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의례와 사회변화: 자바의 예
제7장 현대 발리에서의 “내적 개종”

문화와 사회체계 사이의 본질적 차이는 그들 각각의 특징적이고 대조적인 통합의 형태를 생각해보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는 소로킨이 "논리-의미적 통합(logico-meaningful integration)"이라고 부른 것과 "인과기능적 통합(causal-functional integration)"이라고 부른 것 사이의 대조이다." 문화의 특징인 논리-의미적 통합은 바흐의 푸가, 천주교의 교리 혹은일반 상대성이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통합을 뜻한다. 즉양식의 통일, 논리적 함의의 통일, 의미와 가치의 통일이다. 사회체계에 특징적인 인과기능적 통합은 모든 부분들이 단일한 원인 및 결과의 그물에결합되어 있는 유기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통합을 뜻한다. - P178

1910년 이후 비교적 큰 도시에 거주하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세련된 상인계급들 간에 나타난 이슬람식 근대화(또한 이에 대한 맹렬한 보수주의적 반동)와 종교적 민족주의의 출현은 전통적 종교관이 강한 일반 대중들사이에 이슬람교는 배타적이며 반혼합적이라는 생각을 강화시켰다. 마찬가지로, 공무원과 도시지역에서 증가하던 프롤레타리아 사이에서 나타난 세속적 민족주의와 마르크스 주의는 종교혼합의 전(前) 이슬람적(즉 힌두-애니미즘적) 요소를 강화했다. 그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이슬람 순수주의에 대한평형추로 찬양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자신들의 보다 특수한 정치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일반 종교적 준거틀로 이용한 사람들도 있었다. - P182

자바 장례식의 분위기는 흥분상태의 이별이나 자제되지 않은 흐느낌, 또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형식적인 통곡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조용하고, 감정을 나타내지 않으며, 담담하게 진행되는 것이며, 돌이킬 수없는 관계를 간결히 의례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눈물은 용납되지 않으며장려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즉 일을 잘 마치려는 노력이지, 비탄에 잠겨서 질질 끄는 것이 아니다. 장례식의 세밀한 바쁜 작업, 모든 곳에서 오는이웃들과의 정중하고 의례적인 교제, 약 3년 동안 몇 차례나 개최되는 죽은사람을 위한 슬라메탄 ㅡㅡ 이 모든 자바의 의례체계의 전체적 동력(動力)은사람들로 하여금 심한 감정적 혼란 없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족들에게 장례식과 그 이후의 의식은 이클라스(iklas)의 감정, 즉 일종의 의도적 무감정, 초연하고 안정된 "무관심"의 상태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이웃 집단에게는 루쿤(rukun), 즉 "지역 공동체의 조화"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 P187

말리노프스키는 "종교의 모든 근원 중에서 인생 최대의 그리고 최후의위기- 죽음ㅡ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고 썼다." 그는 죽음은 유족들에게 사랑과 미움이라는 이중의 반응, 즉 인간 존재의 심리적, 사회적 기초 모두를 위협하는 매혹과 공포라고 하는 상반된 양면적 심층심리를 유발시킨다고 주장했다. 산 사람은 죽은 사람에 대한 그들의 애정에 의해서 그를 향하여 끌려들어가는 동시에 죽음이 가져오는 무서운 육체적 변형에 의해서 죽은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 - P197

급격한 사회변동은 자바 사회를 분열시켰으며, 이는문화의 해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즉 전통적 촌락사회가 잘 통합되어 있을때는 그 통합성이 슬라메탄에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캄퐁 사회의 붕괴는 우리가 방금 살펴본 장례식의 실례에서처럼 슬라메탄의 붕괴라는형태로 반영된다. 바꾸어 말한다면, 문화의 쇠퇴가 사회의 분열을 유도했으며, 활력 있는 민속 전통의 상실은 사람들간의 도덕적 유대를 약화시켰다.
두 방식 중 어느 방식으로 진술되느냐에 상관없이 이러한 논의에는 두 가지 잘못된 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사회적(또는 문화적) 갈등과 사 - P198

회적(또는 문화적) 해체를 동일시하는 점이며, 다른 한 가지는 둘 중에 하나를 단순히 다른 것의 종속현상으로 봄으로써 문화의 구조와 사회구조의 독립된 역할을 부정하는 점이다. - P199

의례는 단지 의미의 패턴만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형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덜 분화된 농촌의 배경에서 도시적 맥락으로 종교적 패턴을 옮기려는 시도는 문화적 모호성을 생성시킬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도 야기시킨다. 그것은 그 종교적 유형에 의해서 표현되는 사회 통합의 종류와 사회 일반에서의 주된 통합의 유형이 일치하지않기 때문이다. - P203

사회변화의 동인(動因)은 자신이20Moron무엇인가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세상, 그 본질적 의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느끼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하는 인간의 욕구와 기능하는 사회유기체를유지시키려는 욕구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흔하다는 사실이 고려되는, 보다역동적인 형태의 기능주의 이론에 의해서만 분명하게 도식화될 수 있다.
"학습된 행위"라는 산만한 문화 개념은 균형잡힌 상호 작용의 패턴으로 사회구조를 보는 정태론적 견해이며, 또한 문화의 구조와 사회구조는 "해체"
상태를 제외하고) 결국 서로의 단순한 투사상에 불과하다는 공언된, 혹은무언의 가정은 파이잔의 불행하지만 교훈적인 장례에 의해서 제기된 것과같은 문제들을 다루기에는 너무도 유치한 개념장치이다. - P205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종교학에 관한 유명한 저서에서 세계종교를 "전통적인(traditional)" 종교와 "합리적인(rationalized)" 종교라는 두이념형으로 구분했다. 비록 이 두 이념형은 극도로 일반화되고 덜 체계적인개념이기는 하지만 종교의 변동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여전히 유용한 개념이다."
이 두 이념형은 종교와 사회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전통적 종교(베버는 "주술적"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는 기존의 사회적관행들을 엄격하게 전형화시킨다. 전통적 종교는 거의 하나하나가 연결되는방식으로 세속적 관습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모든 인간 활동을………상징적 주술의 범주로" 끌어들이고, 그렇게 해서 일상적 삶이 끊임없이 고정되고 확고하게 계획된 과정을 거치도록 해준다." 그러나 합리적 종교는 일상생활의 구체적 실상과 그렇게 전적으로 얽혀 있지 않다. 합리적 종교는 일상생활과 "떨어져서", "그 위에" 또는 "그 외부에" 존재한다. - P207

인간과 신성함 사이의 이러한 엄청난 "거리"의 증가로, 훨씬 더 정교하고비판적인 방식으로 그것들 사이를 유지시켜주는 끈이 필요해진다.
베버는 이것이 성취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한 가지 방식은 예언자, 경전, 기적 등을 통하여 신에 의해서 인간에게 주어진 것으로 생각되는 윤리적 명령으로 구성된,
의식적으로 체계화되고 형식적인 법적-윤리적 코드를 만듦에 의해서이다.
또 다른 방식은 신비주의, 통찰력, 미적 직관 등에 의해서 요가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고도로 조직화된 영적, 지적 수련의 도움을 받아 신과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하여 접하는 방식이다. - P210

이른바 원시종교라고 불리는 많은 종교들도 자의식이 강한비판을 보여주고 있으며, 종교적 사고가 고도의 철학적 정교함에 도달한 사회에서도 전통적인 종류의 민간신앙이 끈질기게 지속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말한다면, 세계종교가 씨족, 부족, 촌락의 종교나 민간신앙에 비해서보다 뛰어난 개념적 일반화, 보다 단단한 형식적 통합, 보다 명쾌한 교리를지니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P211

오늘날 발리에서는 세계사의근본적 종교변동에서 야기되었던 것과 동일한 사회적, 지적 과정의 일부가최소한 상당히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변화나 최종적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그 과정은 교훈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이 독특하고 작은 섬에서다음 수십 년 동안 무엇이 일어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면, 이미 발생했던역사가 우리에게 줄 수 없는 종교변동의 역학이 지닌 구체성과 직접성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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