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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없는 사람들의 미국사 - 밀려오고 적응하고 내쫓기며…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 미국
로널드 다카키.레베타 스테포프 지음, 오필선 옮김, 김민정(金民晶, KIM, Minjung / 갈라파고스 / 2022년 1월
평점 :
미국은 참 복잡다단한 나라다.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 나라를 구성했다는 것은 어쨌든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인종 차별과 혐오, 무수히 많은 학살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심지어 이토록 많은 피를 흘리며 합중국이 되었다지만 지금에 와서도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 하면 결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여전히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면서 판을 가르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미국 이주, 이민의 역사이다.
(거시사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지만 미국은 특히 많은 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이들의 역사는 다루어져야하는 것이다.)
거대 서사는 강력하면서도 대중적이다. 우리 문화에, 수많은 학자의 저술에, 미국사를 가르치고 이야기하는 방식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거대 거사는 정확하지 않다. 그 안에서 누가 과연 미국인인지에 대한 정의는 너무 협소하다. - P15
영국, 아일랜드, 멕시코, 중국, 일본, 조선, 러시아 등등 각지의 사람들이 자신의 땅과 조국을 내려두고 기회의 땅 미국을 찾아 모여들었다.
미국이 아무리 기회의 땅이었다고 해도 고향 땅을 포기하고 낯선 땅을 향해 떠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떠난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미국은 열린 세계여야 했고 돈을 벌어주는 땅이어야 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철저한 인종 분리와 배척으로 이주민들은 이용되고 폭력에 노출되었으며 철저히 착취당했다.
돈이 열리는 나무로 알았던 이 땅에서 그들은 백인 농장주와 공장주, 군인, 건설 노동자 등으로 뜨거운 뙤약볕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한 것이다.
그들이 미국 땅에 자리잡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있었을까.
그런 어려움 속에서 그들은 악착같이 견디고 싸워서 이겨냈고 결국 자리를 잡았다.
이민 1세대에서 2세대, 3세대, 4세대가 될 때까지 쉽지 않은 삶을 살았던 그들의 삶의 역사야 말로 지금의 미국을 만든 힘이 아닐까.
로자 파크스 운동, 프리덤 라이드 행진, 마틴 루서 킹의 연설 이야기. 뜨거웠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성에 대한 생각을 했다.
한국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구가 많아졌으니 더는 나와 남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 조선족, 난민, 유학생 등등 사회의 구성원은 점점 다양해지는데 배척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만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물론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더는 무시하거나 내버려 둘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사회의 인구 비율 중 백인 비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사회 내부에서도 백인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밥그릇을 뺏길까봐 노심초사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사회 구성원 사이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갈등을 철저히 이용하면서 대통령이 되었고 그 이후 멕시코 장벽까지 세우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벌이기도 했다.
앞으로 미국 사회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자신들의 역사를 통해서 더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의 선택은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시각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소수를 생략하는 역사는 분절을 강화하지만, 모두를 포함하는 역사는 집단 간 분절을 잇는 가교가 된다. - P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