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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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시작하여 여름의 초입을 지나 뙤약볕을 쬐고, 폭풍 같은 비바람을 만난 뒤 평온해지는 느낌.

이 책은 여름 한 계절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계절 하나를 보내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이 경험은 주인공에게 새로움이었다.
주인공은 손열매, 어린 시절을 충남 보령에서 비디오 가게 손녀 딸로 살다가 커서는 상경했다.
성우가 되었으나 프리랜서로 수입이 일정치가 않아 고군분투한다. 어느 날부터 목에 문제가 생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고 정신과 진료 결과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아마도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있지만 함께 살던 룸메이트 언니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것도 큰 몫을 했을 것. 그녀는 목 때문에 일도 할 수 없어 수입이 거의 끊겨서 룸메이트 언니인 고수미의 고향 집을 찾아가기로 하면서 소설의 무대는 그곳으로 이동한다.

손열매는 심신이 지쳐있어서 매사 시니컬했다. 고수미 고향은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걸려서 도달할 수 있는 동네였다.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을 향해 가는 버스에 탔다가 어저귀를 만났다.

고수미 고향 집을 찾아가니 고수미 엄마는 이미 그런 일을 많이 겪은 듯 달관한 태도였다. 고수미는 이곳에 찾아온지 오래인 듯했고 열매는 딱히 어디 갈 데도 없어서 이곳에 세입자로 지내게 된다.

이곳은 열매에게 온통 신기한 곳이었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아침마다 장례를 위해 시신의 염을 하러 가는 고수미 엄마가 있었고
지나치게 슬픔에 대해 논의하는 아이들 양미, 파드마, 율리아가 있었다.
유명한 배우가 대저택에 은둔하며 사는 곳이기도 했다.
인류애를 잃어버렸다면서 온갖 마을 일에 도움을 주는 어저귀가 있었다.

마을의 논밭을 다 밀어버리고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개발회사가 있었다. 개발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중간 다리를 놓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설득에 넘어가 동조하는 마을 사람들이 있었지만 상당수는 지금의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은 풀벌레 소리, 전나무 냄새가 느껴지는 곳이었으니까.
이처럼 마을은 개발을 두고 분열이 일어났는데 이는 수해 때문에 생긴 큰 사건이 있어서다.

결론적으로 고수미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욕망을 다시금 되찾게 된다.
그렇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반드시 있음을 그녀는 깨닫게 되었다.

인생의 무게는 가벼울 리 없다. 아직 내가 그 무게를 알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때론 살면서 비굴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실수할 때는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싱그러움이 느껴지다가도 온전히 맑지만은 않아서 물기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살아 있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을 돕고 싶은 마음. 나는 그것을 갖고 있을까?
소설을 읽으며 이 여름을 조금은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고로 이 책은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오고 뒤에 종이책이 나온 경우다. 윌라 독점 계약으로 오디오북 프로젝트로 작가가 원고를 썼다고 한다.사투리, 음향 효과 등 때문에 이 소설은 가능하면 오디오북으로 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로젝트로 성우를 비롯하여 배우들이 재능 기부를 했다고 한다. 나도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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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5-1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을 먼저 내고 종이책을 내는 방식도 나왔군요. 신선하네요. 예전에 창덕궁 밤구경 갔다가 행사로 배우들이 나와서 책을 읽어주는걸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딱 첫문장 듣는데 와 전문가구나 진짜 다르다 했었어요. 전 듣기를 좀 힘들어해서 책으로 읽겠지만 그래도 이런 다양한 시도는 참 좋네요. ^^

거리의화가 2025-05-13 11:38   좋아요 1 | URL
창덕궁에 그런 행사가 있었군요. 확실히 배우들이 감정을 넣어서 대사를 하니 훨씬 실감나더라구요.
다양한 시도로 독자가 유입될 수 있는 길이 늘어난다는 면에서 저도 좋은 시도로 보입니다^^

희선 2025-05-12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만나셨군요 배우가 읽는, 거의 연기할 듯하네요 라디오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라디오 드라마 들은 적은 별로 없지만... 예전에 EBS FM에서 예전 소설 드라마처럼 읽어준 적 있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5-13 11:3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정말 화려한 배우 출연진들이라 듣는 맛이 쫄깃하더라구요. 라디오 드라마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소설인데 또 희곡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락방 2025-05-1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윌라 재구독 해야할까요..

거리의화가 2025-05-13 18:34   좋아요 0 | URL
아하하~ 다락방 님 선뜻 재구독하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네요. 다락방 님 취향과 거리가 멀까봐서ㅎㅎ
예전에 토지 청취 때문에 윌라 구독했다가 해지한 이후에 이 책을 들어보고 싶어서 확인해보다가 14일간 무료 구독이라길래 겸사 겸사 들은 거였거든요. 무료 구독 가능하시다면 시도해보시는 것도 좋겠죠!^^

독서괭 2025-05-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그 배우 김정민이 세운 출판사에서 나온 거죠? 오디오북용으로 먼저 제작되다니 흥미롭네요!

거리의화가 2025-05-13 18:36   좋아요 0 | URL
괭 님 이미 알고 계시다니! 혹시 아직 윌라 구독중이시라면 들어보셔요~^^
이 출판사에서 계속 오디오북 제작할 모양이더라구요. 이 책이 첫 주자였다는.

바그다드 2025-05-1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정민에 대한 언급 없이 온전히 책에 대한 얘기만 써 주신 게 반갑네요. 저는 김금희 작가도 좋아하고, 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의 본질이 아닌 다른 이슈 때문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그다지 반갑지 않거든요.

거리의화가 2025-05-18 19:20   좋아요 0 | URL
화려한 배경이나 포장 때문에 내용의 본질이 묻히면 안되죠.
저는 배우의 연기가 담긴 목소리 등이 좋았고 바탕인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좋았어요^^ 감사합니다.