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앞집에 살던 친구 베렐레 -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준 한 친구 이야기
에프라임 세벨라 지음, 이상원 옮김 / 거름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글을 적는다는 것은 단순히, 펜으로 무엇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글 한편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우주가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주를 재창조하는 지은이가 될 것이며, 우주의 창조와 동경 부러움과 시샘, 혹은 비판과 고통 등의 내적 성찰을 이루어냅니다. 우주를 창조하고 나서, 내가 만든 피조물이니 한번 구경들 해보세요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그리고 지은이가 우주를 창조할 때에는 그의 지식보다는 지혜가 담겨져야 합니다. 수많은 지식을 나열하는 것은 백과사전내지 지식의 전시장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지식이 배재된 우주는 간이 덜 된 음식처럼 무엇이 모자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이라는 조미료를 써서 지혜라는 맛을 적절하게 만들어 낼 때에, 가장 알맞은 우주를 담아냅니다.
[앞집에 살던 친구 베렐레]는 어린이를 주인공을 내세워, 우리에게 향수와 동경을 자극합니다. 어떤이는 책을 읽으며 '마자마자'라며 연신 고개를 끄떡일지도 모르며, 입가에 옛추억으로 미소가 머무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바란다는 것은 아마, 욕심이라 생각이 됩니다. 어른이 체념과 권위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내 친구 베렐레는 '친구가 좋아서' 모든 것을 감내한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짤막하게 구성된 내용에는 베렐레의 이야기가 빛을 발하며, 그는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거울로 묘사됩니다. 이와 비슷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 [아홉살 인생]과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입니다. 좋은 말도 삼세번이라고... 이러한 구성이 새롭지 못하다면 더 이상 아무런 매력이 없을 것입니다.
다양한 시야가 존재하겠지만, 제 작은 눈에 비친 베렐라가 사는 우주는 이미 익숙한 것이였습니다. 아울러 너무 주제의식이 드러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서 지루한 느낌과 지은이의 연륜이 풍부하게 녹아있지 못한, 어설픔은 읽기에 거북한 느낌만 가중시킬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