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장

이보다 순수한 개념만을 문제로 삼는, 보다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차원에서조차 "완고하고 항상 잘못된" 사람들에게 "이데올로기"라는 용어가 적용되는 관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면, 만하임의 역설에 관한 탈콧 파슨스의 최근 고찰에서 "[사회]과학적 객관성으로부터의 일탈"은 "이데올로기의 본질적 지표"로 나타난다. "이데올로기 문제는 믿어지고 있는 것과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 사이에 괴리가 생길 때 발생한다. - P236

"노예노동법"과 같은 이데올로기적 상징과 이것이 등장하는미국인들의 사회생활의 현실 사이에는 "왜곡", "선택성", "극도의 단순화" - P253

등과 같은 개념으로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미묘한 상호 작용이 존재한다. 이형태의 의미론적 구조는 표면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할 뿐 아니라 그것의 구조 분석은 형태와 사회현실 사이의 다양한 관계들을 추적하게 한다.
그리하여 최종의 그림은 상이한 의미들의 집합 형태인데, 이 의미들이 상호작용하여 최종적인 상징이 표현력과 수사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 P254

다양한 종류의 문화적 상징체계는 사회적, 심리적 과정을 조직화하는 형판으로서 외재적 정보자원이기 때문에 특별한 종류의 정보가 부족한 상황,
즉 행동이나 사고, 감정을 유도하는 제도화된 지표가 약하거나 결여된 상황 - P259

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詩)와 도로지도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경우는 감정적으로나 지형적으로 생소한 곳에서이다.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 P260

은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다. 이데올로기는 사회의 조건이나 향방과 관련해서 경험적 주장을 내놓는다. 그리고 과학(과학적 지식이 없을 때는 상식이)은 그것을 사정(査定)하는 일을 한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과학의 사회적 기능은 첫째는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며, 둘째는 그것을 비판하고 그리고그것을 현실과 타협하도록(그러나 반드시 항복할 필요는 없다) 하는 일이다. - P275

무관심이 합쳐져서 얼렁뚱땅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혁명 이후의 시대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발전이 급속하게 대규모로 그리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활기 있는 집합 정체성의 규정과 창조 그리고 공고화라는 혁명기와 혁명 직전의 중심 테마가 여전히 지속되는 시기, 심지어 그것이 순조롭지 못한 시기임이 판명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식민통치로부터의 공식적인 해방은 마지막 정점이 아니라 하나의 단계였음이 드러났다. 그것은 중요하고도 필요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궁극적인 단계는 아니다. - P281

시대의 조류를 따르는 것과 고유의 길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긴장으로 인해서 신생국의 민족주의는 필사적으로 근대화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민족주의의 실현으로 인하여 도덕적으로는 무규범 상태가 되는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확실히 비합리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집합적 혼란상태그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진행중에 있는 사회적 대변동이라고 하겠다. - P287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정치적 혁명의 커다란 흥분은 영감이 넘친 과거의 일로 잊혀지고, 생기 없는현재의 초라하지만 격렬한 운동에 의해서 대체되어감에 따라서 베버의 유명한 "의미 문제"의 세속적 유사물은 점점 더 필사적이 되어간다. 사물은
"단지 존재하고 발생한다"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의미 때문 - P297

에 존재한다"라는 것은 종교에서 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특히 신생국의 정치에서도 그렇다. "목적이 무엇일까", "용도는 무엇일까", "왜 계속 발생할까"라는 의문은 소모성 질환이나 절망, 영아사망과 같은 상황뿐 아니라 가난과 공무원 부정, 부족폭동과 같은 상황에서도 일어난다. 훌륭한 답을 얻을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보존할 만한 유산이나 따를 만한 약속의 이미지로부터일 것이다. 이것들이 반드시 민족주의적이미지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마르크스주의자적인 것까지 포함하여 대부분이 민족주의적인 것은 사실이다. - P298

하나의 사회로서신생국은 원초적 유대에 기반한 심각한 이탈에 비정상적으로 영향을 받기쉽다는 것이다." 원초적 유대란 사회적인 존재에게 "주어진 것에서 유래하는 것――더 정확하게는 문화가 불가피하게 그런 문제에 연루됨으로써
"주어진 것을 뜻한다. 주로 일차적인 접촉과 혈연적 연관이지만, 이것들을 넘어 특정한 언어, 혹은 심지어 방언을 말하고, 특정한 사회적 관습을 따르며, 특정한 종교 공동체에 태어났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주어짐인 것이다. - P304

신생국이 당면하는 매우 심각하고 다루기 어려운 어떤 문제들보다도 더 - P305

불길하고 심각하게 위협적인 문제인 부족주의, 지방주의, 공동체주의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문제를 낳는 것은 바로 이 원초적인 것과 시민적인 정서 사이의 직접적인 갈등의 결정체 즉 "다른 어떤 집단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염원" 인 것이다. - P306

중요한 점은 신생국에서는 행정제도들이 형태를 갖추고 특정의 정책을 취하게 됨에 따라서 그 주위에 많은원초적 불만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며, 그 소용돌이는 스스로 강화된다는 사실이며, 나아가 이 유사 정치적인 대혼란은 대부분이 정치적 발전의 과정그 자체가 가져온 결과한번 비유를 사용한다면 역류(逆流)다시라는 점이다. - P325

통합을 위한 혁명은 자민족 중심주의를 없앤 것이 아니라단지 근대화시켰을 뿐이다.
"그러나 근대화하는 자민족 중심주의는 국내에 발달한 정치적 제도들이있으면 그것에 훨씬 쉽게 타협한다. 그런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은 원초적유대와 정체성의 규정을 국민으로서의 그것으로 대체할 필요는 없다. 모든개연성 중에서 그런 대체는 오히려 아주 불가능한 것이다. 제도의 효과적운영을 위하여 요구되는 것은 그 두 가지 유대 사이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때의 조정이란 곧 정부의 통치가 개개의 정체성을 위한 문화적 틀을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게 하고, 일반 사회에 존재하는 "동류 여부를 따지는 의식"의 불연속성이 정치적인 기능을 근본적으로 왜곡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 P361

시민의식에는무엇보다도 다른 것과 구분되고 특징적인 실체로서의 공민(公民)이라는 명확한 개념과 그것에 수반한 순수한 공적인 이익이라는 개념이 있어야 하며, 이 공적인 이익은 반드시 우월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사적인 이익과 집단적인 이익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때로는 맞싸워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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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10-30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어떤지 궁금하네요, 지금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고 있는데, 좋아서, 문화에 대한 책들 리스트가 막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 책도 갖고 있어서.. 읽으려구요.^^

거리의화가 2023-10-30 10:58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저는 이 책 아직 깜냥이 안 되는데 덤볐다는 생각이 들어요!ㅎㅎ <토지> 읽고 나서 ‘문화‘에 대한 책을 찾다가 이 분야에서는 명저라는 이야기를 듣고 샀거든요. 기본적으로 인류학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께는 추천할 만한 책일 것 같은데요?
 

조충국이 글을 올려 말하길 "제왕의 군대는 계책을 귀하게 여기고 싸우는 것을 천하게 여겨야 하니,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먼저 적이 이길 수 없게 만들고서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니, 군대를 출동하지 않고 둔전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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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의 풍경 - 주한미군이 불러온 파문과 균열에 대한 조감도 메두사의 시선 3
엘리자베스 쇼버 지음, 강경아 옮김, 정희진 기획 / 나무연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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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대사에서 미군정 시기 3년(1945년 9월 9일~1948년 8월 15일)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한 결정적인 시기였다고 본다. 우리는 미국을 몰랐다. - P10


해제를 읽으며 너무 동감했던 구절이 바로 저 위의 구절이었다. 한국 근현대사 중 특히 3년 간을 천착하여 공부하다가 절감한 것은 일본의 지배가 끝나자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또 다른 지배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한반도는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일제의 피해를 겪은 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새 열강에 의해 두동강이 났다. 미군은 1950년 이후 지금까지 군대를 주둔시키는 중이다. 이로써 남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건설한 끊임없이 확장하는 ‘기지의 제국’(Johnson 2004: 151)에서 매우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 P81


동맹은 일시적인 것이어야 하는데도 한미동맹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그 지분을 확대해가는 중이다. 한국은 미국의 또 하나의 위성국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미국은 군사주의 국가이며 북한을 비롯한 중국, 일본에 둘러싸인 한반도도 마찬가지로 군사주의 국가다. 

그렇다면 ‘군사주의’란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늘날 군사주의에 대해 가장 포괄적 정의를 내린 이는 사회학자 마틴 쇼다. 

‘군사주의’의 핵심 의미는 군사적 관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사회관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규정되어야 한다. 군사주의는 사회관계 전반에 군사적 관계가 침투하는 것을 뜻한다. 군사주의는 군사화할 때 팽배해지고, 비군사화할 때 줄어든다. (2012: 20) - P35

군사주의는 사회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구성원 일부 세력은 충분한 군사를 갖춰야 평화주의가 안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군비를 확장한다면 끝은 없는 것이 아닐까.


박정희 시기 일상화된 전시체제를 거친 뒤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집권했고 그는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군부 독재자였다. 광주항쟁이 벌어지자 정부는 공수대를 투입하여 대학살을 감행했다. 그런데 1980년 5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전두환 정권을] 지지하되, 장기적으로는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한다”는 접근법을 택했다. (Adesnik and Kim 2008: 18) 

이후 들어선 레이건 정부는 전두환을 백악관에 초청했고, 미국이 전두환을 지지하자 많은 한국인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미군이 광주항쟁 진압에 실제로 개입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미국이 결정적 순간에 스스로 투쟁에 나서 민주적 변화를 끌어내려했던 운동가들 편에 공개적으로 서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 P101


경제적 이득이 있었다고 해도 어쨌든 베트남 전쟁에 가장 많은 파병을 할 정도였던 한국에게 광주항쟁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범지구적 테러와의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변화, 촘촘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남한 좌파 NGO의 활동과 개별 사건에 대응하며 벌이는 ‘시민운동’은 남한 내 미국의 역할을 다시 상상케 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시민단체 다수가 민중운동에서 뻗어나왔고, 1980년대 이후에는 훨씬 다양한 사회운동망으로 서서히 변모했다. - P104~105


1992년 기지촌 여성 윤금이가 살해당한 사건은 미군기지 근처 성인들의 유흥 공간에 날뛰는 폭력적 짐승이라는 미군의 이미지를 대중화하면서 ‘구조적 증폭’을 가져왔다. 전국에 퍼진 윤금이의 훼손된 사체 이미지가 민족을 상징하면서 시민들은 미군(나아가는 인종, 성)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으며 폭력적 상상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기지촌의 성 산업 유입 여성이 겪는 성 착취와 폭력은 한민족 전체의 수난에 대한 너무나도 깔끔한 알레고리로 사용됐다. 따라서 윤금이의 고난은 한민족이 (처음에는 일본, 이제는 미국이라는) 사악한 외세의 탄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는 민족 담론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민족을 억압당하는 여성에 비유하는 새로운 상상력이 좌파 민족주의자 사이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군인-민족이라는 세계관만큼이나 가부장적 세계관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다. - P137


폭력적 상상이란 사람들이 개인의 폭력 행위를 국가와 관련한 문제로 재구성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주의를 이해하는 식의 사회적 관행을 말한다. - P45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매우 작은 민족의 일원일지라도 다른 많은 동료 구성원을 알거나 만나지 못하며,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일조차 없겠지만, 각자의 마음속에는 합일의 이미지가 살아 숨 쉬고 있다.” - P47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폭력 행위에는 소통의 측면이 있다. 폭력은 소통성이 없어도 사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닌 채 지속되는 유일한 인간 행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은 피지배자의 동기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피지배층은 관계를 우위하는 이들의 관점을 ‘상상’하고 염려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주장한다. - P50


윤금이 사건으로 기지촌이 문제의 본산지가 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은 클럽들은 기지촌 여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필리핀 등지에서 접대부를 데려오면서 해결했다. 마침 기존에 있던 기지촌 여성들은 국내에 있는 다른 유흥가 클럽(강남 등)으로 옮겨갔다(물론 떠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안드레아 브리겐티Andrea Brighenti는 ‘집단적 “상상 행위, 즉 물질을 비물질로 연장하는 행위”로 형성된 특정 영토와 장소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품은 잠재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비전, 꿈, 욕망이 새겨진 물리적 영역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 P208


이제 미군은 유흥을 위해 기지촌을 고집하지 않고 시내 유흥지로 나오면서 미군과 민간인의 접촉이 늘어난다. 미군들은 홍대를 즐겨 찾았고 외국 민간인들은 과거 독재 시절부터 기지촌이었던 이태원에 대거 유입되었다. 이곳들은 자유로운 소비공간이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 되었다. 이태원은 동성애자, 성전환자, 무슬림, 기타 이주민들이 뒤섞여 초국적 지형이 되었다. 홍대는 권리를 박탈당한 학생, 예술가, 반항적 청년을 끌어모았고 여기에 미군과 외국인도 술집, 클럽, 거리로 모여들며 혼종의 공간이 되었다. 


오늘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출신 국가, 배경, 민족, 종교,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한국인의 정체성이 다양한 문화와 민족을 포용하도록 확대되면서 한국성이 점차 탈민족화하는 초기 단계가 목격”되는 것이다(Lee J. 2010: 19). 하지만 민족의 단일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던 한국인들은 ‘한국성’의 본질을 잃는데 대한 두려움 또한 크게 느끼고 있다. - P247


어릴 적 늘 “한국인은 단일 민족이다.”임을 들어오며 강요를 받았고 암암리에 세뇌를 당했다. 이제는 이것이 결코 사실이 아니고(어떻게 단일한 민족들만 모여 살 수 있겠는가. 한반도는 끊임없이 다른 세계와 교류해왔다.) 더군다나 외부에서 끊임없는 외국인이 유입되고 있는 이 때에 더 이상 한국인의 단일 정체성을 고집하며 이들을 거부한다는 것은 세계화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군에 대한 이미지는 앞서도 살펴보았지만 특정 사건들에 노출된 언론들의 기사와 매체들, 그리고 대중에 의한 폭력적 상상의 이미지가 증폭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인은 이념적인 사고에 여전히 갇혀 있으며 특히 정치계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 다행히도 요즘 일부 청년들은 이념적 사고에서 탈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고도성장한 한국에서 완전히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은 한국이 전 세계적 자본주의와 군사주의에 갈수록 깊이 개입하는 점을 비꼬면서 피해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중운동가 선배들이 맹렬히 붙들고 있던 민족주의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전 세계의 급진 운동에서 적극적으로 영감을 모색했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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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 / 아카넷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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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독자가 읽기에 더 매끄럽고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설명에 살을 붙여서 문장의 이해를 돕는다고 해야 할까. ˝한 사람을 제게 말씀하옵소서˝ <- ˝들려주소서˝ 이전 숲 출판사 내용과 비교했을 때 이렇게 다르다. 좀 더 현대적인 번역으로 느껴졌다. 이제 오뒷세이아의 귀향길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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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의례와 사회변화: 자바의 예
제7장 현대 발리에서의 “내적 개종”

문화와 사회체계 사이의 본질적 차이는 그들 각각의 특징적이고 대조적인 통합의 형태를 생각해보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는 소로킨이 "논리-의미적 통합(logico-meaningful integration)"이라고 부른 것과 "인과기능적 통합(causal-functional integration)"이라고 부른 것 사이의 대조이다." 문화의 특징인 논리-의미적 통합은 바흐의 푸가, 천주교의 교리 혹은일반 상대성이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통합을 뜻한다. 즉양식의 통일, 논리적 함의의 통일, 의미와 가치의 통일이다. 사회체계에 특징적인 인과기능적 통합은 모든 부분들이 단일한 원인 및 결과의 그물에결합되어 있는 유기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통합을 뜻한다. - P178

1910년 이후 비교적 큰 도시에 거주하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세련된 상인계급들 간에 나타난 이슬람식 근대화(또한 이에 대한 맹렬한 보수주의적 반동)와 종교적 민족주의의 출현은 전통적 종교관이 강한 일반 대중들사이에 이슬람교는 배타적이며 반혼합적이라는 생각을 강화시켰다. 마찬가지로, 공무원과 도시지역에서 증가하던 프롤레타리아 사이에서 나타난 세속적 민족주의와 마르크스 주의는 종교혼합의 전(前) 이슬람적(즉 힌두-애니미즘적) 요소를 강화했다. 그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이슬람 순수주의에 대한평형추로 찬양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자신들의 보다 특수한 정치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일반 종교적 준거틀로 이용한 사람들도 있었다. - P182

자바 장례식의 분위기는 흥분상태의 이별이나 자제되지 않은 흐느낌, 또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형식적인 통곡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조용하고, 감정을 나타내지 않으며, 담담하게 진행되는 것이며, 돌이킬 수없는 관계를 간결히 의례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눈물은 용납되지 않으며장려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즉 일을 잘 마치려는 노력이지, 비탄에 잠겨서 질질 끄는 것이 아니다. 장례식의 세밀한 바쁜 작업, 모든 곳에서 오는이웃들과의 정중하고 의례적인 교제, 약 3년 동안 몇 차례나 개최되는 죽은사람을 위한 슬라메탄 ㅡㅡ 이 모든 자바의 의례체계의 전체적 동력(動力)은사람들로 하여금 심한 감정적 혼란 없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족들에게 장례식과 그 이후의 의식은 이클라스(iklas)의 감정, 즉 일종의 의도적 무감정, 초연하고 안정된 "무관심"의 상태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이웃 집단에게는 루쿤(rukun), 즉 "지역 공동체의 조화"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 P187

말리노프스키는 "종교의 모든 근원 중에서 인생 최대의 그리고 최후의위기- 죽음ㅡ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고 썼다." 그는 죽음은 유족들에게 사랑과 미움이라는 이중의 반응, 즉 인간 존재의 심리적, 사회적 기초 모두를 위협하는 매혹과 공포라고 하는 상반된 양면적 심층심리를 유발시킨다고 주장했다. 산 사람은 죽은 사람에 대한 그들의 애정에 의해서 그를 향하여 끌려들어가는 동시에 죽음이 가져오는 무서운 육체적 변형에 의해서 죽은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 - P197

급격한 사회변동은 자바 사회를 분열시켰으며, 이는문화의 해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즉 전통적 촌락사회가 잘 통합되어 있을때는 그 통합성이 슬라메탄에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캄퐁 사회의 붕괴는 우리가 방금 살펴본 장례식의 실례에서처럼 슬라메탄의 붕괴라는형태로 반영된다. 바꾸어 말한다면, 문화의 쇠퇴가 사회의 분열을 유도했으며, 활력 있는 민속 전통의 상실은 사람들간의 도덕적 유대를 약화시켰다.
두 방식 중 어느 방식으로 진술되느냐에 상관없이 이러한 논의에는 두 가지 잘못된 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사회적(또는 문화적) 갈등과 사 - P198

회적(또는 문화적) 해체를 동일시하는 점이며, 다른 한 가지는 둘 중에 하나를 단순히 다른 것의 종속현상으로 봄으로써 문화의 구조와 사회구조의 독립된 역할을 부정하는 점이다. - P199

의례는 단지 의미의 패턴만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형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덜 분화된 농촌의 배경에서 도시적 맥락으로 종교적 패턴을 옮기려는 시도는 문화적 모호성을 생성시킬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도 야기시킨다. 그것은 그 종교적 유형에 의해서 표현되는 사회 통합의 종류와 사회 일반에서의 주된 통합의 유형이 일치하지않기 때문이다. - P203

사회변화의 동인(動因)은 자신이20Moron무엇인가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세상, 그 본질적 의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느끼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하는 인간의 욕구와 기능하는 사회유기체를유지시키려는 욕구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흔하다는 사실이 고려되는, 보다역동적인 형태의 기능주의 이론에 의해서만 분명하게 도식화될 수 있다.
"학습된 행위"라는 산만한 문화 개념은 균형잡힌 상호 작용의 패턴으로 사회구조를 보는 정태론적 견해이며, 또한 문화의 구조와 사회구조는 "해체"
상태를 제외하고) 결국 서로의 단순한 투사상에 불과하다는 공언된, 혹은무언의 가정은 파이잔의 불행하지만 교훈적인 장례에 의해서 제기된 것과같은 문제들을 다루기에는 너무도 유치한 개념장치이다. - P205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종교학에 관한 유명한 저서에서 세계종교를 "전통적인(traditional)" 종교와 "합리적인(rationalized)" 종교라는 두이념형으로 구분했다. 비록 이 두 이념형은 극도로 일반화되고 덜 체계적인개념이기는 하지만 종교의 변동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여전히 유용한 개념이다."
이 두 이념형은 종교와 사회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전통적 종교(베버는 "주술적"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는 기존의 사회적관행들을 엄격하게 전형화시킨다. 전통적 종교는 거의 하나하나가 연결되는방식으로 세속적 관습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모든 인간 활동을………상징적 주술의 범주로" 끌어들이고, 그렇게 해서 일상적 삶이 끊임없이 고정되고 확고하게 계획된 과정을 거치도록 해준다." 그러나 합리적 종교는 일상생활의 구체적 실상과 그렇게 전적으로 얽혀 있지 않다. 합리적 종교는 일상생활과 "떨어져서", "그 위에" 또는 "그 외부에" 존재한다. - P207

인간과 신성함 사이의 이러한 엄청난 "거리"의 증가로, 훨씬 더 정교하고비판적인 방식으로 그것들 사이를 유지시켜주는 끈이 필요해진다.
베버는 이것이 성취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한 가지 방식은 예언자, 경전, 기적 등을 통하여 신에 의해서 인간에게 주어진 것으로 생각되는 윤리적 명령으로 구성된,
의식적으로 체계화되고 형식적인 법적-윤리적 코드를 만듦에 의해서이다.
또 다른 방식은 신비주의, 통찰력, 미적 직관 등에 의해서 요가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고도로 조직화된 영적, 지적 수련의 도움을 받아 신과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하여 접하는 방식이다. - P210

이른바 원시종교라고 불리는 많은 종교들도 자의식이 강한비판을 보여주고 있으며, 종교적 사고가 고도의 철학적 정교함에 도달한 사회에서도 전통적인 종류의 민간신앙이 끈질기게 지속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말한다면, 세계종교가 씨족, 부족, 촌락의 종교나 민간신앙에 비해서보다 뛰어난 개념적 일반화, 보다 단단한 형식적 통합, 보다 명쾌한 교리를지니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P211

오늘날 발리에서는 세계사의근본적 종교변동에서 야기되었던 것과 동일한 사회적, 지적 과정의 일부가최소한 상당히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변화나 최종적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그 과정은 교훈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이 독특하고 작은 섬에서다음 수십 년 동안 무엇이 일어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면, 이미 발생했던역사가 우리에게 줄 수 없는 종교변동의 역학이 지닌 구체성과 직접성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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