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정치의 악몽 - 국가폭력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1
조현연 지음 / 책세상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국가주의는 또다른 가족주의가 될 수 있는가? 한국 현대정의 악몽(부제:국가폭력)을 읽다보면 그 말은 공허한 울림이나 건설해야할 숙제이다.

근대가 일본의 강압에 의해 움트기 시작했다면 현대는 외세가 아닌 내세의 강압에 의해 굴절되고 왜곡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가 물러가고 나자, 완전한 하나를 위하는 통일보다 영구적인 분담으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무리와 이에 발 맞추어 자기의 욕심을 체우려는 한 무리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큰 뒤틀림을 당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억압에 의해 희생되거나 싸우다가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죽어간 수 많은 영혼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그의 시야는 희생당한 사람들과의 동일시가 아닌 부제에서 명시하듯이 '국가폭력'이 얼마만큼 강하게 이루어졌는가를 살피고 있다. 그는 리영희 교수님의 말을 빌려 한국 현대사를 '광기가 지배해온 야만의 역사'라고 말한다. 이 책은 야만의 역사에 대항해 가시밧길을 걸어간 사람에 대한, 자기위안일 수가 있다.

지은이는 국가 폭력의 헤게모니를 '안보를 존집의 가장 핵심적인 기초'로 삼는 점에서 살피고 있다. 국가의 안보는 '국론 통일과 총화단결, 일사불란, 발본색원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강제적 동원, 획일적 교육과 사상 통제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자유의 억제를 가능케 했다(21쪽)'고 말한다.

이러한 억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국가폭력의 4가지 유형을 들어 말한다.(이는 지은이가 역주에서 밝히고 있듯이 김동춘의 [전쟁과 사회]에서 한번 다룬 유형이다) 4가지의 각기 다른 유형이 존재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공통점은 자기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사람을 고립시켰다는 것이다. 해방이 되고 나서 이승만의 정치적 살해, 그리고 전쟁기간의 민간인, 박정희 군부독재 기간 중의 살인과 전두환의 광주학살 등을 차분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국가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한다. 국가를 보는 시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가 있을 것이다. 직접민주제의 대체로 간접민주제로 보는 시야와 기득권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독재 정권, 과연 지금 우리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현재는 시간이 흘러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얼룩진 치열한 삶의 공간임을 인정하고, 그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후손들에게 아름다움을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읽으면서 많은 아쉬움은, 지은이가 말하였지만-'치밀한 논리에 바탕한 분석이 아니라'- 너무 나열씩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국가의 폭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입문서로서는 좋을지 몰라도, 더 많은 책을 읽어야 됨은 분명하다. 시장의 좌판을 둘러보기만 할 뿐 요기를 채워 줄 밥은 먹지 못한 형상이다. 비판적 지성인의 초년생에게 권하는 필독서이다. 이 책을 읽고 더 읽은 보고 싶은 이라면, 지은이가 말하는 책 외에도 <1960년대>, 정경모씨의 <찢겨진 산하> 리영희씨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등을 덧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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