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는 각각의 동물이 다른 모든 동물들에 맞서, 각각의‘야만인‘이 다른 모든 ‘야만인들‘에 맞서, 그리고 각각의 문명인이모든 동료시민들에 맞서 ‘거칠고 무자비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왔다. 그러한 주장은 거의 신조처럼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우선 동물과 인간의 삶을 전혀 다른방향에서 보여주는 사실들을 폭넓게 취하여 최근의 통설에 반박할필요가 있었다. 나는 자연계에서 그리고 동물의 종과 인간들의 점진적인 진화에서 사회적 습성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중요성을 지적할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사회적인 습성으로 인해 동물들은 적으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보호받고(동절기를 예비하거나 원거리 이동을 할 때에)수월하게 식량을 구하고, 일찍 죽거나 잡아먹히지 않으면서 지적인능력을 훨씬 더 수월하게 발달시킬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의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자연에 맞서는 힘든 투쟁에서 살아남아 역사속의 온갖 부침을 넘어 진보할 수 있게 해주었던 제도들을 고안할가능성을 얻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P20

동물계가 속한 아주 넓은 부문에서 상호부조는 곧 규칙이다. 상호부조는 가장 하등한 동물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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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음초 - 한시로 읽는 1896년 조선 사절단의 세계 일주 ㅣ 규장각 대우 새로 읽는 우리 고전 29
김득련 지음, 황재문 옮김 / 아카넷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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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조선에서 러시아 황제 대관식을 위해 사절단이 꾸려진다. 김득련은 사절단의 일행으로 특명전권대사인 민영환, 수원 윤치호, 참서관인 김도일과 함께 2등 참서관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 체험이 특별한 것은 그들이 그저 러시아 황제 대관식만 참여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1896년 혼란스럽던 구한말 조선의 상황에서 외교관으로 파견된 그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돌아왔고 그 과정에서 아메리카, 유럽 땅을 밟고 무사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없던 시절 배와 마차 등으로 다닌 체험은 쉽지 않았을 여정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세계 곳곳을 누비고 돌아올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환구음초>는 이 여정을 한시로 기록한 것이라면 <환구일록>은 이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환구일록>은 체험을 메모로 기록해두었다가 조선에 돌아온 뒤 민영환의 기록과 비교해보면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는 <환구음초>만 실려 있지 않고 그 배경이 되는 <환구일록>까지 함께 실어두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김득련의 체험기는 민영환이 남긴 기록과 윤치호가 남긴 기록이 있어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일반 독자가 두 기록을 뒤져가며 읽기에는 번거로울 수 있는데 책에서는 두 기록을 함께 등장시키기 때문에 더 읽는 맛이 풍성하다. 아무래도 민영환은 전권대사 자격으로 가서 상대국인 러시아에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은 가급적 빼고 최대한 공식적으로 기록했던 것 같다. 김득련의 기록은 이에 비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 사적인 기록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윤치호는 앞서 미국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두 사람과의 기록과는 차이를 보이는 면이 많았다.

사절단은 인천 제물포항에서 상하이항으로 가 당시 동양 제일이었다는 번화하고 화려한 상하이의 모습을 구경한다. 원래는 여기에서 프랑스 공사선을 타고 홍콩을 거쳐 러시아로 향할 작정이었으나 배편을 놓치는 바람에 일본, 미국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는 여정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는 바람에 사절단은 대관식에 늦지 않으려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으나 길어진 루트 덕분에 우리로서는 간접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된 셈이 되었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나가사키, 시모노세키를 거쳐 고베에 잠시 들렀다 기차를 타고 도쿄를 향한다. 고베에서 하루 반나절이면 도쿄로 갈 수 있었다니 서양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면서 그만큼 발전한 일본을 보고 소회가 남달랐던 모양이다. 도쿄는 의화군이 신바시에 있었기에 만나러 간 것이었다. 참고로 1872년 신바시와 요코하마를 잇는 철도선이 일본 최초로 개통된 것이다.

태평양을 거쳐 캐나다의 벤쿠버항에 닿아서는 호텔의 엘리베이터와 전기의 모습을 보고 감탄한다. 캐나다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9천리 떨어진 뉴욕으로 향하는데 김득련의 표현에 의하면 마치 ‘축지법’을 써서 금방 닿는 것 같았다고. 그만큼 찰나로 느껴져서 신기했던 모양이다.

광활한 아메리카의 평원을 보면서는 중국의 요동과 지금의 베이징 동쪽에 해당하는 연경의 광활함보다 몇배나 더 큰 규모라 표현한다. 또 뉴욕은 근심 없는 장춘원, 불야성 같은 화려함으로 표현한다. 뉴욕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도 많고 화려한 도시였던 것 같다. 마침 뉴욕 전기 박람회가 있어서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한다. 퀸스타운을 거쳐 영국의 리버풀 항구에 도착하며 유럽의 관문에 입성했다.

영국 런던의 ‘정치가 융성하고 천하 오대주에선 패권국으로 일컬어지며 하늘 위에선 신선의 세계요, 인간 세상에선 부귀의 그림(P165)’이란 표현도 흥미로웠다. 이는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하고 활동한지 어느덧 50년이 지나갈 무렵으로 번성한 도시 속에서도 국법이 엄격하고 명백한 모습을 보며 영국이 부강하다고 느껴서인 듯하다. 아쉽게도 사절단은 당시 유명했던 수정궁은 시간상 둘러보지도 못하고 떠나야 했다 한다(내가 다 아쉽다).

베를린을 거쳐 폴란드를 지나 드디어 러시아 땅에 입성한 사절단. 그곳 모스크바에서 사절단은 황제의 대관식을 경험한다. 당시 세계 각국의 사신이 하례에 참여했는데 모자를 썼다는 이유로 청나라, 튀르키예, 페르시아 사신들과 더불어 대관식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외부의 누각 위에서 기웃거리며 보았다니 당황스러웠다. 아무튼 사흘 밤낮동안 환한 등불이 집, 거리, 크렘린 궁을 비추었다니 과연 장관이었을 것 같다. 김득련은 놀라했으나 윤치호는 이미 미국에서 더 멋진 연등 행사를 경험한 바 있었기에 다소 냉소적으로 기록했다. 황궁에서 밤에 공연을 관람을 하기도 했으나 내용을 알 길이 없으니 뭐 사실 무용만 보고 온 것이 아닐까 한다. 이와중에도 윤치호는 공연 감상기에 발레복을 보며 종교적인 이유로 비난을 하다니 좀 눈살이 찌뿌려지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사절단이 2개월 넘게 머무른 도시이기에 기록 분량상으로도 그렇고 이야깃거리가 많다.
특히 김득련이 이곳에서 작성한 기록에는 그날의 일과와는 관계 없는 정보나 지식으로 최대한 주관적인 판단이나 감상을 자제하고 관찰한 바 그대로를 표현했다.

일단 조선과는 다른 기후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 현상인 백야 현상을 보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기록한 것들이 많다.
동물원과 식물원, 영화관, 맥주 공장, 수돗물 정수장, 도서관, 자기공장, 유리공장, 양초공장, 개선문, 겨울 궁전, 천문대, 미술관 등을 다녀왔다.
장례 행사를 경험하고 황제가 타는 요트를 타볼 기회도 있었고 엘라긴 섬에 가 피서를 보내기도 했다.

표트르대제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고 도읍을 정한 뒤 스스로는 검약한 모습을 취하는 것을 보며 배울 점이 있다 느낀 점이 인상깊었다. 네바강의 해질 무렵 풍경을 보면서는 이국적으로 느끼는 동시에 고향을 그리며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음력 2월 떠난 사절단은 8월 19일 드디어 그곳을 떠나게 된다. 윤치호는 그곳에서 귀국하지 않고 파리행을 선택한다. 사실 민영환, 김득련, 윤치호는 글에서 이미 너무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여행길 초반에는 민영환과 윤치호는 앙숙인가 싶을 정도로 서로를 못마땅해하는데 이무렵이 되면 서로 가졌던 선입견이 많이 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김득련은 영어를 잘하는 윤치호에게 도움을 많이 얻었기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사절단은 시베리아를 거쳐 흑룡강,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부산항->제물포로 귀국한다.
당시 완성되지 않았던 시베리아 철도과 바이칼 호수의 풍경, 이르쿠츠크/하바롭스크 총독부에 들른 소회, 곳곳에서 만난 조선인 유민들을 만난 소회가 인상깊었다.

사절단은 7달 동안 8개국을 거쳐 그렇게 돌아왔다. 과연 이 경험들은 네 사람에게 어떤 경험이 되었을지.

이 책은 정말 우연히 건진 책이었다. 참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읽게 된 책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서점은 무어든 읽을 만한 거리를 챙겨오게 되어 수확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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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10-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한시로 쓴 여행기군요 한시뿐 아니라 일기도 실려 있어서 괜찮을 듯합니다 여러 달에 걸쳐서 여러 나라를 돌아보다니,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런 걸 보면 기록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보다 지금 사람한테 더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때 어떤 모습이었을지 조금이라도 알 테니...


희선

거리의화가 2026-10-18 17:46   좋아요 0 | URL
여행기이자 한시인데 꽤나 어울리는 조합이었습니다. 당시는 배를 타고 돌아 돌아 가야 했을 테니 쉽지는 않았겠죠. 그래도 그랬기에 세계의 많은 곳을 두루 돌아다니는 경험을 했으니 개인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것 같아요.
 
고독서정 - 서양 철학자 강유원의 한시 읽기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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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는 여러 가지 감정 상태가 결집되어 있다. 화남, 억울함, 슬픔, 시샘이나 부러움, 부끄러움, 쌀쌀맞은 쓸쓸함에 이르는, 부정적 심정의 묶음이다. 외로움은 추상적 묶음이고 그것의 드러남은 이러한 구성 속성 중 하나 또는 몇 가지의 결속체로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를 원하면서도 찾지 못한 상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결핍도 외로움을 유발한다. 이는 '스스로 존재함'과는 확연히 다르다. 외로움이 고립된 몸의 내면이라면, 스스로 존재함은 독존하는 몸의 정신적 표상 형식이다. - P47~48

서양 철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저자가 한시에 관한 책을 내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부제도 '서양 철학자 강유원의 한시읽기'다. 서문을 읽어보니 본인에게 한시는 모호한, 몽롱한, 가 닿을 수 없는 철학 같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고.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소리가 스스로에 대한 겸손의 표현임을 느끼게 된다. 나는 몇 권의 책을 통해서 한시를 경험한 것이 다이기 때문에 정말 문외한에 가깝다. 이 책은 한시를 읽는 처음 경험하거나 아직 잘 모르는 초보 독자라도 겁먹을 필요 없음을 느끼게 한다. 


제목이 '고독서정' 고립과 독존에 대한 서정읽기다. 이에 따라 고른 한시들은 대체로 저마다 다른 사정의 외로움이 드러나고 스스로 존재하기 위해 맞서고 분투하는 감정이 놓여 있다. 한시의 해석을 앞에 싣고 뒤에는 원문과 독음을 준 뒤 이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덧붙였다. 한시를 쓴 시인의 상황과 감정은 이랬을 것이라는 추측을 통해 독자도 저마다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의 배경과 시를 쓸 당시의 상황을 알려줌으로써 그 해석을 돕는다.


마음에 드는 한시들을 체크하면서 내 마음이 어느 시에 공명하는지 확인하며 읽었다. 


이백의 시는 술을 홀짝이고 기울인 뒤 읽으면 그 감상을 더할 수 있다. 저자의 감상기에 웃음이 났는데 본인이 이백의 짠한 외로움을 느끼기에는 술을 하지 못해서 감정 이입이 되기 어렵다고 해서다. 어쨌든 그의 시가 널리 읽히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읽기 쉬운데다가 술에다가라도 의지하려는 결핍의 영혼을 가진 이들과 공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그의 시가 은근함이 없어서 어느 순간 감정이 파사삭 식는다고 하는데 뭐 나는 그의 그 지지리 궁상같은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함 때문에 그의 시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백, <장진주>(술을 권한다)


뜻이 이루어졌을 때는 마땅히 온전히 기뻐하고

술잔은 헛되이 달을 마주해서는 안 될 것

...

잠부자, 단구생

술을 올리니 멈추지 말고

그대들에게 노래 한 곡 부르니

내게 귀 기울여 들으라

음악도 안주도 귀하게 여기지 말고

오래 취하고 깨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옛부터 성현은 고요하고 쓸쓸했고

술 마신 이들만 이름을 남겼다

...

주인은 어찌 돈이 적다 말하는가

주저 말고 술 사오시라, 그대와 마실테니

...


이백은 어느 술집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놓고 분노를 토한다. 이 상황을 보는 이들은 혀를 끌끌 찼으려나. 왜 진상이야 하는 말을 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러다 싸움이라도 안 났으면 다행이려나. 


왕유는 안사의 난 때 안록산이 세운 대연국에서 벼슬을 한 것 때문에 난이 평정된 후 더는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려웠던 듯하다. 개인의 뜻을 펼치기 어려운 시대를 만났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왕유의 삶과 그의 시에서 한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왕유의 시는 감정이 폭발하지 않아 대체로 어느 정도의 감정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살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냉소적인 것은 아니다. 뭐 츤데레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왕유, <송별>(사람을 보냄)


말에서 내려 술을 권하며

그대에게 묻는다, 어디로 갈 것인지

그대 말하길, 뜻한 바 같지 않아

남산 자락으로 돌아가 눕겠다고

그저 가시라, 다시 묻지 않을 테니

흰 구름 없어질 때는 없으리니


떠나는 친구를 보내며 행선지를 묻는 왕유나 답하는 친구나 무심한 듯 툭 건네는 상황이 인상적이었다. 친구는 뭔가 뜻한 길이 잘 풀리지 않아 어디엔가 은거할 작정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왕유는 그를 감히 붙잡을 수 없고 그저 가시라 툭 하고 말을 건넬 뿐이다. 


왕창령, <새하곡 - 둘째>(변방 요새 아래서)


가을, 말에게 물 먹이며 건너는데

물은 차갑고 칼바람 분다

가지런한 모래밭, 해도 저물지 않았는데

임조성은 희끄무레 보인다

오래전 장성 싸움들,

뜻과 기세가 높았다고들 한다

이제나 예나, 누런 티끌 가득 차고

썩고 남은 뼈들 들풀 속에 어지럽다


진나라 이후 장성이 쌓이고 나서 변방으로 출정하는 장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변방에 나간 어느 장병이 시를 읽는 중이니 평시인 비전투기임을 짐작하게 한다. 시인은 가을에 물을 건너와 장성 앞 모래밭 풍경을 보며 과거 이 터에서 벌어졌을 전투와 거기 있었을 사람이 이제는 백골이 되어 떠돌고 있는 황망함을 느낀다. 남은 것은 들풀들 뿐이다. 


유종원, <강설>(눈 내린 강)


온 산에 새 날아감 끊기고

온 길에 사람 자취 사라졌다

배 한 척에 도롱이 삿갓 쓴 늙은이

눈 내린 강 홀로 낚시하는 차가움


고립된 이는 누군가 곁에 있어 주기를 원한다. 혼자서는 못 이겨 낸다. 독존하는 이는 강에서 홀로 낚시를 해도, 강에 들어선 순간부터 늘 그렇게 낚시하는 것을 연습했기에, 추운 날씨를 몸으로 느끼고, 애써서 온기를 찾지 않으며 차가움 자체를 구현한다. 물론 독존이 초월적인 것과의 접촉 통로일 수는 있다. 세상과 떨어져 지내던 은수자가 그러했을 것이다. 이들은 다른 인간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무도 느끼지 않는다. 유종원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인간을 외면하고 신 앞에 선 단독자로 살아가려는 계시종교의 수도자가 아니라, 강에 들어선 순간부터 내가 서 있는 지반을 조심스레 살펴 보고 그 위에 나를 하나씩 조금씩 쌓아 올리고, 무너지는 것을 토닥여 가며 전진해온 인간이다. '실존의 편력을 통한 독존의 구축'-이것이 '시유'라 물리는 그의 삶이다. 오십 년도 살지 않은 그의 삶의 최종 귀결은 '차가움'이다. - P207


유종원은 벼슬을 하다가 호남성으로 좌천되어 영주에서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직책으로 지냈다. 내가 아는 그의 시에는 노년을 다룬 시가 많은데 이는 인생의 끝자락에서의 회한처럼 고립과 외로움의 환경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결코 감정을 닫고 숨지 않았으며 스스로의 꿈을 펼칠 시기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였다. 저자의 유종원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한시 여행이 참으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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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10-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철학자라는 말이 눈에 띄는군요 서양철학자라고 해서 한시를 안 봐야 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에요 본래 한시를 좋아했나 봅니다 한시는 학교 다닐 때만 보고 거의 못 본 듯하네요 그때라고 제대로 본 것도 아니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6-10-18 17: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찌 보면 편견일 겁니다. 중국 한시 작가들은 몇 권의 한시 책들을 접하면서 낯이 익네요. 오히려 고려, 조선 시대에 국내 한시는 정철 말고는 생각나는 이름이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국내 한시에도 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Becoming (Paperback) -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Crown Publishing Group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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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에 사두고 앞부분만 조금 읽다 만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역시 원서는 함께 읽어야 읽을 수 있는건가. 아무튼 '강제'의 힘은 확실히 강한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든 생각은 미셸 오바마는 몸도 마음도 참 건강하다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미셸도 인생 여정을 거치며 쉽지 않은 우여곡절을 지나왔지만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떤 상황에 놓여졌을 때 상처받고 흔들려서 무너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부러웠다. 멋진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있다는 것은 미셸이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미셸과 오빠를 항상 어른으로 대접해주었다. 결코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았고 어떤 질문에든 경청하고 나서 일방적인 훈계가 아닌 방식으로 진지하게 답해주었다. 냉혹한 현실에는 꾸미거나 왜곡하지 않고 어물쩍 좋은 말로 넘기지도 않았다. 언제라도 세상에 나아가서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신 게 아닐까. 그래서 덕분에 그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통제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프린스턴은 극도로 백인적이고 대단히 남성적이었다. 남학생 수가 여학생 수의 두 배가 넘었고 흑인 비율은 9%도 안 되었다. 그녀는 제3세계센터(TWC)를 통해서 흑인, 라틴계 학생 공동체와 자주 어울렸다. TWC 센터장인 처니에게서는 망설이는 일이 있을 때는 고민하지 말고 그냥 도전해보라는 메시지를 얻는다. 룸메이트인 수잔을 통해서 나와 다른 자유분방한 성격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다(아마도 이것으로 오바마를 만나기 전 미리 어느 정도 준비를 할 수 있었을 듯), 


미셸은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들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 쓰기 마련이었는데 그로 인해 남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는 일로 정해진 길에 당연한 듯 들어섰고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칭찬을 잃을까봐 다른 길을 택하지 못했다. 늘 그래왔듯이 노력과 의지에 맞춰서 사는 것에 절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편인데 변호사는 늘 한 공간에 갇혀 수많은 사건 서류 더미와 씨름해야 했던 것. 그렇게 그녀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소명이 아님을 점점 깨닫게 된다. 물론 그 직업을 선택해서 평생지기인 오바마를 만났으니 그녀에게는 어쨌든 짧지만 중요한 전환이기는 했을 것이다.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운동가로 활동하는 모습으로 점점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신선했고, 관습적이지 않았고, 희한하게 우아했다."고. 뭐 이즈음이면 이미 콩깍지가 씌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데이트해야 할 것 같아요.” 버락의 제안에 만남을 가진 그녀는 모든 것이 뒤섞인 이 이상한 남자(!)에게 결국 넘어갔다. 미셸의 이상형이 언제고 단숨에 자신을 사로잡는 남자를 만나, 최고로 멋진 사랑 이야기들에 빠짐없이 나오는 해일 같은 격정에 휩쓸리기를 바랐던 것을 생각하면 뭐 대충 비슷한 거 아닐까 싶기도. 


미셸의 청춘에서 가장 큰 아픔이었던 사건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수잔의 때이른 병으로 인한 사망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사는 동안 원없이 하고 싶은대로 살았기에 미셸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 있었다. 이후 이어진 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식은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드디어 그녀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시카고 시청에서 보좌관으로 일하기로 한다. 월급은 반으로 줄어들었는데 버락은 어떻게든 해낼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아무튼 미셸과 오바마는 축복 속에 시카고에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지만 이상주의자인 오바마에게서 미셸은 그의 비전이 실현되기를 어느 순간 소망하게 되는데 그것이 오바마가 정치를 선택하여 그 길을 걸어가는데 앞날을 예견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1996년 버락은 정치인이 되었다). 

두 사람은 임신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첫 아이는 결국 유산이 되었다. 두 사람은 상담 끝에 배란 촉진제를 복용받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노력 끝에 첫째인 말리아가 태어났다. 이후 둘째인 샤샤가 태어났다. 힘들게 얻은 아이들이었기에 두 사람의 기쁨과 간절함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 미셸은 학교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두고 조금 더 자유도가 높은 병원의 일자리를 수락한 반면 버락은 강의와 입법 활동을 병행했다. 게다가 그는 더 높은 정치인의 길에 올라가기를 꿈꾸고 있었다. 미셸은 지금도 충분히 바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로 정치가 싫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때 부부 상담을 하러 가야할 정도로 악화일로였다고. 뭐 상담 후에는 서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무마되었지만. 


오바마는 정치인의 단계를 밟았고 결국 대통령의 길에 들어섰다. 이걸 미셸이 수용하기란 참 쉽지 않았을텐데 다시 생각해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통령이 되면서 미셸은 가족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공개적인 생활에 익숙해져야만 햇을 것이다. 백악관에 살면서 버락은 예전보다 규칙적이 되었다고. 아이들이 가장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그들은 생각보다 기대 이상으로 잘 적응했단다. 

미셸은 이것저것 정치에 직접 개입해서 간섭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이자 최고의 결과를 냈다. 백악관에서 텃밭을 가꾸고 비만이 늘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건강식으로 된 급식을 추진하고 군병원에 방문을 해서 장병들을 위로하고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멘토링을 하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 재난이 생기면 기피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일부러 가족들과 그곳을 찾아 여행을 하기도 했다. 

특히 총기로 인한 사건, 사고가 생길 때마다 슬퍼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수장이기에 총기 규제 법안을 어떻게든 추진하려고 밀어붙일 수 있었다(결국은 안되었지만). 


번역서가 읽어서 겨우 읽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원서들보다는 재미나게 읽었다. 그녀의 인생이 궁금했었기에 이렇게 읽은 것으로 만족한다. 그녀는 참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앞으로도 부디 남은 인생 멋지게 살아가시길!

Failure is a feeling long before it becomes an actual result. It‘s vulnerability that breeds with self-doubt and then is escalated, often deliberately, by fear.

It was one thing to get yourself out of a stuck place, I realized. It was another thing entirely to try and get the place itself unstuck.

Dot we settle for the world as it is, or do we work for the world as it should be?

It‘s all process, steps along a path. Becoming requires equal parts patience and rigor. Becoming is never giving up on the idea that there‘s more growing to be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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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9-30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거리의 화가 님!! 1등 이십니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이 책 읽으면서 같이 읽기가 아니라면 완독하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어들이 너무 어려워서요. 그건 미셸 오바마가 어휘력이 좋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문장이 어려운 것 같진 않은데 색다른 단어들을 넘나 많이 써서.. 휴..

미셸도 대단한 사람이고 오바마도 대단한 사람이고, 말씀하신대로 둘다 대단한 사람들끼리 만난 것 같아요. 미셸이 오바마의 대통령 출마를 허락하게 되는 이유중에 하나가, 오바마는 항상 미셸의 선택을 지지해줬다는 것도 있잖아요.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월급은 더 적지만 다른 걸로 옮길까.. 갈등할 때 오바마는 응원과 격려를 줬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응원을 해준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흑인이며 여성인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이렇게 글을 써준 것이 저는 너무나 좋습니다. 거기에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걸친 흑인의 역사도 있으니까요.

비커밍 한 달 더 읽기로 해서 그 다음 원서는 11월부터 시작하게 될건데요, 거리의화가 님, 한달간 달콤한 휴식을 즐기세요!!
>.<

거리의화가 2026-09-30 09:13   좋아요 0 | URL
아... 11월까지 연장되었군요^^; 아무래도 분량도 그렇고 어려운 단어들이 있어서 읽기가 어렵더라구요.

미셸도 버락도 둘 다 멋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여러 번 주먹을 불끈 쥐으며 읽었는데 어찌 되었든 저는 두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적어도 미국이란 나라에 확실히 득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달 간 잠시나마 인류에 회의적이던 제 생각이 잠시 달아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락방 님 함께 읽기 제안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 원서가 무엇으로 정해질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책이라면 참여하도록 할게요. 9월 마무리 잘하시기를!

책읽는나무 2026-09-3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본도 꽤나 두꺼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원서를 완독하시다니 멋집니다.^^ 뿌듯하시겠어요.

거리의화가 2026-10-01 08:59   좋아요 1 | URL
번역본이 있어서 그나마 완독을. 원서만 읽었으면 중도포기했을거에요. 그래도 원서는 킨들로 읽으니 단어에 도움을 바로 얻을 수 있어 힘이 됐죠.

단발머리 2026-10-0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며칠 전에 거리의화가님이 써주신 이 부분 지나갔거든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신선했고, 관습적이지 않았고, 희한하게 우아했다.˝고. 뭐 이즈음이면 이미 콩깍지가 씌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콩깍지 부분이요. 지금도 오바마 멋있는데 그 때는 더 멋있었을거 같아요. 웃을 때 표정도 근사하고, 목소리도 ㅋㅋㅋㅋㅋㅋ 이런, 제가 사랑에 빠진 걸까요? 아무튼 저도 더 부지런히 읽어봐야겠어요.

거리의화가님이 1등이시네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6-10-25 12:05   좋아요 0 | URL
댓글이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사진 보면 진짜 준수했잖아요. 저 또한 처음에 봤을 때 ‘와! 잘생겼다‘ 했었거든요. 게다가 뭐 지식부터 시작해서 추진력 등 다양한 매력도 있으니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너무 다른 사람이라 오히려 빠질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ㅎㅎ
 

영국은 세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구에 제품을 공급하는 경이로운 공장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원자재가 들어오고, 가공된 상품이 전 세계에 살포되었다. 대영제국은 당 - P351

대에 가장 큰 항구와 가장 강력한 금융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영국은 최고 수준의 상업적 전문성을 갖추고, 보험과 운송의 세계적인독점권을 보유했으며, 국제 금 시장을 지배했다. 독일 관세동맹의아버지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는 자유무역이 바로 영국의주요 수출품이라고 지적했다. 관세 보호주의만큼 영국인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전혀 없었고, 가끔 영국인은 그것을, 중국과 벌인 아편전쟁의 경우처럼, 피와 불의 언어로 알렸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자유경쟁은 영국에게 하나의 계시된 진리가 되었는데, 이는 영국이 스스로 가장 강하다고 확신한 순간부터 비로소,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엄격한 보호주의 법률의 보호를 받아 자국의 섬유 산업을 발전시킨이후였다. 아직 산업이 불리한 상황에 있던 초기의 어려운 시기에는가공하지 않은 양털을 수출한 영국 시민은 오른손을 잘리고, 그 행위를 반복하면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 지역의 본당 신부가 먼저 수의가 국내에서 제조된 것임을 증명하지 않으면 시체의 매장이 금지되었다.  - P352

미국의 자본은 미국 본토보다 라틴아메리카에 더 강하게 집중되어 있다. 몇몇 기업이 대부분의 투자를 통제한다. 그들 기업에게 국가는 수행해야 하는 과제도, 방어해야 하는 깃발도, 개척해야 하는운명도 아니다. 때로는 주권이 불편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는 단지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일 뿐이고, 탐스럽게 먹어야 하는 즙 많은 과일일 뿐이다. 각 나라의 지배 계층에게 국가의 발전은, 반대로, 책임지고 완수해야 할 하나의 사명일까? 거세게 질주하는 제국주의 자본은 무방비 상태인데다, 자신의 역사적인 역할에 대한 인식이 없는 현지의 산업과 맞닥뜨렸다. 부르주아지는 눈물도 피도 흘리지 않은 채 외국의 침략에 협력했다.  - P406

1950년대 말부터 경제 침체, 금융 불안정, 신용 부족, 그리고국내 시장의 구매력 저하는 국내 산업을 무너뜨리고 국내 산업을 제국주의 기업의 발밑에 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제통화기금은 마법과도 같은 통화 안정화라는 구실만을 내세워, 이해관계에 따라 열병을 질병과 혼동하고 인플레이션을 현재의 구조적 위기와 혼동하면서 라틴아메리카에서 불균형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하는정책을 강요한다. 복수 환율과 물물교환 협정을 금지하면서 무역을자유화하고, 국내 신용을 질식할 정도까지 축소하며, 임금을 동결하고, 국가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통화의 실질 가치를 회복하고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이론적인 조치로서 강력한 통화 평가절하를 이 프로그램에 추가한다.실제로, 평가절하는 단지 지배 계층의 이익을 위한국내 자본의 집중을 촉진하고, 가방에 한 움큼의 달러를 담아온외국인들이 국내 기업을 흡수하도록 조장할 뿐이다. - P427

다국적 기업은자본을 축적·증대·집중하기 위해, 기술혁명을 심화하기 위해, 경제를 군사화하기 위해, 그리고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세계 자본주의를 성공적으로 미국화하기 위해 국가를 직접적으로 이용한다. 미국수출입은행, 국제개발처, 그리고 그 밖의 작은 기관들은 세계 자본주의를 미국화하는 데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이 부인할수 없는 지배권을 행사하는 몇몇 표면상의 국제기구 또한 이렇게 운영된다. 국제통화기금과 그 쌍둥이형제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그리고 미주개발은행은 자신들이 대출을 요청하는 국가가 따라야할 경제 정책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이들 기관은 자국의 중앙은행과 주요 부처를 성공적으로 장악하면서 경제와 금융에 관한 모든 비밀 데이터를 차지하고, 국가의 법률을 작성하고 강제로 시행하며, 정부의 조치를 금지하거나 허가하고, 정부의 방향성을 상세하게 설계한다. - P439

다국적 대기업은 기술적인 수단들을 통제하면서 자연스럽게라틴아메리카 경제의 다른 핵심 장치들도 조종한다. 물론, 다국적 대기업의 본사는 자회사에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절대 제공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자회사의 독립성을 촉진하지도않는다. 미주개발은행의 의뢰로 《비즈니스 인터내셔널(BusinessInternational)》이 실시한 설문조사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는 연구와 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노력을기울이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은 그 같은 목적을 위한 부서를 갖추지 않은 채 극히 드문 경우에만 기술 적응 작업을 수행하는 반면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에 있는 소수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제한적인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P471

라틴아메리카의 재건을 향한 여정에는 바다 깊숙한 곳에 버려야 할 썩은 것이 너무 많다. 그런 일은 바로 빼앗기고, 짓밟히고, 저주받은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민족적 대의는 무엇보다도사회적 대의다. 라틴아메리카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나라의 주인들을 나라별로 무너뜨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반란과변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운명은 신의 무릎 위에 놓여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지만, 진실은 인간의 의식 위에서 절박한 도전처럼 작동하고 있다. - P500

과거를 숭배하는 것은 항상 반동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우파는 죽은 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과거를 선택하는데, 죽음은 고요한 세계, 멈춰버린 시간이다. 세습을 통해 자신의 특권을 정당화하는 권력자들은 향수를 조장한다. 역사는 박물관을 둘러보듯이 학습되지만, 그같은 미라들의 전시는 속임수다. 그들은 우리에게 현재를 속이듯 과거도 속이고, 현실을 가린다. 억압받는 자는 억압하는 자가 만들어낸, 자신과 무관하고, 박제되어 있으며, 메마른 기억을 자기 것으로받아들이도록 강요받는다. 억압받는 자는 자신의 삶이 아닌 삶을 유일하게 가능한 것인 양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 P504

라틴아메리카가 수출하는 상품 대부분의 가격은 기술, 무역, 투자, 금융 자원을 독점한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상품 가격에 비해 가차 없이 하락하고 있다. 그 격차를 메우고 외국 자본에대한 채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가격에서 손해 본 것을 물량으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  - P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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