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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우리의 미래는 사라지는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외 지음, 모주희 옮김 / 아이디오(IDO)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제목에 많이 의존을 하는 경향이 있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으로 책의 흐름을 가늠하며, 목적의식적 글읽기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간혹 제목과는 상치되는 경우를 만나곤 하는데... 조금은 당혹스럽더라도 내용의 깊이가 남다르다면 참을 수가 있다. 하지만 조잡한 상술을 만난다면 내 마음은 심히 불편할 것이다.
[핵전쟁, 우리의 미래는 사라지는가]라는 거창한 제목은 한반도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를 다시한번 생각해 주게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나아가서는 우리 미래에 대한 어떠한 명제를 도출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더욱이 나의 눈길을 잡은 것은 희대의 두 천재들과 만남이다. 아인슈타인과 프로이드의 편지 토론이라니... 이 보다 더 멋진 책이 읽을 수가 있을까! 예전에 사계절 출판사에 나온 마르쿠제와 포퍼의 [혁명이냐 개혁이냐]를 읽은 좋은 느낌이 지배한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거창한 선입관을 중 무장하고 난 책을 펼쳤다.
책은 두껍지도 않으며, 글자의 간격도 치밀하지도 않고, 여백도 두둑히 두어 읽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컨텐츠(내용)는 부실하다 못해, 심한 배신감 마저 들었다. 두 천재들의 편지 토론 실체는 아인슈타인이 국제 연명의 부탁을 받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그 문제를 물어보고 싶은 상대를 선택하여 주십시오'라는 단 한 번의 요구 조건 뿐이다. 이에 프로이드는 자기의 생각을 장문의 글에 적지만, 편지글이라는 것은 매수의 한계를 지닌다. 프로이드는 그의 정신분석의학으로 사람에게는 에로스 충동과 공격(파괴)본능이 있는데, 공격본능을 이성적으로 통제를 한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정을 세운다. 사람의 천성에 대한 기대는 저버리며, 이성에 의한 통제 즉 문화를 발전시키면 전쟁을 일어나지 않는다것이 전부이다. 이것이 1장 끝!!
2장은 두 사람의 연대기를 간략하게 서술하였는데, 이는 쪽수를 늘리기 위한 단편적인 사고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인지 할 것이다. 간혹 그림 한 장이 한 면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3장은 죽은 자와의 대담이 이루어진다. 죽은 아인슈타인을 불러 낸 사람이 누구인지도 나와있지 않으며, 혼자서 장구치고 북치고 한다. 죽은 프로이드를 만난 이는 백상창이라는 이인데, 프로이드 전문학자인 중앙대 김효창 박사라고 적혀만 있는데, 역자 소개에는 강사로 나온다. 죽은 자와의 대담을 나눌 사람이라면 그 만한 식견과 안목을 가지고 있는 분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체불명과 혼선은 신뢰를 쌓기에 불충분하다.
4장은 아인슈타인의 반전 평화 메세지가 나온다. 핵을 개발하고 그 위력에 놀란 이가 반전 평화주의가 되는 것이 기구하다며 기구하다. 하지만 더 깊이 있는 논의는 없다. 역사적 배경과 시대 상황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니 개 밥에 도토리격이다.
즉, 이 책은 출판사에 의해서 전략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세기의 두 천재들의 편지 토론, 이 시대 주요 이슈-핵, 넓은 간격 큰 글씨, 여유많은 여백! 이 모두가 읽기에는 부담이 없지만 내용이 부실하니, 두 번 다시 손이 가지지가 않는다. 이 책을 구입의 의사가 있으신 분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필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여담; 출판사에 혹평을 하였는데... 실망감에 비하면... 출판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죽은 자와의 대담은 정경모씨의 [찢겨진 산하]에도 쓰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