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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 한국의 마음이야기
정동주 지음 / 거름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무작정 정동주선생님을 찾아 간 적이 있습니다. 부산일보에 난 그의 인터뷰를 보고 경남 사천을 찾아간 것입니다. 신문에 난대로 그의 집에는 담장이 없으며, 마당에는 우리나라 전통(?)꽃이며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소나무를 집필한다고 하셨으니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난 지금도 아침 일찍 찾아간 불청객을 정중하게 맞이해주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우려 주었으며, 배웅을 할 때에 꽃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시는 그의 인자함을 잊지 못합니다.
우리것과 우리 조상, 즉 잃어버렸거나 잃어가는 것에 대해 남다른 애착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진다. [논개]를 단순히 기생으로 알려졌을 때에 서사시를 통해 그를 양반 규수로 다시 살렸고, 짐승보다 못하다고 손가락질만한 [백정]을 그렸습니다. [단야]라는 작품과 [까레이스키, 또 하나의 민족사] 등의 글쓰기는 민족에게 버림 받다시피한 동토(凍土)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이야기 했습니다.
이렇게 그의 글쓰기는 처절하게 우리것에 대한 탐구와 사랑에 비롯되는 듯합니다. 소나무에 대해 논의도 이의 선상에 있지 않나 생각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그의 [단야]에서 느꼈던 조급함이라고 할까 이런 면이 느껴집니다. 분명 [단야]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조급함이 농후하게 익지 못한체 잉태된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앞서와 책을 낸 이가 아직 조급함에 머무른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소나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산만하며, 소나무에 대한 일화가 많이 곁들여졌습니다. 물론 소나무에 대한 생태학적인 이야기도 나오지만 반복되다시피한 일화(逸話)성 이야기가 나와 읽기를 거북스럽게 합니다. 또한 모든 것을 우리의 민족과 결부시키는 것도 과장이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고운 소리도 한두번이라고 했습니다. 소나무의 뿌리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것 모두를 우리의 민족성과 닮았다면 여러번 되새김질 하는 것은 자칫 객관성을 잃을 수가 있습니다.
소나무에 대한 애정만큼 거리 두기를 하여야 하며, 과연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아야 할 듯 합니다. 소나무의 사시사철(四時四―) 푸릅니다. 그 푸르름의 근본은 외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으며, 전 이를 좋아합니다. 언젠가 뫼(山)에 갈 일이 있으면 소나무를 멀리서 보지 말고, 나무 옆에 서서 햇살이 비춰지는 가지 위를 쳐다 보십시오. 수많은 자기 희생이 있음을 알 것입니다. 소나무는 스스로를 죽일 줄 아는 인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 소나무를 좋아한다면 이런 면을 닮았으면 합니다. 너무 나열씩 구성과 모든 것을 포함하려는 텍스트가 자칫 지루하며, 산만하게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