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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세트 - 전4권
야마자키 도요코 지음, 박재희 옮김 / 청조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메모,
한 인간으로 겪어야 하는 선택의 문제.
우리는 이상이라는 앞날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하지만 현실은 이상으로 날아가게끔 발돋움을 해 주지 않는다. 즉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기득권의 세력은 큰 힘이고, 이를 싸워나가야 하는 건 개인적 존재이며, 많은 이들의 시선이고 가족의 안위를 볼모로 삼아야 하는 지극히 불편한 가시 울타리 안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놓아두면 기득권은 그들이 지닌 힘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은 언제나 억눌리며, 나에게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맹목적인 신념과 다른 이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연민으로써 자위를 하며 하루하루 지낼 것이다.
사또미 슈지와 그 형 세이이찌, 그리고 사또미 아내의 대화는 이런 점에서 지극히 현실적이며 소시민 적인 삶과 이상적인 문제에 대한 고뇌이다. - 3권 15쪽 -
한 스승 두 제자.
한 스승 밑에 두 명의 제자가 있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리킨다. 의사는 신이 아니며 사람이기에 묻고 또 묻고 의심나면 지속적으로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고.
한 제자는 타고난 메스 실력으로 의학계를 놀라게 한다. 그의 솜씨는 천의무봉이라 할 정도이며, 이제 그는 시간과 다툼을 벌인다. 얼마나 빨리 수술을 집도하는가에 대한 열정에 두 눈이 활활 타오른다. 다른 제자는 메스 실력 보다는 끊임없이 환자 곁에 머무르고, 그가 의심이 가면 그 끝을 파고들며 뿌리를 찾아내려 한다. 그들 관계 속에 이해타산이 거미줄처럼 걸린 이들이 있는데, 그네들은 타고난 메스 실력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대학교수로 승진시키고, 의술학원에 당선시킨다. 그는 자기의 든든한 동앗줄을 잡음으로써 이를 십분 활용하여 가난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자기 이익에만 눈이 먼, 자기 증식을 하는 '암'과 같은 사회에 발을 내디딘다. 그는 죽음까지 몰랐다. 그의 친구 사또미가 '너무 밖으로 돈다'고 했을 때, 그의 충고를 새겨 듣었더라면…….
한 사람을 본다. 끊임없이 차오르는 자기의 욕망에 사로잡혀 앞으로 질주 하지만 그가 나아가는 것이 바이러스처럼 자기 증식을 통해 세포분열을 거듭하여, 자기를 파멸시키는 곳임을. 사또미 슈지가 소신 있는 이야기(-법정 진술)를 통해 끝내 대학에서 벗어났지만 그는 대학 밖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자기의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
천부적인 메스 솜씨를 자랑하는 자이젠 고로우, 자기가 진찰한 환자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은 사또미 슈지, 난 어느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의과대학이라는 곳에 사람이 몰리면서, 서로 다른 줄서기가 이루어지고 구조적 문제를 통해 한 환자에 2~3분 진찰이 오고가며, 교수를 수행하는 무수한 사람들은 환자와 의사에 선 벽으로 남는다. 난 의과대학이라는 곳이, 판사의 판결처럼 좀 더 높은 교육적 잣대를 통해 모법으로 삼고 싶지만, 그곳에도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를 벗어날 방법은 없는가?
[하얀거탑]은 여는 일본 만화책에서 보여지는 이상론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지은이는 1960년대 일본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의사와 환자의 오진과 근무태만에 대한 이야기를 법정 깊숙이 들고 간다. 의학 지식에 대해 깊이가 없는 젊은 변호사(세이구찌)가 높은 벽을 넘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아울러 인간의 모습, -자이젠 고로우의 외로움, 아즈마 교수의 딸의 사또미 슈지에 대한 동경 등은 인간 심리를 아주 세밀하게 다루었다고 생각되어진다. -다양한 모습을 잘 그려낸다.
아직도 의료분쟁이 일어나면, 공룡과 개미의 싸움처럼 보이는데……. 지난 2주 동안 난 책을 읽으며 자이젠과 사또미를 보았고, 발로 뛰는 세이구찌와 자기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이가와 등 여러 인간 군상을 보았다. 뒤로 갈수록 한편의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