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자연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로 인지하고 정리하는 사고이다. 즉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것도 제각각의 시선이 존재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우리의 의식을 지배받으며 다양한 사고를 추출하는 것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조금은 도발적이며 아류작인 제목은 달고 나왔다. 제목에서 느껴지 듯이 '당신들'이라는 말은 내가 아닌 타자,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방인을 나타낸다. 특히 단일민족이라는 강한 집착을 보이는 우리나라에,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지은이는 이러한 굴곡에도 좌절하지 않고 귀화한다)

지은이는 시험이며, 재산 검증 등의 엄격한 심사를 걷쳐 러시아 사람에서, 대한민국의 사람이 된다. 이제 그에게서 '당신'이라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은이가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이는 미운사람에게 떡하나 주고, 고운 사람에게 매하나 더 주는 선조들의 충고를 익히 배우고, 조심스레 자아성찰의 계기로 삼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닐까 지례짐작을 해 본다.

그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나와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타자'가 존재한다. 이방인을 멸시하며,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하고, 권위는 자율을 숨죽이게 한다. 그의 시선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우선 권위에 대해 철저하게 해부하며 비판을 가한다. 박정희의 통치술이나 군대에서 강요되는, 혹은 다른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힘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두번째로는 가진자는 못땠다는 관념이 다분하다. 중심부 국가, 준주변부, 주변부로 보는 국가관(61쪽)과 '힘과 정의, 물리력과 도덕은 보통 함께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나라이든 군대와 관료조직이 크고 힘셀 수록 오만함과 횡포로 배가 된다(130쪽)'는 이분법적 도식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와 노동자와의 대립으로까지 이어진다.

셋째로 자아성찰이다. '많은 한국인에게 인종주의적 편견이 이미 고질화되어 있다는 말을 할 때, 내 마음은 억제하지 못할 만큼 설렌다. 바로 한국인들이 세계체제의 기본 논리 중 하나인 인종주의의 최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너무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269쪽)' 이렇듯이 내면적 성찰인 것이다. 이방인에서 이제는 가족으로 다가와 찬찬히 둘러보는 그의 눈에는 대한민국이 아직 안타까울뿐이다. 마지막으로는 여러나라와 대한민국의 차이를 비교한 점은 열린시야를 가지게 할 수가 있다. 자칫 우울안에 머물를 수 있었는데, 이를 잘 극복하고 있다.

솔직히, 지은이가 귀화인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하지만 깊은 성찰에도, 설익은 감이 바람에 이기지 못한 것 처럼 보인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안타까운 마음에서 몇 자 적은 글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까지 한 눈으로 보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리영희 교수는 '새들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가 아직 존재하는 것은 많이 어설프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가슴 속에 사람에 대한 사람이 식지 않아서이고, 꿈과 희망에 대해서 아직 공허한 메아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한다.

또한 '다른 것은 몰라도 그들이 국가로서의 도덕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주변 4강관(觀)'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131쪽)'는 논리는 어린아이의 사고에 머물렀다. 주변 4강(미국, 일본, 중국, 소련)이 호시탐탐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노려 보는데, 도덕적 권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대안이 될 수가 있는가? 전략은 지피지기에서 출발한다. 그들이 힘의 논리로 나온다면, 우리는 힘과 지혜라는 전술을 구가해야한다. 단순한 감성에의 호소나 자각은 어떻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이의 자기 고백서라 할지라도, 한방향으로 치우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리고 적절한 대안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의 감성적인 비판은 극복의 대상이다. 하지만 넓은 시야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열린시야와 확장된 사고를 가능케 하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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