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보려고 하는 것만 믿지 않으려 하지만, 보는 것만 믿는다."]
옛날에 고니를 보고 전부 하얀색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고니 속에 검은 색이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믿지 않을려고 했습니다. 자기가 듣고 보고 배운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는 없지만 언제부턴가 그것을 믿고 왔기에 하루 아침에 번복할 수가 없었던 거겠죠ㅛ. 하지만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던가.
일 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렁이 카로]이야기입니다. 저도 책을 읽지 않고 누군가에 귀동냥을 했다면, 참 이야기를 잘 지어내는 사람이구나라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허상이 아닌 실체이다. 잠시 창문을 닫고 마음의 문을 열고, 조용히 제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학교의 쓰레기가 많이 나오기에, 어떻게 하면 줄일 수가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됩니다. 쓰레기가 하나둘 씩 늘어나자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카로를 교실에 모시고 와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카로가 먹을 수 없는 것은 자연도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죠. 카로가 사는 공간에 쌓이는 쓰레기를 아이들이 가지고 오지 않으면서 휴지통 없는 교실이 됩니다. 그리고 칠판에 글씨를 써서 군데 군데 비워두고는, "없는 글자는 카로가 먹어 버렸어요. 어떤 글자를 카로가 먹었는지 찾아보세요(34쪽)"라든가 체육시간에 "천으로 만든 카로를 뒤집어 쓰고 카로가 된 기분으로 <카로의 노래>에 맞춰모두 함께 춤을(37쪽/사진)" 출 때에도, 참 교육을 잘 하는구나라고 고개만 끄떡였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내가 본 것은 우물안의 하늘이였습니다.
2부와 3부는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마을로 확장됩니다. 계단씩 밭에 꽃을 심고, 하천에 양부모제도를 둡니다. 그리고 숲과 숲을 잇어서 더불어 숲을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두레와 비슷한 유레(Jule)라는 공동체적인 성격을 만들어 마을사람과 마을의 자연과 같이 호흡을 합니다. 감자를 키우기도 하고, 포도밭에 가서 일손을 돕우며 자연을 익힙니다. 또한 마을 관강 가이드의 할일도 한답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을 초등학교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나지 않는 것이 쉐퍼 교장 선생님과 우리나라의 대통령입니다. 작은 시골 마을의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더 줄려고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을 하며, 자연을 하나로 생각하게 합니다.(자연은 우리들을 도와 줍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우리들이 자연을 도와주는 것입니다-114쪽) 자연 속에서 어울어지는 살아있는 교육.
슈렌트(원래는 선생님인데 지금은 총으로 새와 짐승을 잡는 사냥꾼-88쪽)씨가 만든 통나무로 만든 숲속의 탁자와 의자. 마치 숲 속의 작은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식물이나 벌레를 관찰하는 아이들을 상상해보세요. 4월에 부활적 토끼 찾기 놀이-케르트루트 아줌마가 포도밭 여기 저기에 숨겨 놓은 토끼 모양의 초콜릿을 찾는 놀이-97쪽)
아이들은 쉐퍼 교장 선생님이 선사하는 자연에서 이렇게 추억과 수많은 것을 배웁니다. 유레라는 공동체에서 아이들은 "만약 수많은 어린이들이 수많은 작은 마을에서 수많은 작은 일을 한다면 세계는 바뀌리라-79쪽"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울리게 했던 것은 아이들의 용기입니다. 아이들은 자연속에서 뛰어놀기만 한 것이 아니랍니다. 그들은 진실로 더불어 사는 것과 어떻게 사는 방법을 배운 것입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감자나 토마토를 키우며 살아갈 수도 있어요. 빵도 구울 수 있고, 수많은 어른 앞에서 말도 잘 할 수 있구요. 걱정 없다, 우리의 미래(112쪽)" 라고 외치는 아이들에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부러움을 느낍니다. 초등학교 학생의 자신감이 과연 내가 숨쉬는 대한민국에서는 외울리지 않을까라는 아쉼이 남습니다.
이 책은 카로가 교실로 와서 조금씩 변화를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더 주려는 내리사랑이 가득한 교장선생님, 아이들의 자발적 참여와 더불어 살기를 바라는 동네 어른들이 만들어 내는 행복한 공동체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믿을 수가 있나요? 저는 감히 하얀 까마귀를 보았을 뿐입니다. 많은 이들이 하얀 까마귀를 보는 순간에 우리도 쉐퍼 선생님이 차는 동네처럼 변하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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