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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 - 에너지자립.생태도시로 가는 길
김해창 지음 / 이후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의 수도와는 반 나절 거리에, 대도시와도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 사는 나이지만 환경에 대해서만은 민감하다. 환경은 하루아침에 반짝반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에너지자립.생태도시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는 지방자치를 염원하는 내게 너무나 매혹적인 문구였습니다. 환경과 지방자치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이 책을 접어 들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독일은 적어도 히틀러와 네오나치즘, 프랑스와 함께 유럽의 강대국 쯤으로 부상한다는 이미지뿐이였습니다. 하지만 지은이의 프리즘을 통해 본 독일은 환경이 살아 숨쉬고, 시의회와 시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생태 도시를 가꾸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부러움의 도시입니다.
정말로 프라이부르크는 환경에 대해서 말이 많으며, 다양한 행동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이러한 행동의 근원이 되는 것은 위험을 피부로 인식한 다음에서였습니다. '1986년 쓰레기 매립지가 거의 다 차게 되자 특단의 조치(75쪽)'와 '1980년대에 들이닥친 대기오염과 산성비는 흑림에 엄청난 피해(96쪽)'를 입히게 된다.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므로 인한 경제적 이익보다 '흑림을 비롯한 이 지역의 풍요로운 자연(30쪽)'을 걱정하는 절박함에 의한 표출인 것이죠. 그들은 집회를 거치면서 단순히 반대를위한 것이 아닌 핵발전소의 문제를 인식하고 나아가서는 환경에 대해 깊이 고찰하는 계기로 삼습니다. 즉 자아성찰의 계기가 되어준 것입니다. 이러한 시와 시민들의 의지가 새로운 생태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환경수도인 것이죠.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고, 새로운 자립에너지를 생산한다. 도심에 자동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면서 레기오카르테와 파크 앤 라이드의 연계(44쪽) 태양광을 이용한 자가 발전. 철저한 분리수거와 쓰레기 줄이기, 에코 은행을 통한 자연환경에 투자,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사개진과 어린아이에서부터 환경에 대한 교육. 이러한 공동체 생활이 프라이부르크에 환경 단체 및 기관을 약 70개 까지 두는 구심체가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이 책에는 프라이부르크에 이루어지는 생태자립적인 면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줍니다. 그렇지만 지은이가 너무 매혹된 나머지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은이의 이야기만 있으며, 주변 사람의 살아있는 대화는 없습니다. 핵발전소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도 없으며, 현 상황의 프라이부르크에 대한 동경만이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사의 편집에도 곱지가 않습니다. 한 바닥을 차지하는 사진이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이러한 아쉬움이 있더라도 지은이가 들려주는 프라이부르크에 대한 동경은 쉽게 가시지가 않습니다. 분명 프라이부르크도 오늘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들은 먼저 물질과 문명을 접하고 자연의 경고에 귀 기울렸을 뿐입니다. 인간의 자만심을 버리고 자연속에 어우러지는 공생(共生)을 모색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언제 쯤에 자연의 눈높이에 설까요?
윤이상씨는 통영의 앞바다를 잊지 못 했습니다. 최명희씨는 어릴적 밤에 걸었던 시골길을 잊지 못하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가까이 있으며,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멘트 바닥위에 두 발을 딛고 생활하는 사람은 자연의 숨결을 느낄까요? 더 늦기 전에 생태학적인 교육과 환경 운동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요?
책을 읽는 동안 부안이 떠올랐습니다. 부안의 사태가 일개 군 만의 이야기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를 점을 명시했으면 합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부안이 또다른 프리아부르크가 되기를 바라며,부안의 군민의 목소리에 박수와 기대를 가집니다. --날씨가 추워집니다. 각별히 건강에 유념하세요. 여러분이 하는 일은 더 낳은 모색을 위한 힘찬 출발이라는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