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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성정치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8
한서설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의 몸에 대한 상품화는 이제 우리엑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집에 먼지 묻은 신문을 펼쳐보더라도 다이어트에 대한 광고를 쉽게 찾을 수가 있을 만큼 상업적으로 돈이 된다는 말이다. 여성의 몸과 다이어트, 이 둘은 어떻게 상관관계를 지는가? 여성의 몸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지은이의 시선은 확고 부동하다. 그것은 지배자(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피해자(여성)를 양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성들이 몸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윤리적 의무'에 의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최종적으로 '제도'가 뒷받침 되기 때문이다. 이 사회적 분위기라는 것은 매스미디에 의해 날개를 달고 세상을 활주한다. 즉 미디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높은 직급이나 직장에 있으며,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무엇보다도 몸이 가느다랗다. 이는 여성들은 잘 생기고 봐야된다는 왜곡된 심리를 투영하여, 그릇된 형상을 만들어 낸다. 아울러 거대한 회사는 몸매에 맞는 조건을 내세워 여성의 노력과 자질보다는 신체지수로 가늠한다.
이러한 '다이어트의 성정치'는 '여성의 성과 자아 정체감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성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원과 능력'을 간단하게 무력화시킨다.(126쪽) 아울러 '여성들이 외모의 힘을 간파하고 자신의 몸을 관리'하면서 심각한 고통을 가중시키게 된다. 결국에는 이러한 악순환이 '여성 개인의 외모 관리가 남성 시선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힘에 의해서 주동'되지만 가려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남성들의 눈요기로 인하여 여성들의 몸은 표준화시켜지지만 여성들에 가해지는 상처는 나몰라라 한다. 즉 남성들은 동등한 인격체로 여성을 보지않고 상품성으로 인지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쟁점이다. 이를 증폭시키거나 은폐하는 것은 미디어이며, 남성들은 표준에 들지 않는 여성들을 도덕적으로 제명해 버린다. 결국에는 여성들이 상처만 입게 된다.
무엇인가를 큰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조금의 아쉬움이, 다이어트가 어떻게 성정치의 도구화가 되는가에 대해 낯설음이 있다면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읽기에는 몇가지 간과한 점이 있어 아쉽기만 하다.
지은이가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실체를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고 있기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나오지 않고, 어떻게 순응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로 상정한다는 것은 일반 대다수(남성과 그리고 몇 몇의 여성의 묵시적 동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조건하에 성립이 된다.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성의 눈요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닌 속칭 '출세'를 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출세는 고학력 내지 사회적으로 부를 가진 사람에게 1차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라는 거대담론을 끌어냈지만 실제로 그가 관찰하고 논의의 대상이 되는 여성은 소수의 화이트 칼라의 고학력자들이다. (또한 지은이는 회사의 시선이 남성의 시선과 동일하다고 말하였지만 정확한 논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삶의 질이 아닌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들에게 다이어트는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두번째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실체가 없다. 남성대 여성의 대립관계 혹은 사회적인 분위기에 의한 제도적 희생양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본질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확한 실체를 알지 못하는 이상 단순히 미인대회에 산발적인 시위만 있을 뿐이다. 또한 남성들 전체를 적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연계 가능성을 배제 시켜버렷다. 소수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일반화하여 서로의 대립관계를 더욱 깊이, 스스로 고립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남성과 여성,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에서는 벗어나야 할 것이다.
힘이 약한 사람일 수록 서로가 뭉쳐야 하는데, 이런 전략에 있어서는 지은이의 식견이 상당히 부족하다. 다른 억압받는 소수자와의 연결 가능성에 대한 고리를 끊어버린 지은이의 시선이 마냥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