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문명기행 - 오아시스로 편
정수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걸은 길과 걷지 않은 길 사이에서...

여행기를 읽는다 건, 내가 걸은 길을 다시 불러오게 한다. '아, 내가 그 길을 걸었지'하며 내가 본 모습과 그가 본 모습을 번갈아 가며 혹시 내가 놓치지 않았나 혹은 내가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알아간다. 그래서일까, 내가 '실크로드'라는 말에 이끌려(-이미 지은이에 대한 신뢰가 다져진 점도 있다) 책을 아주 쉽게 들었다.

여행을 가기 앞서까지 '실크로드;라는 개념을 중국 시안(장안)에서 서역(-로마 어디까지)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교과서에 적힌 실크로드만 생각했다. 여행하지 못한 공간은 그 깊이를 잴 수가 없었으며, 실크로드는 역사적 사실과 상식 하나 더 아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내가 지난 늦봄 부터 가을까지 북인도를 걷쳐 파키스탄 택실라에서 KKH(카라코람하이웨이)를 너머 파미르 고원에 올랐고, 카슈가르에서 천산남로(남도)라 불리는, 둔황 석굴의 전성기를 마련하게 되는, 죽음이 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 길. 곤륜산맥이 더 이상 내려가게 하지 못하고 사막이 더 올라가게 하지 못하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쪽 오아시스길. 아르칸드, 호탄, 체모, 뤄창(신장 위그루)을 걷쳐 칭하이성을 지나 간수성  둔황에 들러 막고굴을 보고ㅡ 자위관, 장얘를 보고 란조우의 간수성 박물관에서 실클로드를 몇 번이고 마주하며 내가 걸어온 길을 되씹었다. 그때야 비로소 난 실크로드라는 개념을 잡을 수가 있었으며, 이 길이 얼마나 미친 길인지 알 수가 있었다.
(정수일 교수님은 시안에서 둔황, 자위관, 투르판, 우르무치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먼길을 다니셨고, 난 그에 비하면 아주 짧다.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택실라를 걷쳐 길깃, 소스트를 너머 쿤자랍 패스를 지나 파미르 고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타쉬쿠르간, 카쉬가로 내려와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쪽을 따라 둔황, 란조우를 걷쳐 시안으로 들어오는 길이다.)

난 교과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실크로드의 느낌을 온몸으로 흡수했으며, 누군가 실크로드라는 말을 입에 올리면, 난 잠을 안자고도 이틀 동안이나 떠들 수 있으며, 누군가 시안에서 터키를 걷쳐 유럽으로 안갈래 하면 난 배낭부터 꾸릴 자세가 되어 있다. 내게 실크로드는 한 인간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길이며, 과연 무엇이 이 미친 험난한 길을 걷게 했을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며, 그네들이 주고받은 문명화 문화는 오늘을 사는 내게 흥미로운 주제이다.

여행이 끝나고, 정수일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큰소리를 낸 부분은 '카쉬가르(카스)'이다. 난 그곳에서 일주일넘게 보냈으며, 할 일 없이 '이드 가 모스크' 앞에 앉아서 신장의 오후와 저녁을 몇 번이고 넘겼다. 오래된 마을(old city, 전통 가쉬가르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었다. 그래서일까 난 카쉬가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내가 머물렀던 곳이기에 눈이 먼저 달려간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내가 본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압축하고 들리는 소문을 말해주고, 오래된 마을의 미로 속 같은 길을 걷지는 않으셨다.

여행의 감정이 체 가라 않지 않은-어쩜 난 그곳을 마주할 때 마다 가슴 설레일지 모른다. -내게 지은이가 들려주는 역사적 사실과 너무나 차분한 지식은 차갑다. 글 속 내내 '실크로드의 의미' 를 묻고 역사적 사실을 쫓고, 또한 너무나 성급하게 둘러보는 일행들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쫓기는 듯 하다. 난 내가 머무른 곳을 몇 번이고 펼쳐놓고 읽어보지만,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다. 이는 내 여행이 그곳의 풍경과 사람이라면, 지은이는 역사적 단초를 찾기 위한 서로 다른 길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그의 걸음만큼 내 걸음은 그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실크로드에 대한 미련, 누군가 그 길을 관광버스가 아닌 버스로 따른다면 나처럼 다시 욕심이 생길 것이다. 난 그 욕심에 하나의 끈을 던져 놓고, 오늘이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다음날 어느 쯤에는 갈 수 있겠지라며, 그 미련 때문에 책을 덮지 못하고 있다.

중앙 아시아는 내게 너무나 생소한 길이며, 몇 몇 사진과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좋은 길동무가 된다. 하지만 어떠한 공감이 아닌 내가 다음번에 이 길을 걷는다면 '그때 너를 벗삼아 데려가리라'... 중앙 아시아의 실크로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내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귀하다.

낯선 사실과 낯선 지식을 몇 개 주워담고, 지나번에 걸은 가쉬가르를 다시 읽으며, 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그의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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