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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다리 ㅣ 빛깔있는책들 - 민속 18
손영식 지음 / 대원사 / 1990년 9월
평점 :
다리하면, 누구나 추억하나 가지고 있을라나...
적어도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앞서까지, 내게 다리는 잊어버리고 싶은 곳이였다.
동네 아주머니가 집앞을 지나가면 언제나 그냥 가시지 않고, '니 저 뱃다리껄에서 주서왔데이'하며 농담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 울면서 엄마한테 달려가 그 말이 진짜인지 물어보곤 했다. 한번 두번 물어보는 것도 아닌데, 난 늘 아주머니가 지나가면 엄마한테 달려가곤 했다. 아주머니는 내 머리가 굵어지자 이제는 동생한테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어머니는 '그만 장난치라'하셨지만 두 사람이 건내는 말은 서로가 건성이 짙다. 어쩜 아주머니는 아이가 울 줄 알면서도 그 말을 건내는 건 지난 시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하나 보태기 위함이 아니였는지 오늘에 들어 간혹 생각에 잠긴다.
초등학교 때에는, 집에 가는 길에 조그마한 다리 하나 건너야 했는데 우리는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겨울이면 썰매를 타고 여름이면 두 시간이고 발가벗고 헤엄치며 물고기랑 놀았다. 열두시 쯤에 마치는 토요일 같은 경우에는, 집 마루에 가방을 던져 놓을 때에는 오후 서너시가 되기 일쑤였다. 다리는 어쩌면 내게 가장 친근한 놀이터였는지 모른다.
어릴때부터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다리'는 나이를 들어도, 그 놀이터에 대한 추억만을 지워보낼 수가 없었다. 여름날이면 괜시리 어린시절에 뛰어놀았던 다리에도 가고, 비가 오면 현교과서를 찢어 종이배를 만들고 싶어진다.
[빛깔있는 책들]의 장점은 짧은 책 속에, 필요한 정보가 객관적으로 담겨져 있다는 점일 것이다. 즉 두꺼운 연구서나 해설서가 어려울 때 징검다리처럼 먼저 건너가기 쉽게 다리를 잇는 책이 [빗깔]시리즈 일 것이다. 나 또한 이 매력 때문에 여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리라.
[빛깔]시리즈의 『옛다리 』는 우리나라에 남은 다리를 여러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그는 재료(흙, 나무, 돌), 형식에 따라 크게 구분한다. 그리고 다리의 구성을 곁들인다.
너무나 객관적인 거리에 서서 다리를 건너다 보니, 조금은 답답하거나 정감이 들지 않게 한다. 지은이의 눈은 다리에 대한 명확한 분류와 설명만이 목적인 듯 하다. 이런 점에서 다리에 나온 사진 역시, 그 아름다움은 오직 건너기 위함에 둔게 분명하다.

영주 무섬다리와 창원 주남새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