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렇게 창작한다!
황의웅 지음 / 시공사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의 국왕 이름을 몰라도 원령공주나 이웃의 토토로, 고양이의 보은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일본 국왕의 이름보다 더 많이 듣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품을 좋아하게 되니, 누가 만들었나라는 의문이 들며, 결국에는 이 책을 접어 들게되었습니다. 지은이의 말대로 그는 '어떻게' 창작을 하기에 매번 나에게 이런 큰 울림을 울리는가라는 의문은 아직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책 제목의 '미야자키 하야오는이렇게 창작한다!'라는 글이 내 궁금을 여름날의 소나기 처럼 풀지 못한 이유입니다.
지은이의 말하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미지 보드(만들고 싶은 작품을 향한 무의식의 추적)를 이용하여 발상(목적성이 내포되어 있음)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그는 이미지의 자유로운 상상이 애니에이션의 원동력이 되는데, 작금은 시간과 상업성에 쫓기어 에니메이터가 일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 분업화되어, 본분의 실력을 110%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서론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몇 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린 모든(?) 작품을 분석하는데, 처음의 캐릭터 이미지는 어디에 모티브를 두었는가, 원류를 찾아낸다. 여기에서 그의 오타쿠 정신이 보인다. 하지만 배경/무대, 장면/상황속의 이미지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아무런 인과성을 추출할 수가 없다. 다만 지은이가 인의적으로 나눈 분류에 의한 짜집기뿐이다. 구조주의자들이 나누는 하나의 틀을 가지지 못하고, 장면장면을 끌어내어 이야기를 하는 단순나열씩에 불과하다. 그리고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기에 부분 부분 장면이 어떠한 암시를 이루며 작품의 전체에 대해 어떠한 복선으로 깔리는지에 대한 의미는 없다.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지은이의 출발은 스토리 보드 즉, 이야기의 인과성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터의 자유로운 발상, 이미지를 중요시한다는 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창작하는 방법은 앞부분의 10여쪽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캐릭터의 원류를 찾는 것과 자기만의 이미지 분류에 머무른 작품입니다. 깊이 있는 분석 보다는 이미지가 어떻게 진화하는가라는 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의 유용할 것입니다. 아울러 작가론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습니다.
여담; 스토리 보드와 이미지 보드의 조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가 튼튼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지만 날개를 단다면 사상누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면에서 지은이의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이견을 겸허히 수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