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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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에 복무하는 자는 바다에 씨를 뿌리는 사람과 같다.
                                  -볼리바르-

한 사람의 이야기.
1989년 2월 초, 카를로스 안데레스 페레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IMF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여 물가의 급상승, 서민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제가 이어지자 민중봉기가 일어난다.

1992년 MBR-200(볼리바르 혁명운동 200)을 이끄는 차베스는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실패하고,

"지금 수도에서 우리의 계획은 실패하고 우리는 권력을 장악할 수 없게 되었다. 동지들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였으나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간이다.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깊이 생각하라. 나는 동지들의 충성과 용기와 헌신에 감사한다.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나 홀로 지겠다. "(56쪽)

짧은 인사로 그는 감옥으로 수감된다. 글을 읽는 순간, 문득 눈가에 뜨거운 무엇이 맺히는 것을 느낀다. 처음 읽을 때에도 그랬고, 지금 읽는 순간에도 그렇다. 계획은 실패하고, 권력을 장악할 수 없는 '완전실패'인데, 난 왜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가에 뜨거운 무엇을 토해해는가. 그의 진정성이 무엇이길래, 나는 왜 이렇게......

수 없이 가슴에 되풀이하며 새긴다. 계획은 실패하고 권력은 장악할 수 없다. 하지만 기회는 기필코 다시 온다.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 내 동지들의 충성과 용기에 고개 숙이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진다. '나는 동지들의 충성과 용기와 헌신에 감사한다.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나 홀로 진다'

그리고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볼리바리안 위원회', '능동적 기권-보이콧', '민중을 위한 제헌의회에 찬성하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기 위해서 선거가 있기 전부터 MBR-200은 '볼리바리안 서클'이라는 기초 조직을 두어, 아래로부터의 이야기에 귀 담아 듣는다.
'볼리바리안 서클'은 하부 토대로서, 위로는 볼리바리안 조정자, 광역볼리바리안 조정자를 걷쳐 전국 지도부를 둔다.

볼리바리안 서클과 우리나라의 지역자치제.
"볼리바리안 서클은 종종 정치적인 사안을 토론하기 위해 지역회의를 조직한다. 이 회의는 볼리바리안 서클 맴버를 훈련하고 교육하는 중요한 자리이다."(101쪽)

우리 나라에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역자치가 시작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과연 소기의 목적, 혹은 그 뜻을 이어가고 있는가 잠시 생각을 가져보면 깊은 회의에 빠진다. 지역자치의 대표격인 시장, 군수는 중앙정부의 어느 당에 소속되어, 당을 등지고 나온가가 선거에서 무엇보다 우세하다. 지방자치와 중앙 정부의 당과는 무슨 상관이 있기에, 이들이 당에 종속되어야 하는가. 아울러 '당'은 지역자체에 자기 '당원'이 당선되도록 선거전까지 물밑 힘을 보태주면, 그는 '당'에 깊숙이 고개를 숙이는 종속적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는가. 자칫 세세하게 지역자치를 자기들의 이권으로 규율하는 전도된 일상으로 바꿀 우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기에 다른 나라가 있다. 그 나라는 바다 건너에 있고, 미국이라는 커다란 나라에 비해 아주 작은 나라이다. 하지만 그 가치와 실험, 혁명은 미국보다 작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으랴. '볼리바리안 위원회'와 '지역자치'는 크게 다른 뜻이 아니다. 그 쓰임에 따라 180도 달라질 뿐. 볼리바리안 서클은 최소 위원회의 조직을 통해 서로 토의하고 의견을 내어놓으면, 다시 광역조정자를 거쳐 전국지도부에 상정되는 이른바 아래로써의 혁명이라면, 우리나라의 오늘은 위에서 아래로의 강압적 요구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것이 어떻게 누구를 위해 쓰이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의 차이가 보여짐을 아주 낯선 나라를 통해 얻고 배운다.

우고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는 '49개의 주요 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수권법'( -의회의 승인 아래 1년 간 대통령에게 법안을 승인하는 권한을 주는 법, 참고로 [로마인 이야기] 3권에서 한니발과 전쟁을 치르는 로마와 비교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을 듯, 그리고 우리나라의 발목잡기, 말싸움, 파행의 국회를 보며 더 낳은 대안을 찾는 것도 좋을 듯 하다)을 발동시킨다.(129쪽)

나는 차베스의 개혁의지를 읽으며, 그의 강력한 민중에 선, 추진력을 읽는다. 장하준 교수는 나라의 일관된 추진력, 그리고 민중에 의한 개혁발전을 강조하곤 했다. (-그의 입을 빌린, 내 관전임) 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어떻게 빈민층에 다가가는지, 정부의 복지정책(182쪽 ~200쪽)을 읽어내며, 과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또한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관계를 통해 '신좌파의 국제적 연대'를 생각한다.

T.V 동물왕국을 지나가다 보면, 똑같은 장면이 스쳐 온다. 초식동물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으면, 육식동물이 어슬렁 거리며 다가와 그들을 집어 삼킬 듯 바라본다. 초식동물은 언제나 경계의 눈으로 육식동물을 바라보며 도망칠 궁리부터 한다. 늘 같은 식이다. 초식동물이 머리를 모아, 한 마리 육식동물과 맞서 싸운다면 기필코 이길 수 있을 터인데...... 그들은 도망칠 궁리부터 하고 따로따로 다닌다. 난 동물왕국이 저 밀림에 사는 게 아니라 우리 곁에 있음을 자각한다. 미국이라는 육식왕국은 무엇이든 집어 삼키려 하고, 그 근원은 '힘'이다. 그러면 가난한 나라들은 미국에 대항하기보다 빌 붙거나 도망칠 궁리를 한다. 미국이라는 힘 밖에 모르고, 자국민이 세상 그 무엇보다 우선시(솔직히 여기까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빈부격차가 하늘 땅 만큼이니, 아마도 미국 내 소수자를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된다는 깡패국가에 우리는 대항하지 못하는 동물왕국에 사는 초식국가이다. 난 이를 벗어나기 위해 조지 카피아피카스 교수의 말을 빌려, '신좌파'와의 연대를 꿈꾼다. 이는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각 나라의 자주권을 인정하는 대안적인 국가 공동체인 미주 지역을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과 뜻을 같이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쉬움은 그의 정치적 조직력이 결속되지 않은 상태-이는 그의 권력구조에 기생하는 '꾼'이 아닌 시골에 사는 농부에서 학교 선생님, 직장인, 근로자, 학생 등에 이르는 광범이한 연계구조-에서 갑작스레 당선이 이루어졌으며, 그는 '참여'라는 허울좋은 구호를 내세웠지만...... 뒤늦은 전략이며, 이미지 정치 구호일 뿐이다. 참여는 대선전에 이루어져야 했으며, 그의 정책 노선은 그를 탄생시킨 토대들의 논의에서 벗어날 때 뜨끔하게 나를 채찍질 해 달라고 권고 했어야 한다. 참여는 토대이며, 그 위에 서민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가장 겸허히 받아들이며, 강력한 개혁을 주지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고 차베스는 매우 전략적이다. 볼리바리안 위원회를 거쳐 문제점과 대안을 찾는 참여의 토대(시민들은 더욱 깊이 정치에 참여하고 따끔하게 비판하며 그를 위해 비판적 지지로 남아있을 것이다.)위에 싸움의 전략-기존 정치 세력을 벗겨내기 위해 제헌의회 소집을 추진한다. 하지만 그는 독단을 경계하기 위해 시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기 위해 다른 손에는 대통령 탄액소추를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또한 '각 나라의 자주권을 인정하는 대안적인 국가 공동체인 미주 지역을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을 내세우는 점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며 미국과는 형제애를 과시하려고 한다. 한 없이 기회주의자적이고 나약한 모습의 표본으로 남을 듯 하다. 미국과의 무역이나 방어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구 상에 과연 미국만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묻고, 언제까지 종속적인 관계로 남아있을 것이며, 가난한 이웃 나라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민족주의는 항상 옳은가?
민족이기에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은 베네수엘라 보건부가 그네들의 의사에게 '월급 600달러를 지급할 테니 빈민 거주 지역에서 무료 의료 혜택을 줄 것을 호소'했을 때, '극소수'의 의사만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 자원 봉사를 경험한 쿠바 의사들은 2003년 부터, 한 달 생활비로 250달러를 받고 빈민가에 살면서 병원비나 그 밖의 의료 시설을 운영'(197쪽)한다고 했다. 신좌파는 세계의 모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친구로 생각하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고 부정부패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든 이들-민족도 포함-을 경계해야 한다. 민족이기에, 넓은 아량으로 돌아서는 것은 옳지 않다. 세상을 넓게 보며 지구를 '세계화'라는 개념으로 물건을 하나 더 팔아 먹으려는 장사꾼의 속셈이 아닌 '내 이웃이자 친구'라는 개념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항상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으며, 항상 모든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개혁의 날이 어디로 향하는가가 무엇보다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난 아주 작지만 큰 힘을 가지고 희망을 설계하는 나라를 보며, 내 나라를 꿈꾼다.

덧붙임:

책이 아주 읽기 쉽게 평이하고, 그의 단순명료하여 한 사람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분명 경계해야 하지만 나는 그의 정책과 노선을 존중하기에 기꺼이 수용한다. 다만 앞으로 더 베네수엘라의 오늘을 연구해야 함이 옳다고 본다.

책이 너무 평이해, 반나절만에 읽고 무엇인가 부족하여 다시 펼쳐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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