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세계철학사 시리즈를 완독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찜해서 장바구니에 채워 넣었다. 보관함에 넣어 놓은 책들은 애써 보지 않으면 결국 지나치게 되더라. 그렇게 주워 담은 책들이 법의 힘, 광기의 역사, 기억의 에티카 세 권이다. 추가로 비코의 책은 <오리엔탈리즘> 책을 재독하고 있는 중에 체크해 놓았다가 담은 책이다. 이 책들과 커피 1킬로그램을 샀더니 예상대로 10만원은 훌쩍 넘어가버렸다.
서양 근대의 구조주의는 합리주의의 또 하나의 형태로 데카르트의 이원적 구도를 삼원적 구도로 변화하는 시도였다. 현상이 실재(계)라면 구조(이미지)는 상상계(추상/상징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어를 통한 의미를 계열화(수직화)하고 타인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 라캉, 푸코, 레비나스, 데리다 중 나는 푸코와 데리다에 관심이 갔다.
미셸 푸코는 배제, 감금, 수용 등의 구조를 통해 지식-권력의 관계를 분석해내고 주체의 존재, 행위가 문제화되는 순간에 대해 밝히려 노력했다. 그는 또 ‘담론’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어서 주목을 끌었는데 책 <오리엔탈리즘>에서도 ‘지식과 현실은 담론을 낳고 담론의 내부에서 생긴 텍스트의 내용에 대한 본질은 담론의 실체적 존재나 무게다(P172)’와 같이 다루어지고 있다. 여러 책들 중 <광기의 역사>를 택한 건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제도가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과 한계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데리다는 유대인으로서 사유하고 저항하면서도 자신에게 존재하는 배타성에 대해서도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철학자들과 차별점을 두었다. 그는 마르크스 철학을 비판한 것으로 유명해서(이 책을 들여다보기 전 마르크스부터 독파해야 하는 건가) 이것이 아무래도 내게 책 선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책이 후에 발터 벤야민의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해서 또한 기대가 된다.
다카하시 데쓰야의 책은 제목과 부제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 20세기의 세계사적 전쟁들에서 역사적 폭력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서 담고 있다. 아무래도 한나 아렌트의 철학과 비교해서 엿볼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그 전에 아렌트 책부터…).
얼마 전 <딕테>를 읽으면서 탈식민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한 성찰과 인식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세 권의 책이 이 책과도 여러 모로 연결해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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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코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여러 번 거론되는 철학자다. 비코는 문화인류학 및 민족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에드워드 사이드가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새로운 학문>이 <오리엔탈리즘>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더군다나 비코는 마르크스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마르크스의 경제관이 그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런데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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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한 해에 출판된 책들 중 엄선된 책을 중심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가려 뽑는다. 학술서 부문에서 <DMZ의 역사>, <세계철학사 1~4>,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울산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가 후보에 오른 것이 보였다. 이중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이외에는 모두 읽었다. 교양서 부문에서 <헌법의 순간>,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가 후보 부문에 올랐고, 번역서 부문 후보에 오른 책 중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 <감정의 문화정치>,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이 눈에 들어왔다. 이 중 김수경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수확이고, 샹탈 자케의 책은 비록 읽지는 못했지만 구입은 해 두어서 다행이다. 편집 부문 후보 에는 <한국여성문학선집>, <520번의 금요일>이 올랐다. 뽑은 책들 중에서 눈에 들어온 책은 당장은 못 읽어도 시간을 두고서 도서관을 통해서라도 구해 읽어보도록 하려고 한다.
12월은 정말 너무 읽은 책이 없지만 그마저도 읽은 책들 중 아직도 리뷰를 못 쓴 책들이 남아 있다. 결국 안 쓴 것은 핑계겠지. 부디 해를 넘기지 않고 리뷰라도 쓰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달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남은 날들이 3일 뿐이어서 남은 날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꺼운 책은 불가능하니 얇은 책으로 한 두권 정도만 읽자 싶다. 이북으로 담아둔 한강의 책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
한동안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도 없이 살았던 것 같아서 어제, 오늘 산책하면서 사진들을 찍었다. 어제는 그냥 걷기만 했고 오늘은 필라테스 나가서 유산소 및 기구 운동을 했다. 할 때마다 ‘너무 힘들다.’ 소리가 나오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조금이라도 근육이 만들어지기를 하는 소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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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안타까운 비보를 들었다. 2024년 12월은 여러 모로 나라에 악재가 끊이질 않는 것 같다. 우려와 탄식 속에서도 부디 하나씩 정돈되기를 바라고 있다.
연말인데도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인지 마음이 휑하다. 그렇지만 또 지금 이 순간을 외면하지 말고 주어진 매일을 최선으로 살자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