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이런면에서 앞서서 이야기 한 부분을 더 이어서 말한다면, 우리 현실에서 무수히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지은이는 냉정하도록 차가운 눈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호의 부탁에 명희가 고민하는 부분이 덜 나오며, 숙희와 숙자의 세상에서 느끼는 앎이나 동수가 알을 깨고 나오려는 장면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영호의 의식세계나 명희의 세계관이 바뀌는 장면의 성찰, 동수의 발부림에 초첨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인간 성찰에 의한 지은이의 창조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보다 숙희와 숙자를 둘러싸고 있는 영호와 명희, 동수, 동환, 명환이 등을 그림으로써 현실에서의 이야기를 전하는 전달자에 머물러 있다. 그러면서도 지은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숙희와 숙자의 삶에 희망을 건내주고, 영호와 명희가 하는 일에 감동을 받아서 스스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가난 때문에,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이라고 끝을 맺는다. 지은이는 가난 때문에 나누는 것과 서로를 아끼는 것, 그리고 사랑과 희망을 얻었다고 말한다.
여담; 위의 시는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일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