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
전재호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가 지니는 암시는, 박정희라는 일개 개인에 대한 판단을 나타낸다. 그리고 전제가 되는 것은 '박정희=반동적 근대주의자'라는 공식이다. 근대는 무엇이고 현대는 무엇인가? 근대와 현대의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고, 혹은 근대가 지는 의미를 알지 못하고 이 책을 일게 된다면 부담스러울까?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지은이는 근현대의 구분을 하고 있지 않지만 '반동적', '근대'라는 개념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인지하는 '반동적'이라는 의미는 '서구의 근대성이 지닌 진보성, 혁명성, 합리성, 민주성이 거세되었음을 뜻한다'(14쪽)

제프리 허프의 '반동적 근대주의-1960년댜 제 3세계 국가에서 기술과 금융에 의한 관심의 형태'로 등장한다는 식은 지은이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가 박정희를 반동적 근대주의자를 단정짓는 것도 이러한 시선의 선입관에 의한 것이다. 즉 제프리 허프의 프리즘으로 본 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를 논하지만 실제로는 18년의 정치를 수박 겉핧기식 살피고 있다.

지은이는 박정희가 4월의 혁명을 등지고 쿠테타를 일으켜, 어떻게 장기 집권에 이르게 되며, 경제 개발 5개년이 미국의 정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살피고 있다. 또한 새마을 운동이 어떻게 여론 몰이에 활용되는가를 등등 살피고 있다. 박정희의 통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하나씩 풀어가는 그의 세밀한 관찰은 높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깊이 있는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짧은 책으로 박정희의 18년 통치기간을 논하는 자체가 무리수인 것이다.

두리뭉실하게 몇가지를 살피면서 흘러가는 그의 논의는 자칭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의 논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면은 책에서 간간히 보여진다. 박정희의 역사관을 살피는 대목에서 '<국가와 혁명고 나>의 '오천년 역사는 개선되어야 한다'에서는 한민족의 역사를 퇴영과 조잡과 침체의 연쇄사'로 규정한다. 물론 박정희의 사고가 당대 지식인의 사고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지만'이라는 가설은 생태학적인 부분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했다. 그는 만주사관학교를 졸업할 때 일본 천황에게 맹세까지 하였으며, 독립군을 잡으로 다닌 사람이다. 이러한 경험에 의해 형성된 그의 사고를 무시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출세를 꿈꾸며 수 없이 변신을 거듭했던 박정희의 성장배경을 고려한다면(57쪽)'이라는 앞부분과 상치된다.

두 번째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반동적 근대주의자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인데, 지은이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으며 박정희 정권에 눌린 국민들의 의식을 살펴 보고자 한다. 이는 현실에 대한 반사적 반감일 수가 있다('그래서 나는 수업시간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열번을 토했다(9쪽)') 하지만 이마저도, 반동적 근대주의자에 대한 비판이나 성찰도, 국민들의 의식에 관한 문제도 없다. 그가 살피고 있는 것은 박정희의 의식구조와 그의 경제논리가 독립적인 것이 아닌 등에 없은 것이라는 등등의 항변이다.

지은이는 제목과 어긋나는 논의를 펼치면서, 박정희의 통치술에 대한 비판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앞서서도 말을 하였듯이 18년이라는 긴 시간을 짧은 책으로 엮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박정희의 통치술이 많이 낯설은 사람에게 입문서가 될 수는 있어도, 반동적이라는 의미에 혹은 깊이 있는 분석에 대한 욕구라면 과감히 이 책을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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